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파법당
명상! 뭣이 중헌디? 여름명상을 마치며

“아이고! 다리 저려 죽겠네. 하필 맨 앞자리야? 몰래 반가부좌로 접은 다리를 풀 수도 없고,
아이고, 무릎 아파 미치겠다~!”
“이건 또 뭐지? 이렇게 다리가 저리고 무릎이 아프다니! 그동안 해온 명상 훈련의 효과는 어디
가고, 매번 이렇게 아픈 거면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지도법사님과 함께한 여름명상 수련, 이번에도 역시 수련 중의 내 다리는 저리다 못해 감각을 잃었고, 무릎은 통증으로 쑤셔서 손으로 부여잡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고요하기만 한 문경 수련원의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 아래에서 다들 잘도 호흡에 깨어 있구나!

지도법사 :편안한 마음으로 하세요. 다만, 호흡을 살피며 무리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쉰다고 생각하고 합니다.
수 련 생 : 그런데요! 숨이 안 쉬어져요!
지도법사 : 자기 숨인데 왜 안 쉬어져요, 그냥 평상시처럼 숨을 쉬어 봅니다.
수 련 생 :호흡을 들여다볼 수가 없어요. 가슴이 답답해요!
지도법사 :살아있는데 왜 호흡이 안 보여요? 그럼 편안하게 호흡을 들여다봅니다.
수 련 생 : 스님! 깜박하고 죽비 치시는 거 잊으신 거 아니세요? 시간 지난 것 같은데요?
지도법사: 여러분이 그렇게 걱정할까 봐서 영상실에서 시간 다 확인하고 죽비를 쳐요. (웃음)
수 련 생 : 스님! 자도 자도 졸려 미치겠어요. 깨어있고 싶은데…
지도법사: 그 동안 여러분의 잠이 너무 부족해서 보충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아마 충전될 때까지는 계속 졸릴 수 있어요.
수 련 생 : 스님! 망상이 계속 끊이질 않습니다. 어느 틈에서 새어 들어왔는지 계속 망상만 하고 있어요.
지도법사 : 망상은 계속 일어날 거에요. 과거에 대한 괴로움, 미래에 대한 갈애 등 망상이 일어나는 것을 그냥 그대로 지켜보고 다만, 망상하고 손잡고 놀지만 마세요. 망상이 피어오르면 ‘아! 망상이구나.’ 그대로 들여다보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서 호흡을 지켜보고 살펴보세요.”

지도법사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신다. “다만, 코끝에 마음을 집중하고 호흡을 지켜보세요.” 이번 수련에서도 매번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하게 호흡에만 집중하라고 하셨다.
그런데요, 그게 제일 어려워요. 스님.

새벽 4시에 일어나 고요한 가운데 명상이 시작된다. 문경은 새들의 아침 수다로 시작되는데, 새벽 명상 1타임, 아침 먹고 4타임, 점심 먹고 4타임, 저녁 먹고 2타임, 자유명상까지. 한 타임의 기준은 40분이다. 자고 일어나 명상하고, 밥 먹고 명상하고, 쉬고 명상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 명상하고. 명상, 명상, 명상, 온 종일 명상뿐이지만 그래도 모두 함께 천일결사 아침 정진은 경건하니 너무 좋고 뿌듯한 마음이다.

158차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여름명상수련 도반들과 함께
▲ 158차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여름명상수련 도반들과 함께

수 련 생 :스님! 호흡을 고요히 한 가운데 제 몸이 붕~ 떠올라 공중 부양을 했습니다. 호흡에 따라 몸이 떠오르다가 가라앉다가 해요.

지도법사 :아이고! 그럼 돕는 이에게 말해서 공중부양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말하지 그랬어요! 그럼 돕는 이가 잘 확인해 줬을 텐데 아쉽겠네. 예전에 어떤 참가자는 부처님을 뵈었다고 하고, 누구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났다고 하더니 공중부양을 했구나. 명상은 다만 호흡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잘하고 못 하고도 없고요. 환상이나 환각 환청을 겪는 경우도 있어요.”

수 련 생:스님! 호흡에 집중하고자 할 때 자꾸 의도적으로 호흡 하게 됩니다. 마치 목탁을 칠 때 저는 고요하게 친다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크게 친다고 하거든요.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도법사 : 맞습니다. 목탁 치는 것에 빗댄 표현이 적절한 것 같네요. 호흡이 고요해진다고 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집중하여 고요한 가운데 호흡에 깨어있는 것을 뜻합니다. 코끝에 집중하여 호흡을 알아차리며 고요하게 호흡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어렵지요? 맞아요! 여러분들이 질문지를 계속 써서 묻지만, 꾸준히 편안한 마음으로 해보라는 말 밖에 내가 여러분을 대신해 줄 수 없으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네요. 다리 안 아프다고 명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다리 아프다고 명상을 잘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번 참가해도 다리가 아플 수 있고, 처음 참가해도 다리가 안 아플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프니까 잘 안된 거고 안 아프니까 잘 된 거라고 말할 수 없어요. 다만, 호흡에만 집중하고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4박 5일 동안 지도법사님께서는 계속 ‘편안하게, 꾸준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아나빠나와 윗빠사나 호흡 그리고 관법 수행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고 사념처관에 대해서도 지도해 주셨는데, 이렇게 명상수련 4박5일이 하루는 매우 느리고 길게 느껴졌지만 5일이라는 시간은 후다닥 지나갔다.

오롯이 명상에만 집중해본 시간!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움직인 문경에서의 명상수련이 이렇게 지나간다. 옆 도반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했고, 적게 먹어서 먹는 것에 끄달리기도 했고, 모기에 시달리기도 했고, 땀 냄새에 비누도 온수도 평소처럼 못 써서 꿉꿉하기도 했던 수련.다리는 계속 아프고, 망상은 끊이질 않고, 꾸벅꾸벅 닭처럼 졸았고, 시간은 그리도 지루하게 늦게 가던 수련.

그래! 지도법사님 말씀처럼 꾸준히 해보는 거다. 다리는 아프지만, 망상은 끊임없지만, 졸려서 호흡을 놓치더라도 꾸준히 해보는 거다. 순간순간의 미세한 감각을 살펴보며, 마음을 살펴보며,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잘 된다고 자만하지 말고 그냥 꾸준하게만 해보는 거다.
명상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살피고 견디는 힘을 길러내 보는 거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여름 명상! 뭣이 중하냐고?
공중부양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니고 다만, 지금 깨어 호흡을 들여다보는 것!
다만 그것이 중헌 것이여~ 뭣이 중한지 이제 알겠지요?

글_김희정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송파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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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애

다가오는 7월 20 명상 수련입니다
졸리니 명상이 잘 안되던데 졸릴까 걱정입니다

2020-07-06 15:44:52

이점미

너무 실감 나네요
오롯이 나를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괴롭고 지루했는데, 다시 가고싶은 마음은 또 뭔지요?

2016-08-16 23:51:25

무량덕

실감난 후기를 읽으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16-08-14 00: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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