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
새터민 이웃 만나러 가요

노원법당 가을불교대생들의 새터민 봉사 이야기

비가 오락가락하는 후덥지근한 장마철 저녁, 노원법당 가을불대생들이 새터민 하늘이네(가칭)를 방문한다고 해서 동행 취재하기로 하였습니다. 법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출발을 하였는데 잠시 후 봉사팀에서 연락을 맡고 있는 구희숙 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떡하죠. 하늘이 엄마가 지금 외출 중인데 9시는 넘어서야 온다고 하네요.” 지난 5월까지는 매달 꼬박꼬박 만나며 이야기도 많이 해서 관계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달 들어 몇 번씩 약속을 어기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혹시 일부러 우리를 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도 들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새터민 방문은 포기하고 법당에서 새터민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법당에서 이야기 나누는 이정은 정순금 구희숙 김지섭님(왼쪽부터)
▲ 법당에서 이야기 나누는 이정은 정순금 구희숙 김지섭님(왼쪽부터)

새터민 방문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활동 이야기

정순금 작년 가을, 불교대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새터민 한 분이 법당에 오셔서 통일 특강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새터민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크리스마스 때 새터민 가정 산타 봉사가 있다고 해서 봉사를 하게 되었고 산타 봉사 후 나누기할 때 앞으로 새터민을 계속 만나고 싶다고 말하니 한 분이 좋은벗들 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셔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그러던 차에 담당 보살님이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문자를 보내셔서 얼른 신청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질문도 하지 말라는 등 주의사항과 제약이 많아서 새터민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서초법당에서 새터민 봉사자 교육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지금은 많이 변화해서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분들과 가깝게 지내도 되고 그분들이 여기 와서 많이 외로우니 친구의 입장이 되어 얘기하면 된다고요. 어디 가서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 그분들이 주체라는 느낌이 들도록 물건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어야 좋다는 말씀을 듣고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분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모임이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난달에 하늘이네 방문했을 때 하늘이 엄마가 마침 저녁 준비를 하면서 북한식 반찬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리와 다른 방식이었어요. 꽈리고추에 멸치를 같이 볶지 않고 돼지고기와 꽈리 고추를 같이 볶아 만들었어요. 우리가 맛을 보고 나서 맛있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그들이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난번 방문 때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해서 좋았었는데 그 후로 만남이 이어지지 않으니 하늘이 엄마가 우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해요.

작년 겨울 산타봉사 정순금님(맨 오른쪽)
▲ 작년 겨울 산타봉사 정순금님(맨 오른쪽)

구희숙 새터민이라는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새터민 아이들한테 산타가 되어서 찾아가는 것이 우리나라 아이들한테 산타 봉사하는 것보다 특별한 체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의 사항이 너무 엄격해서 조심스럽고 하늘이네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정순금 님이 새터민 봉사자 교육을 다녀온 후 좀 자유로워져서 간식도 조금 사 가서 함께 나누어 먹으니 더 분위기가 좋아지더라고요. 북한식 요리를 먹으며 맛있다고 했을 때, 그분이 “우리는 외식 못 해요. 대한민국 음식은 너무 달아서요.”라며 거의 외식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더라고요.

김지섭 저는 처음에 불교대 봉사 시간이 모자라서 새터민 봉사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다른 봉사는 그야말로 봉사를 해야 해서 몸이 힘들고 어려움도 있는데 이 봉사는 아이들을 만나서 놀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끌었어요. 실제로 활동하며 재미를 많이 느꼈고 즐거웠어요.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모르던 것도 많이 알게 되어 좋았어요. 봉사라기보다 마실 가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요즘 들어갈 수가 없게 되니 내 마음과 그분 마음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이정은 저도 사실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왔는데 새터민을 만나는 것이 편하지는 않고 또 많은 인원이 한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 그분들한테 부담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분들한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기도 한 마음이에요.

새터민 봉사는 새터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리고 봉사자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

구희숙 지난번 만남 이후 하늘이 오빠가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랑 통화하며 “대한민국 이래도 되는 거예요?”라고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이야기 하더라고요. 하늘이 오빠가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화가 나서 여자아이를 한 대 때렸는데 그것이 심각한 폭력사건이 되어버려서 일이 커졌다는 거예요. 제가 교직에 있으니 이번에 만나면 학교폭력 관련 일 처리 절차나 과정에 관해 이야기도 해 주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만남이 무산되어 안타깝네요.
저는 사실 새터민 봉사를 통해 북한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에 이 봉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통일이라는 것은 그냥 생각해 보면 관념적인데 그들을 만나면 사실적으로 느껴지며 한 사람이 곧 북한 전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새터민을 만나는 것 차체가 의미 있게 느껴져요.
하늘이 엄마가 아이 교육에 열정적이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어요. 한편, 하늘이나 하늘이 동생은 엄마와 달리 한국에서 태어났기에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줄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생각 끝에 그들에게 책을 선물로 주기로 했어요.

하늘이와 동생에게 주려던 책, 그리고 들려줄 이야기거리
▲ 하늘이와 동생에게 주려던 책, 그리고 들려줄 이야기거리

정순금 내가 잘 쓰여지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산타 봉사할 때 방문한 가정에서 엄마가 밤에 일을 나가야 해서 어린아이를 두고 문을 잠가 놓고 일을 나간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무엇보다 그들이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이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활동적인데 자녀에 대해서는 다소 엄격하고 권위적으로 대하는 것 같았어요. 한번은 시간이 늦었는데 하늘이한테 가야금을 연주하라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피곤할 텐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엄마도 그렇게 아이들을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지섭 저는 제가 뭘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었어요. 그냥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정도로 생각했어요. 제가 이 가정에 도움이 되어서 좋았던 것보다는 새터민을 만나서 배울 점도 많았고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되어 기뻤어요.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해 듣는 것이 좋았어요. 들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다르지만 우리와 비슷한 점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난번 모임 때는 이전과 달리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눈빛이 많이 달라져서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래서 이번에 만나면 그분들에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어요.

우연히도 이분들은 모두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고 그래서 새터민 아이들은 만나는 것이 더 의미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새터민 만나는 활동을 숨 쉬듯이 밥 먹듯이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는 네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처가 중생을 구제했지만 한 명도 중생을 구제한 바가 없다는 금강경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글_오미숙 희망리포터(노원법당)
편집_오지훈 희망리포터(서초법당)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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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선

시간이 필요하겠네요...어떤 것도 다 경험이 되어, 새터민들이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_()_...

2016-07-20 21: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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