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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정토회의 천일결사 담당 소임을 맡은 오혜영 님은 언제나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도반입니다. 스님 말씀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는 오혜영 님의 감동적인 수행담입니다.
아이가 또 학교를 옮긴 지 사흘 째 되던 날
제 딸 덕분에 정토회를 알게 되었어요. 4년 전쯤 제 큰딸이 나쁜 맘을 먹고 약을 먹은 적이 있어요. 아이가 공황 장애, 우울증, 불안 증세 등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열 군데도 넘게 옮겨 다닌 것 같아요. 친구가 있는 사립학교로 옮긴 지 사흘째 되던 날 학교 간다고 나간 애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서 산으로 가버린 거예요. “엄마, 나 산이야” 하고 전화가 왔는데 기가 막힌 거죠. “괜찮아, 진정하고 집으로 와” 했는데 아이가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알약 60개를 씹어먹으며 온 거예요. 애가 정신을 못 차리고 “엄마, 나 약 먹었어” 하는데 그 길로 응급실로 달려가서 한 달 반을 입원해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하고.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들고 정신이 없던 와중에 아이를 통해서 법륜스님 이름을 듣게 됐어요. 아이가 마침 한국인 상담사와 상담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분이 한국으로 휴가를 가면서 법륜스님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는 거예요. 딸 애가 지나는 말로 한 얘기였는데 그 말을 듣고 유튜브로 스님 법문을 찾아 듣게 된 거죠.
아이를 통해 듣게 된 이름, ‘법륜스님’
무작정 시작한 100일 기도
당시에 저는 엄청난 불안 속에 살고 있었어요. 아이 방문을 열었을 때 아이가 잘못돼 있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면서 매일 불안 속에 떠는 거예요. 미친 듯이 스님 법문을 찾아 듣다가 무작정 100일 기도를 시작했어요. 성당 다닐 때 쓰던 묵주가 있었거든요. 그 묵주를 가지고 108배를 시작했어요. 기도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맨날 울면서 기도를 했어요. 작정했던 100일을 채우고 기도를 계속하다 법당에 나가게 됐지요.
우리 아이는 머리가 좋고 굉장히 예민한 아이예요. 6학년 때 호주에 왔는데 반에서 왕따 같은 것을 당한 거예요. 영어를 잘 못하니까 뒤에서 뭐라고 하면 다 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렸대요. 길을 걷다가도 호주 애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거나 하면 발작처럼 공황 장애가 일어나 숨을 못 쉴 것 같다고 했어요. 저는 그런 아이를 이해를 못 했어요. 아이가 저 스스로 나 병원에 좀 가야겠다고 할 때까지도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몰랐던 거예요. 애는 줄곧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나는 그걸 무시하고 나도 그만큼은 힘들면서 컸다고 별거 아니라고 했으니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한 일 년쯤 지나고 병원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하는 거예요. 일 년 넘게 쉬었는데도 금세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괜찮은가 싶었는데 연말에 또 사건이 터졌어요.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에 극도로 긴장해서 밤새도록 공부를 해놓고도 학교에 못 가는 거예요. 너무 무섭다고. 어느 날 새벽에 아이가 나를 깨우는데 손에 약이 한 움큼 들려있었어요. 약을 먹기 전에 나를 깨운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 경전반 졸업식에서 스님께 수료증을 받는 오혜영 님
불을 환히 켜보니 내가 아이 발을 콱 밟고 있더라
그런데 이 모든 문제가 다 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수행을 하면서 알게 된 거죠. 아이를 힘들게 했던 게 바로 나라는 걸. 스님 법문 중에 ‘아이가 왜 맨날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지 몰랐는데 불을 환히 켜보니 내가 아이 발을 콱 밟고 있더라’ 하는 말씀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제 모습이었던 거예요. 내 탓인 줄 모르고 저 애만 없어지면 우리 집이 행복할 텐데,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했었으니 지금은 너무 미안해요.
어릴 때 내 정서는 불안 그 자체였어요. 집이 늘 전쟁터 같았으니까.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아버지는 자주 술에 취해 들어오시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향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동생들은 울고. 집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3학년 때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어요. 몇 년 뒤에 엄마랑 다시 살게 됐지만 엄마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 또 우릴 두고 나가버릴까 봐 불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 앞에서 한 번도 아빠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어요. 재작년에 엄마가 시드니에 오셨을 때 그동안 궁금했던 아빠 얘기를 다 물어봤어요. 내 마음이 편해지니까 물어볼 수 있게 됐어요. 기도를 통해서 내가 아버지를 진짜 미워하고 있었구나 마음속 응어리의 원인을 찾았던 거죠.
아이들은 나 같은 불안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찍 결혼해서 애들을 낳았는데 아이들을 두고 어디 나갈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도 트라우마였던 거죠. 아이들이 나 같은 불안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클 때까지 옆에 있어 줘야겠다 했는데, 내가 불안해서 애들을 붙들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잘한다고 좋은 것만 먹이고 일찍 재우고 TV도 없애고 잘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을 내 틀 안에 가두고 꼼짝 못 하게 했던 거예요. 애들한텐 폭력적인 엄마였던 셈이죠. 그러니 우리 큰 애가 그럴 만했던 거예요.
애들 아빠가 일이 잘 안 돼서 술을 마시기라도 하면 제가 꼭 엄마 같은 모습을 보였어요. 소주병만 보면 엄마처럼 변하는 거예요. 신혼 초에는 물건도 많이 집어 던졌어요. 그런 내 마음이 아이한테 고스란히 간 거죠. 우리 아이 말이 아빠가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인 것도 아니고 자기를 많이 혼내는 것도 아닌데 아빠가 싫다는 거예요. 아빠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밥도 같이 안 먹었어요. 제가 결혼하고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아기 아빠를 무척 미워했거든요. 산후 우울증도 심했는데 둘째 낳고 우울증이 제일 심할 때 그걸 큰 애한테 풀었어요. 손찌검도 하고 소리도 많이 지르고 했으니 예민한 애가 그걸 다 흡수한 거죠.
3년 반 동안 꾸준히 해 온 기도의 힘
내가 심은 인연의 과보인 줄을 모르고 죽을 것처럼 힘이 들어서 법당에 더 열심히 나갔어요. 불교대학 개근상도 탔어요. 스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저는 스님 말씀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요. 처음에는 미친 듯이 즉문즉설을 찾아 들으니까 애들이 스님 목소리만 들어도 싫어했어요. 엄마가 완전히 빠져있다고 애들 아빠도 아이들도 제가 정토회 가는 것을 싫어했죠.
제가 바뀌고 편안해지니까 가족들도 점차 편안해지고 관계도 좋아졌어요. 이제는 큰 애가 아빠랑 더 친해져서 멜번에 유학 가 있는 아이 소식을 애 아빠한테 들어요. 엄마하고 제 사이도 많이 좋아져서 저 따라 절도 하고 스님 법문도 들으러 가시지요.
그렇게 힘든 고비를 넘긴 아이는 상위 0.1%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의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정신과 의사가 꿈이었는데 고비를 넘기면서 길을 찾아간 거죠. 그런 아이에게 저는 또 제 염려로 의대 가는 것도, 유학하는 것도 말렸어요. 가족 떨어져서, 또 공부가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 봐요. 여전히 마음 한쪽에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아이는 혼자 서야 하니까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기도는 꼭 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수행해 온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기도하니까 나를 계속 돌아보게 돼요. 도반들 얘기가 제가 처음 법당에 왔을 때랑 비교해서 얼굴이 많이 달라지고 환해졌대요. 스님을 못 만났으면, 수행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다들 기도를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 즉문즉설 강연장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모습
받은 공덕을 회향하는 마음으로 봉사해
저는 게으르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싫은데 회향하는 마음으로 봉사합니다. 누구한테 제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법당서 나누기하면서 많이 꺼내 놓을 수 있었어요. 누구 한 사람 제 얘기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또 얘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도반들 모두 먼저 수행을 한 사람들이라 말이 전해진다거나 뒷말이 생기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저 들어주기만 한 거죠.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고 또 법당 일은 남의 일, 정토회 일이 아니고 내 일이니까 회향하는 마음으로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오혜영 님은 이달 초 즉문즉설 강연차 시드니에 오신 스님을 뵙고 제 아이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선뜻 꺼내 공유해준 오혜영 님의 환한 얼굴을 뒤로하며 비슷한 상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희망의 빛이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글_이진선 희망리포터(시드니정토회 시드니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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