정토행자의 하루

천안법당
여름보다 더 뜨거운 통일 이야기

유난히 뜨거웠던 이번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버릴 천안법당 통일일꾼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지난 8월 28일은 좋은 이웃의 날로, 천안 아산 지역의 새터민들과 함께했습니다. 천안 법당 봉사자들이 아침 7시 20분부터 45인승 관광버스에 탑승한 뒤 천안의 동쪽 끝 병천에서 아산의 서쪽 끝 신창마을까지 돌며 오늘 나들이를 함께 할 윗동네 분들을 한 분 한 분 정성스럽게 맞이합니다. 9시경 아이들을 포함한 윗동네 32명과 봉사자 8명이 모두 버스에 타고 오늘의 첫 번째 여행지인 충남 당진에 있는 천주교 솔뫼성지로 향했습니다.

푸른 잔디와 솔숲을 여유롭게 산책한 후 인근의 송악면 기지시리에 있는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75호로, 경기에서 윗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아랫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듭니다. 어느 편이 이겨도 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모두가 만세를 부릅니다. 윗동네 아랫동네 누가 이겨도 좋을 오늘의 모임취지에 딱 맞는 멋진 장소입니다. 우리도 다 같이 줄다리기 줄을 꼬고 줄다리기를 해보며 아랫동네 윗동네 구분 없이 모두 하나 되는 그 날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누가 이겨도 좋은 행복한 줄다리기
▲ 누가 이겨도 좋은 행복한 줄다리기

마지막 여행지인 왜목마을로 이동하면서 식당에 들러 명태조림과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윗동네 어르신들은 옛날 북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라며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왜목마을 해수욕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차 안에서 멀미 하느라 내내 칭얼거리던 두 돌 수현이와 수현이 엄마는 이날 태어나 바다를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물을 보자마자 입은 옷 그대로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생애 처음 바다를 느끼며 함박웃음을 짓는 수현이 엄마를 보며 모두가 함께 행복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습니다.

천안법당 사회활동 담당자인 이채현 님은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총무님과 당진법당 도반들께 조언을 듣고 봉사자를 모집하고 세부일정을 짜는 등 1당 백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심하게 기획안을 짜고 1주일 전 미리 답사하며 꼼꼼하게 동선을 확인한 이채현 님의 노력이 있었기에 모두가 즐겁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벗들은 윗동네 아랫동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하는 활동입니다. 활동 중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자주 생각하고 돌이켜 볼 수 있어 봉사 후에 훌쩍 성장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좋은벗들 봉사를 통해 윗동네 분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는 좋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채현 님)

천안법당 통일일꾼들 (왼쪽에서 5번째가 이채현 님)
▲ 천안법당 통일일꾼들 (왼쪽에서 5번째가 이채현 님)

나들이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5일부터 일주일간 새터민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좋은벗들에서 지원하는 아이들 옷과 김 한 상자에 각자 집에 들어온 과일과 선물상자 등을 보태 총 39가정에 추석 선물 전달을 모두 마쳤습니다.

선물전달을 위한 단체카톡방
▲ 선물전달을 위한 단체카톡방

그리고 각 법당 추석 휴가가 시작된 9월 13일 화요일 오후 2시, 텅 빈 법당에 고요하고 낭랑하게 통일발원문이 울려 펴졌습니다. 매주 화요일 통일 정진을 맡은 권남희 님입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일을 불보살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루어보겠다는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한배 한배 정성을 다해보는 통일 정진입니다.

“통일을 향한 천일, 이제 제가 하겠습니다.”

통일정진 중인 권남희 님
▲ 통일정진 중인 권남희 님

이런 우리의 마음이 윗동네 분들께도 그대로 전해진 걸까요? 좋은벗들에서 백서를 준비한다고 해서 윗동네 어르신 한 분께 글을 부탁드렸는데 이제 정착 4년 차 김*순 어르신(70)이 따뜻한 감사와 사랑이 듬뿍 담긴 손글씨를 보내 주셨습니다. A4 한 장 분량의 그 글에는 지난 2014년부터 좋은 벗들과 인연 맺으며 함께 영화를 보고 목욕탕에 갔던 일, 추석 선물 전달과 통일축전, 김장 김치 나눠 먹기 등의 행사를 통해 느낀 진솔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김*순 님의 손글씨
▲ 김*순 님의 손글씨

김*순 님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습니다

그 이름도 아름다운 온양온천 세종대왕이 이름을 지었다는 역사의 땅에서 우리 탈북민이 살고 있다. 하루 한 끼 강냉이밥도 먹기 힘들던 고향 북한 땅에 비하면 한국은 천국 같은 세상이지만 두고 온 부모 형제 자식들이 기아와 빈궁 속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조차 알 길 없다.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삼국의 사선을 넘어온 악몽 때문에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 누구와도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도 않고 탈북민이라고 편견의 눈으로 바라 보는 것 같아 특히 한국 분들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빙하처럼 얼어 붙었던 마음을 사랑의 자양분이 되어 따뜻이 녹여준 이들이 있었으니 그분들이 바로 우리 읍내 탈북민들이 존경하는 좋은벗들 선생님들이다

지난 기간 좋은 벗들에서는 탈북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조직 진행하였다. 어느 해 봄에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며 온양온천 대중목욕탕을 찾아 등을 밀어주기도 하였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시달린다는 사정을 헤아려 심리적 정서에 맞는 만다라 미술치료도 조직 진행하였다. 몇 차례 갈 때 마다 점심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주는 모습을 보며 희망과 삶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 좋은 벗들은 명절이 와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우리들을 찾아와 고무하고 격려하며 진심 어린 사랑의 선물도 안겨주었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으로 아픈 마음을 달래 주었다.

가을이 다가오면 좋은 벗들이 주체가 되어 서울에서 통일체육축전을 열었다. 여러 가지 참으로 다양한 종목의 체육대회에 참가하다 보면 어린 시절 고향에서 하던 놀이가 떠오르고 그래서 우리들은 기쁘고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만남의 장소를 만들어 하나원에서 헤어진 친척 친우들을 만나게 하는 행복한 순간으로 주어졌다.

좋은 벗들에서는 일 년에 두 번씩 역사유적 참관도 도움을 주었다. 역사유적참관을 조직진행하면서 탈북민들이 조그마한 불편이라도 있을세라 집 앞까지 버스를 보내주고 음료수며 과일 집에 오는 길에는 맛있는 빵까지 챙겨주었다. 또한, 사전에 역사유적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들려주어 역사유적 참관을 더욱 실속있고 성과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백제의 수도인 부여 유적지를 둘러 보며 우리 선조들의 위대성에 감탄하였다. 어느 해 여름 해미읍성을 방문 참관하면서 선조들의 문화와 근면성을 배우게 되었다.

밤이 길어 무료한 겨울에는 영화관람도 시켜주어 처음으로 시내 밤야경도 구경했다. 올봄에는 김장김치를 다 먹고 아쉬워할 시기인데 좋은벗들에서는 우리에게 나누어 주려고 정성스레 맛있게 담가 보관했다며 김치 나눔행사도 진행하였다.

자유를 찾아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산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 중국 정부의 북송정책으로 말미암아 외로움에 울고 무서움에 떨며 살아서 살아있을 곳 없고 죽어서 묻힐 곳마저 없었다.
우리들을 한국 정부는 한민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집을 주고 생계비를 주었다. 친부모형제의 심정으로 보살펴주신 천사 같은 좋은벗들에 감사를 드린다.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러주는 그 높은 뜻을 간직하고 좋은벗들이 우리에게 안겨준 사랑을 탈북민 우리들도 요양원과 장애인요양원의 노약자들을 위한 봉사를 통하여 보답할 것입니다.

남한은 사드를 배치한다 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진행 중이니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수해 피해를 본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마저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통일을 향한 희망만은 놓을 수 없기에 이번 주도 즐거운 마음으로 통일축전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온 통일, 윗동네 어르신의 글 제목처럼 우리가 먼저 통일을 준비하고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글_최영미 희망리포터(천안정토회 천안법당)
편집_함보현(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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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응

천안에 통일이 이미 왔습니다.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궈줄 통일을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볔이 멀지 않음을 느낍니다.

2016-09-30 10:24:54

이채현

윗동네 할머님 글은 다시 읽어도 눈물이 핑돌아요 건강하시길요~

2016-09-28 13: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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