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산법당
반짝반짝 빛나는 내 마음
법당 1주년 기념 대청소

남산법당은 2015년 5월에 개원하여 올해로 1년이 된 신생법당입니다. 봄불교대, 가을불교대, 봄경전반, 수행법회 등 작지만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중입니다. 1주년을 맞아 졸업을 앞둔 가을불교대생들의 왁자지껄 청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은주, 김창심, 강혜란, 박정은 님
▲ 이은주, 김창심, 강혜란, 박정은 님

싱크대와 선반 닦기

오전 10시, 여는 모임에서 소임을 정합니다. 뭐가 쉬울까 머리 굴리는 제 모습과는 달리 불교대생은 가볍기만 합니다. 평소 청소와 친하지 않은 저는 냉장고 정리가 제일 쉬울 것 같아 냉큼 맡습니다. 우선 냉장고의 내용물을 꺼내고 안을 닦아냅니다. 작은 수납용 칸들을 떼어내어 쓱싹쓱싹, 두 눈은 주위를 살핍니다.

이은주 님은 의자 위에 올라가 싱크대 선반을 닦습니다. 팔을 크게 뻗어 닿지 않으니 뒤꿈치까지 세워 힘차게 닦아냅니다. 적극적인 모습이 살림꾼답습니다.
나처럼 요리조리 재지 않는 모습이 멋집니다. 씽크대 선반을 모두 닦고 아래 칸 식기들을 정리하는 손놀림이 빠릅니다. 가끔 궁금한 것을 물어가며 하는 모습에 늘 멋대로 하는 제 모습이 스칩니다.

깨끗해진 레인지후드
▲ 깨끗해진 레인지후드

그 옆에선 강혜란 님과 김창심 님이 전자레인지와 후드를 닦습니다

1년간 묵은 때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 두 분의 몸놀림이 한참이나 머물러 있습니다. 간간이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주방 가득 울려 퍼집니다. 수업하고 가기 바빴던 학생들이 여유롭게 시간이 주어지니 주방은 금세 사랑방이 됩니다. 별로 우습지도 않은 얘기에 까르르 웃음보가 터지는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아 긴장하지 않기에 오는 편안함이란 생각을 합니다.

깔끔해진 가스레인지
▲ 깔끔해진 가스레인지

오후가 되자 뱃속에서 뱃고동이 자꾸 올립니다. 후식으로 먹을 수박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접시에 담는 박정은 님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둥글게 자른 수박 밑동을 도려내고 깍두기를 썰듯 듬성듬성 썰어냅니다. 감탄하는 내 말에 "살림 한지가 얼만데요"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한마디에 내 마음은 머물러 있습니다. 빼낸 선반의 위치를 몰라 결국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냉장고 정리를 마쳤습니다.

수박을 썰고 있는 박정은 님
▲ 수박을 썰고 있는 박정은 님

방석 먼지 털기

그 시각, 옆방에서는 방석에 묻은 먼지를 청소기로 털어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허리를 구부린 채 혼자서 묵묵히 하던 이단희 님 곁에 이은주 님이 손을 보탭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는 자세가 주인 된 자세란 생각을 합니다. 청소기론 먼지가 제대로 털리지 않아 물걸레로 일일이 먼지를 털어냅니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한 것 같지만, 빗질을 해 보면 뜻밖에 먼지나 찌꺼기가 많이 나옵니다. 우리의 업식도 이같이 잔잔할 땐 모르지만 경계에 부딪히면 걷잡을 수 없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청소가 끝난 법당은 공기마저 다릅니다.

방석 먼지를 털고 있는 이단희, 이은주 님
▲ 방석 먼지를 털고 있는 이단희, 이은주 님

닫는 모임에서 “도반과 여유롭게 하는 청소가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다.”, “깨끗해진 법당을 보니 흐뭇하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다른 이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수행, 봉사, 보시를 왜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함께하는 것이 주는 행복이 뭔지 알겠다.”는 분 등 나누기도 다양합니다.

청소를 마치고 신발장 먼지를 털어내며 해맑게 웃던 강혜란 님의 미소가 집에 가는 내내 떠오릅니다. 오늘 청소한 곳은 법당이 아니라 내 마음이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글_박나교(남산법당 희망리포터)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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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심

멋진글 감사합니다
혼자하면 노동 같이하니 놀이~~
함께한 도반님들감사합니다

2016-06-14 14:29:16

무애행

멋진 보살님들의 정겹고 다정한 봉사 모습이 떠올려집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감사합니다~~~

2016-06-14 13: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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