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해운대법당
에코붓다 공모사업 환경기행,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 탐방

빌딩이 숲이고 아스팔트가 땅인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자연'은 어떤 존재일까요?

현대사회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이로 인한 재난과 희소병의 증가 등 환경과 관련된 문제점이 끝없이 보고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까페와 편의점에서 머물고 간 자리에는 일회용품이 점점 더 쌓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정토회에서는 1988년에 (사)에코붓다(이후 '에코붓다')를 처음 설립하였습니다. 현대 환경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시민들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해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기 위해, 생태학교, 생명운동 아카데미, 생태기행 등의 교육과 체험행사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오늘 탐방은 부산울산지부 정토회 사회활동팀과 (사)에코붓다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현장에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낌으로서 깨끗한 자연을 훼손 없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환경실천 의지를 북돋고, 일상에서 다양하고 즐겁게 환경실천을 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진행되었습니다.

부산울산지부 순천만 환경기행, 좋아요!
▲ 부산울산지부 순천만 환경기행, 좋아요!

순천만 자연 생태관

부산울산지부 각 법당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160여 명의 정토행자들이 순천만 자연 생태공원에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단체 사진 찍기를 시작으로, 오늘 탐방을 설명해주실 에코붓다 대표 최광수 님을 따라 자연 생태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대표님은 오늘 탐방지의 개괄적 지형과 규모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호리병 모양으로 동그랗게 형성된 만입니다. 포구에서 바다까지 30여 킬로미터, 가로지르는 거리는 가장 긴 곳이 약 23km까지 뻗어있습니다.
순천 시내에서 흘러나오는 동천과 이사천에서 끊임없이 토사가 들어오고, 산과 도시에서 오염물질과 유기물질들이 흘러들어와 갯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갯벌의 넓이는 800만여 평에 달하고, 오늘 우리가 둘러볼 갈대밭만 160만 평에 이르지요.”

계속해서 생태관에 전시된 자료들을 둘러보며, 환경전문가가 아니거나 관심이 있지 않으면 잘 모르는 습지 생태와 그에 대한 어마어마한 가치를 세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순천만 습지(늪지)는 국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 습지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조류, 해양생물, 식물 등의 생태종이 가장 풍부하고 보존이 잘 되어있으며, 바다와 맞닿아있는 연안습지입니다. 세계 5대의 가장 우수한 연안 습지로는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이 접한 북해연안 습지, 캐나다 동부 연안 습지, 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 습지, 그리고 아마존이 있으며 그다음으로 이곳 순천만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를 통하여, 갯벌은 생명의 보고이자 육지보다 10배 이상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홍수조절, 기후 온난화에 따른 폭풍 예방, 수질 정화 등의 역할을 하여 실제로는 육지의 가치보다 100배 이상의 효용을 가진 땅이라고 하니, 늪지가 과연 ‘생명의 소용돌이’이자 ‘지구의 허파’라고 불릴 만하구나 싶었습니다.(참고로, 아마존 습지가 전 세계 인구가 마시는 공기의 20%를 생산합니다. 관련기사: [세계는 지금] 파괴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세계일보 2012.9.))

순천만 습지 또한 이러한 효용성으로 이 근처 지역의 환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세계관으로 본 인드라망의 이치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인간의 무지로 인한 무분별한 습지개발이 얼마나 아찔한 일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순천만 습지는 또한, 재두루미 황새 등 11종의 천연기념물과 도요새 청둥오리, 기러기 등 140여 종이 넘는 새들의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가운데 붉게 보이는 부분이 칠면초. 봄에 초록색이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7가지 다른 색으로 변한다.
▲ 가운데 붉게 보이는 부분이 칠면초. 봄에 초록색이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7가지 다른 색으로 변한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갯벌은 버려진 쓸모없는 땅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갯벌을 개간하여 간척지나 농경지로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는 공장단지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1987년~2013년 사이 없어진 습지가 우리나라 전체 습지 면적의 1/4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과거에 이러한 난개발을 통해 죽은 습지들을 다시 복원하는 사업이 한창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순천만은 최근에 늪지를 없애고 거의 개발이 될 뻔한 것을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운동으로 겨우 늪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니 오늘 탐방은 자연에 대한 감회가 더욱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생태관에서는 이렇듯 우리가 잘 몰랐던 습지에 대한 인식과 정보를 학술적 차원에서 설명해 주어서 많은 분들이 열심히 노트필기를 하며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은 미리 공지된 대로, 탐방일정이 끝난 후 탐방 해설에 대한 퀴즈 정답을 맞힌 이들에게 상품이 준비되어 있어서 더욱 학구열을 불태운 듯합니다.

여름 갈대숲 사이로
▲ 여름 갈대숲 사이로

자연과 하나 되는 인간 본연의 느낌

“이 주변에서 왜가리도 많이 볼 수 있죠. 여러분! 왜가리를 왜 왜가리라고 하는 줄 아세요? 이건 제 생각이긴 하지만, 제가 바닷가를 걷다가 저도 모르게 왜가리 옆을 지나가다가 보면 왜가리도 놀래서 ‘왝~’ 하고 날아가거든요.
이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 같은데, 꿩은 왜 꿩일까요? 꿩도 정말 ‘꿔엉~’하고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이 자연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본연의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자들의 연구로 이루어진 이론은 최근에야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 조상들이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들이 처음 느끼는 대로 불렀을 겁니다.”

대표님은 재미있는 설명에 이어 이곳 순천만을 배경으로 쓰여진 한국 현대 걸작 단편 소설인 ‘무진(안개가 자욱한 포구) 기행’을 소개 해주셨습니다. 낮게 깔린 비구름과 습지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안개, 주위에 넘실대는 푸른 갈대숲, 바람과 갈대, 갈대와 갈대가 마주치며 일으키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 그야말로 한편의 문학 작품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예정되었던 탐방목적지보다 훨씬 먼 용산전망대까지 가게 되었지만,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용산 전망대에서 이 지역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에 한참 빠져있던 중,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우를 작은 우산으로 가려보며 산을 내려오자 갈대밭에서는 다시 비가 그치고 대신, 갈대를 눕혀버릴 듯한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자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몽환적인 안개와 구름, 장대처럼 쏟아지는 세찬 여름비, 바로 이어진 갈대와 바람의 향연은 채 세 시간이 안 되는 동안 자연이 연출한 다채로운 한편의 이벤트였습니다.

빗속의 정원을 걸어보셨나요?
▲ 빗속의 정원을 걸어보셨나요?

빗속의 산책, 순천만 국가정원

점심 후, 근처에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곳은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순천 도심과 순천만 연안 습지 사이에 조성된 공간입니다. 2013년에 치러진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 각국 나라를 대표하는 아기자기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공원을 구경하는 동안 계속 비가 내렸지만, 대부분의 정토행자 탐방객들은 빗속의 정원을 거닐며 오히려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갯벌의 농게 한 마리도 나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 이 갯벌의 농게 한 마리도 나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행복한 불편

“인간과 자연은 유기체입니다. 유기체가 자동차 같은 기계와 다른 점은, 부분으로 분리했다가 다시 조립하면 원상태로 되지 않고 생명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기계는 1+1이 2 또는 한정된 수량을 만들어내지만, 사람이나 자연과 같은 유기체는 1+1이 새로운 생명체를 무한대로 만들어냅니다.
우리 인간이 자연과 한몸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당장 우리 몸을 공기와 분리시키면 몇 분 내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공기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자연이 그러합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연결되어있다는 연기법을 이론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자연에 나와서 그 이치를 다시 가늠해보았습니다. 산업 문명이 발달할수록 파괴되어온 환경, 이제 거의 한계에 이른 듯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로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자연을 생각하니 내 몸 어딘가가 아파하고 있구나 하는 가슴 저릿함이 느껴졌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각자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에서는 모두 환경에 대해 한마음으로 뭉친 듯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몰랐던 습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연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각심을 느낀 것이 오늘 가장 큰 배움이었습니다. 빈 그릇 운동, 일회용품 안 쓰기, 물 받아쓰기 등등 12가지 실천 항목이 이제 귀찮고 불편한 남의 일이 아니라, 내 몸과 연결된 내 몸의 한 부분을 돌보는 마음으로 ‘행복한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국제 람사르 협약 -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이다.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써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이다. 줄여서 "습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Wetlands)이라는 약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체결하였으며, 1975년 12월 21일부터 발효되었다. 현재 157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였으며, 2008년에는 경남 창원에서 람사르 협약의 당사국 총회인 “제10차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람사르 협약)


글_권수진 희망리포터 (해운대법당)
편집_박소정 (동래법당)

전체댓글 1

0/200

봄선

이 갯벌의 농게 한 마리도 나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농사를 짓다보면 더욱 그런 느낌입니다...삽질을 하다가 개미집이 나타나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좋은 경험 주위에 많이 전하세요..._()_...

2016-07-11 07:19:57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해운대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