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도법당
책으로 시작된 인연, 천 일의 약속으로 깊어지다
이소영 님 수행이야기

천 년의 어둠을 밝히는 데는 천 년의 세월이 아니어도 되는 듯합니다.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인연이 천 일의 약속으로 이어지는 감동!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다던 말처럼 어느 날 이후 세상이 온통 달라진 송도법당 가을불교대 이소영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모둠법회 후 도반들과 함께
▲ 모둠법회 후 도반들과 함께

책으로 법륜스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위치는 되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식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부터 독서를 좀 해보자 싶었어요. 그때 만나게 된 것이 법륜스님 책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에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모든 답이 책 안에 있었습니다. 스님 책의 80% 이상 읽었습니다. 책과 함께 들어 있는 CD는 출퇴근 시간에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시간만 나면 유튜브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애들한테도 읽어봐라, 들어봐라, 노래를 하며 생활의 전반이 스님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법륜스님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이지? 무엇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이토록 치열하게 다니는 것이지? 의심과 궁금증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스님을 검색했습니다. 법륜스님에 대해 검증해 가면 갈수록 ‘스님은 자기의 이익이나 명예 돈 때문에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접근해보자 싶어졌습니다. 정토회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불교대학 홍보를 보았습니다. '갈까, 말까, 귀찮을 거 같은데' 하는 갈등이 일었습니다. ' 이제 일도 좀 줄이고 놀러도 다니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일주일에 한 번 쉽지 않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결국, 한번 해보자고 결론 내리고 불교대에 입학했습니다.

첫 수업을 들으면서 스님의 자상한 말씀과 눈빛을 기억합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고 깨닫지도 못한 때였지만 “결석하면 안 돼요. 포기하지 말라”고 하시는 모습이 참 고맙게 와 닿았습니다. 스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당부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 검증(?)에 따른 확신이었지요.

 가을불교대 남산순례 (오른쪽 이소영님)
▲ 가을불교대 남산순례 (오른쪽 이소영님)

‘그래 일 년 동안 결석하지 말고 개근상 타보자’ 결심했습니다. 한주 한주의 수업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마음나누기를 할 때 도반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도 느끼고 스스럼없이 어떤 얘기도 풀어놓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수행맛보기는 저에게 또 다른 인생을 살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나이가 운동부족도 있고 갱년기 우울증도 있고 해서 밤에 깊은 잠을 못 자기도 했습니다. 헬스장도 다녀보고 걷기도 해보았지만 그다지 큰 성과가 없었습니다. 절은 달랐습니다. 시간도 절약되고 운동 효과는 말로는 다 못할 정도였습니다.

108배 책을 두 권 사서 읽고 또 읽고, 수행의 차원이 아니라 운동의 차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법당에서 입재식 얘기를 듣고 ‘한번 구경이나 해보지 모’ 하는 마음으로 참관하게 되었어요. 먹을 거 잔뜩 싸가지고 가벼운 맘으로 갔는데 이게 웬일, 관광버스와 그 인파를 보고 속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이 많은 사람이 여기 무엇 때문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재하러 간 것은 아닌데 예비입재자 카드에 등록하고 예비입재자 결의식에 참여했습니다. 큰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그 많은 분들이 첫 입재하는 저희를 박수로 격려해줄 때 제 마음은 ‘이를 어쩌지’ 하는 기분이었어요. 박수받은 값은 해야 한다 싶었거든요.

그 다음 날 출근하는데 나무, 도로, 햇빛 등등 너무 달라 보였어요. 모든 게 새로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결심을 합니다. '그래 삼 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말고 108배 한다, 열 번의 입재식에 꼭 간다, 스스로 한 약속이니 잘 지켜 열 번째 입재식에서 천 일 동안 절한 사람들 상 준다고 하니까 그 상 한번 꼭 타본다.'라고요.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참회가 시작됐습니다. 운동으로 시작된 절은 참회의 절로 바뀌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참회가 가장 먼저였습니다. 누가 나에게 자식에 대해서 참회하라고 때린 것도 윽박지른 것도 아닌데 성적에 눈이 멀어서 아이들 야단치고 소리 지르고 미친 듯 날뛰던 지나간 세월들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안방에 방석을 깔고 새벽 수행을 하면서 방석을 아이들 방 쪽으로 놓고 절했습니다. 부모로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통일축전에 봉사자로 참석
▲ 통일축전에 봉사자로 참석

또 한 번의 깨달음은 깨달음의 장에서 얻었습니다. 법당 다니면서 수업과 법문을 듣고 마음나누기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수련이었습니다. 법사님의 안내에 따라서 도반님들의 서로 다른 생활을 듣고 얘기 나누면서 얼마나 울고 참회했는지 모릅니다. 법문 들으면서 부처님 설법에 그 많은 제자들이 한 번에 깨쳤다 그랬을 때 저건 거짓말이지 설마 했는데 그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무엇인가 머리를 탁하고 치는 듯한 깨침이 있었어요.

“독하고 쌀쌀맞고 극성맞고 엄마 따라갈 사람 없다. 당신 당할 사람 없다”는 말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회사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죠. ’아무것도 아닌 나’가 느껴지면서 그동안 누구에게도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던 나 자신이 보였습니다. 그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었구나 생각하니 밤에 잠을 자다가도 눈이 뻔쩍 뜨여지고 눈물이 나고 머리가 아팠습니다. 내 사랑하는 남편은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지면서 오직 나 하나의 욕심에 눈이 뒤집혀서 남편, 아들, 딸을 사정없이 몰아치고 화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힘들었습니다. 한 번의 깨침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절대 잊지는 못할 것 같고 두 번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도반들과 함께한 거리모금
▲ 도반들과 함께한 거리모금

거리모금도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서 나갈 때는 처음과 달랐습니다. 쑥스럽지 않았습니다. 화면에 비친 아이들이 생각나면서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가서 누웠는데도 뿌듯했습니다.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매일 하는 108배 속에 염원을 담습니다.

'남은 인생은 정토행자로서 살 것을 다짐합니다.
그동안 너무 무지하게 살았던 제 인생을 참회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식, 아내, 엄마로서 성실히 생활하자 합니다.
이 세상에 살아서 숨 쉬는 동안 저 멀리 굶어서 죽는 아이들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기부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환경실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봉사와 보시와 수행을 꼭 하는 정토행자가 되겠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서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스님께 받은 은혜는 어떤 방법으로든 꼭 갚는 정토행자가 되겠습니다'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글_이소영 (송도법당 가을불교대)
편집_ 유재숙 (인천경기서부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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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깨달음의 매력을 잘 보여주셨네요. 고맙습니다_()_

2016-06-22 16:24:19

최창용

여보~ 사랑합니다!
법륜스님 고맙습니다. 송도도반 여러분 고맙습니다!
50넘어 성격바뀐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변한 모습을 생전에 볼 줄이야!
도반은 아니지만 일생의 반려자로서 정토행자를 도와 그 은혜를 갚는데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6-06-17 20:02:41

박민아

이소영님이 부처님 법 만나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정말 감동입니다

2016-06-17 0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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