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도법당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문경특강에서 희양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김현진 님

 

남편은 참 자상하고 성실하며 가정적이다.

평일에는 7시면 퇴근하고 돌아와 식사 준비설거지집안 청소 등의 일을 도와주고아침에도 식사 후 말끔하게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야 출근을 하며주말 또한 밀린 빨래청소 등으로 허리 한번 펼 시간 없이 열심히 집안일을 한다도와주는 차원이 아니고 도맡아서 한다.

그런 반면 나는 일하고 집에 오면 식사 챙기고 아이들 보살피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이 거의 없고 주말에도 힘들어 죽겠다며 침대에 누워 잠을 자거나 TV를 보기 일쑤다.

남편은 술도 체질적으로 안 받아서 술값으로 흥청망청 날리는 일도 없고자신의 몸을 치장할 줄도 몰라서 돈을 낭비하지 않으며그럼에도 돈을 써야 할 곳이 있으면 대범하게 잘 쓰기도 한다친정에도 잘하고 내 말도 잘 들어준다.

 

세상에 이런 남편이 있을까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그러나 이처럼 남편은 완벽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다아이들과 잘 놀아줄 줄 모른다고 불평했고동생들을 너무 챙기는 모습에 내 가족 먼저 돌보라고 잔소리를 했으며내 뜻대로 남편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온몸으로 짜증을 부리며 시위하였고아이들 앞에서 남편을 깎아내리며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맞벌이하면서 시아버님을 부양하고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항상 남편 머리 꼭대기에서 남편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다른 집 아이들과는 달리 아빠와 친근한 관계를 맺지 못했는데그것은 온전히 남편이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해서 생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불교대 졸업수련에서 발표자로 나온 김현진 님

 

나는 대체로 차분한 성격으로 보였다.

누가 싫은 소리를 해도남이 나와 다른 주장을 해도 남편과 아이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잘 참고 배려해주며 장단을 잘 맞춰주는 모나지 않은 사람인 듯 보였다.

특히 어른들께는 순종하는 것처럼 보였는데그것은 아마 어린 시절 할머니와 자주 부딪치던 엄마를 보며 웃어른이 야단치면 대들지 않고 그냥 순종하면 집안이 편안할 텐데 왜 엄마는 그러지 못할까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러나 남편과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내 안은 용광로처럼 뭔가가 끓고 있는 것 같았고알 수 없는 불만과 불안감에 힘들어했으며 평상시에는 잘 참아내다가 뭔가 꼬투리가 잡히면 별일이 아님에도 심하게 폭발하곤 했다.

가끔은 이만하면 행복하다는 생각도 했다가, 11살 나이로 하늘나라에 보낸 큰 딸아이를 생각하며 가슴 저리고 아파하기도 했다가평생 직장에 매여 있는 내 삶에 대해 푸념도 했다가내 바람대로 자라주지 않은 아이들 때문에 속앓이도 했다가.

나 스스로 나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었고 좋고 나쁠 때의 감정 기복이 갈수록 커졌다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직장과 가정생활이 안정되어 가고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임에도 화와 짜증은 심해졌다그러면서 내가 화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남편이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렸기 때문이고또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겉에서 보이는 삶과 내면의 삶과의 갭이 커지면서 방황하던 중 2년전에 우연히 팟캐스트를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불교 신자이므로 어렸을 때 절에 가시는 모습을 뵈었기 때문에 나도 종교를 가진다면 불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내가 접근하기에 절은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그래서 단 한 번도 종교적인 이유로 절에 가 본 적이 없었고부처님 법에 대해서도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해탈열반, 4성제, 8정도 등의 단어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스님의 즉문 즉설이라.

호기심에 듣게 된 즉문즉설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내가 산이나 꽃을 좋아하지만 산이나 꽃이 나를 좋아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은 내가 기대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내가 좋으면 그만일 뿐 기대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좋은 것이다사람도 마찬가지이다내가 이만큼 사랑했으니 너도 이만큼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기대하지만 그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으니 화가 나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법문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요즘 집에서 자꾸 화가 나는 이유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구나항상 남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기대한 내 마음 때문에 화가 나는구나생각해 볼수록 정말 그런 것 같았다이치에 맞는 말이었다그 후 나는 강한 끌림으로 열심히 법문을 듣게 되었다.

 

그즈음 나에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 문제였다.

항상 엄마보다 더 의지하면서 같이 지내던 언니를 어린 나이에 잃고 언니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무게감을 지니고 살았을 딸아이큰 아이 사고 후 태어난 아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어려웠다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아이들이 서운하고 미웠으며 그 때문에 괴로웠다.

나는 결혼 전부터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녔으므로 아이들은 돌 지나면서부터 놀이방과 학원을 전전하며 지내야 했고 가정보다는 일을 우선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은 부족했다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음에도 바라는 것은 태산처럼 컸다건강하고 튼튼하고 성격 좋은 아이로 자라기를 바랐고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부모의 위신을 세워 주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도 모른 채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딸 아이를 내 생각의 틀인 감옥에 가두어 놓고 감시하며 채찍을 휘두르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아이의 마음 같은 것을 헤아려 줄 여유가 없었다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보게 되었다.

나 같은 마누라를 만나서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알게 되었고나 같은 엄마를 만나서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웠을지도 알게 되었다모든 것은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집착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작년 봄에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올해 졸업했고 깨달음의장에도 다녀왔으며, 8-5차 입재식부터 8차 입재식까지 4차례의 입재식에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다그리고 올해 경전반에 입학했으며담당 소임도 함께 맡게 되었다.

 

1년 전보다 지금의 내 마음은 아주 잔잔해졌다.

내 마음이 어떤지를 잘 살펴볼 수 있게 되었으며그렇게 함으로써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이 빨라지니화가 올라왔더라도 금방 가라앉힐 힘이 생겼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에서 힘이 빠져나갔고이야기할 때 얼굴에서 화가 사라지고 표정이 편안해졌으며목소리에서도 짜증이 빠지고 상냥함이 남으니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해도 목소리 톤과 표정이 달라지니 아이들이 예전처럼 내 눈치를 보지 않는 듯하다.

 

남편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올라온다.

아직은 기존의 습이 남아 있어 남편의 말에 토를 달고 잠깐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고마운 마음을 내니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시시콜콜 따지는 모습이 조금씩 줄어든다.

머릿속도 한결 개운하고 가벼워졌다.

항상 머릿속에 구름이 낀 것처럼 흐릿했었는데지금은 깨끗한 시냇물에 머릿속을 헹구고 난 것처럼 맑고 투명하고 가벼워졌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5시면 일어나서 108배를 하며 수행한다.

수행 맛보기를 시작한 이후 108배를 항상 하기는 했지만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늘 힘들었고그래서 일이 있거나 몸이 아프면 핑계를 대고 자꾸 시간을 미루려는 마음이 생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산만한 성격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스님께서 들려주신 법문은 다시 한 번 강한 울림으로 나에게 다가왔다앞으로 3년간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 5시에 일어나서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 없다는 기도문으로 수행을 계속하면 아이의 산만한 성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그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문이었는데그때 나도 내 아이들을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행해 보자 결심했다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로 느껴졌다.

그 후 나는 항상 5시에 일어나서 108배 수행을 한다친정에 가서도회사에서 교육을 가서도여행을 가서도명절에도휴일에도어떤 경우에도 항상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 수행을 한다나는 아이들을 낳아 놓기만 했지 해 준 것이 없다스님께서는 아이가 선택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므로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정말 무책임한 엄마였다진작 불법을 알았더라면 좀 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그렇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지금이라도 불법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스님의 법문은 논리적이며 이치에 맞고 알아듣기 쉬워서 좋다.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에게 나약한 인간으로서 조아리며 비는 것이 아니라인간 붓다의 깨달음의 길을 알게 해 주고 나도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신다.

꾸준한 수행을 통해 나를 변화시킴으로써 내가 행복해지면남편과 아이들도 행복해져 우리 가정이 화목해 질 것이며우리와 같은 가정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도 행복해 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행을 시작한 지 약 10개월 정도 된 듯하다. 3년간 열심히 수행하면 그동안 지은 나의 업장을 녹여내어 변화된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5시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조용히 수행을 시작한다!!

 

_김현진(송도법당 봄경전 저녁반) 

담당_김수정 희망리포터(인천정토회 송도법당)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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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화

감동적인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2016-03-21 09:21:53

이기사

읽는 저도 행복했습니다.
성불하세요_()_

2016-03-20 13:53:37

^^^^

정말 감동이네요^^

2016-03-19 23: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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