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제주법당
나는 사랑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제주 JTS 캠페인 및 사랑의 바자회 이야기

[제주정토회 제주법당]

나는 사랑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제주 JTS 캠페인 및 사랑의 바자회 이야기

 

따뜻한 남쪽 섬 제주는 햇빛 비치는 날이 드문 12월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며칠째 계속되는 비바람과 추위에 걱정을 했는데 드디어 1219일 토요일, 하늘은 화창하고 기온도 제법 올랐습니다. 이날 제주시청 앞 어울림 광장에서 모두 30여명의 제주법당 도반들의 참여로 1시부터 5시까지 JTS 캠페인 및 사랑의 바자회가 열렸습니다.

 

매월 한 차례씩 JTS 모금활동을 해오던 제주법당에서는 한 달 전부터 공지를 통해 모아온 물품들을 가지고 송년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바자회 물품 기부 공지가 나간 지 한참이 지나도록 물품이 충분히 모이지 못해서 바자회가 잘 치러질지 고민이 많았는데, 행사 당일이 가까워질수록 법당 안쪽 작은 방안에는 이런 저런 사연을 담은 물품들이 그득 쌓여갔고, 담당 도반들의 바지런한 손놀림으로 분류가 이루어졌습니다. 물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얼마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는 매 순간에도 물질을 대하는 내 마음을 지켜보는, 마음 수행의 연장입니다.

 


법당에서 물품을 정리하며 바자회를 준비 중인 도반들

 

그동안 JTS 모금활동 봉사를 통해서 나를 내려놓는 실전훈련을 차곡차곡 해오던 제주 법당 도반 중에는 이날 캠페인에 처음 참여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날은 특별히 모금보다는 홍보 위주의 활동이 진행되어 도반들의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녕하세요한마디로 다가가며 홍보 전단지를 건네는 행동. 마음먹은 대로 가볍게 입이 떨어지지도, 손이 나가지도 못하는, 주저하는 나를 봅니다. 모금과 홍보활동을 통해서 를 내려놓는 연습은 계속됩니다. 한편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능숙하게 JTS를 소개하며 듣는 이들의 지갑까지 열게 만드는 베테랑 도반의 모습에 처음 캠페인에 참여하는 도반의 두 눈은 휘둥그레집니다. 베테랑 도반 정연심 님의 JTS 소개는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당당함이 있고, 상대방이 내 손길과 눈빛을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없습니다.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정토행자의 모습입니다.

 


거리모금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도반들의 모습. 외국인들에게 뭐라고 했을까요?

 

모금에서는 아이들이 넣어주는 동전 몇 개와 만 원 짜리 지폐 한 장이 주는 감동은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냈다는 점은 같기 때문입니다. 작은 돈과 큰 돈, 거절하거나 외면하는 표정과 기꺼이 홍보 리플렛을 받아주는 모습 등. 그 모든 반응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을 찬찬히 알아채면서 나를 내려놓는 수행을 하는, 우리는 정토행자입니다.

 


바자회가 열린 시청 어울림 광장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도반들

 

따뜻한 날씨에 감사하며 의류, 잡화 등 각자 맡은 자리에서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제 갓 8개월이 되었다는 아기를 안고 온 젊은 부부는 물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큰 쇼핑백 가득 알뜰하게 구매를 하고 갔습니다. 출산 후에 변화된 몸매 때문에 그동안 옷가게에 마음껏 들어가 쇼핑해보지 못했다는 아기 엄마는 이날 마음껏 입어보고 남편과 의논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한가득 옷을 샀습니다.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아기를 안고서 아내의 쇼핑에 조언을 하던 아빠는 운동기구 스테퍼를 골랐고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그 돈이 또 지구촌 굶주린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고 학교를 세워주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 가볍고 즐거운 쇼핑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JTS 사랑의 바자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잡화 코너에 몰려온 네 명의 중학생 아이들은 상자에 담겨있는 조립장난감들을 요리조리 잘도 맞추어 완성품으로 만들더니 가득 챙겨갔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그 옆으로 한 도반이 다가가 예쁜 수세미를 보여줍니다. 학생들 본인들 거 많이 샀으니까 엄마에게도 선물 하나씩 하세요.” 그 한마디에 아이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1,000원을 기꺼이 내어 수세미를 골라 집어듭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어여쁩니다.

 

물건이 한참 동안 팔리지 않다가 순식간에 팔리기도 하고. 그러나 조바심내지 않고 느긋하고 즐거운 표정의 도반들을 보니 역시 정토행자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품 판매가 막바지에 이르고 이제 정토회 봉사자들도 남은 물건들 중에서 하나 둘씩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로 합니다. 여기저기서 서로 권하고 값 흥정도 이루어집니다. 깎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덜 받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오갑니다. 열심히 물건들을 고르다가도 얼른 마음을 알아차리며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서로 웃습니다.

 

준비한 물건을 다 팔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남은 물품은 또 아름다운 가게로 가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이기에 도반들은 결과에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 행사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불교대학 및 경전반을 다니는 남자 도반들이 출동하여 마무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무거운 물품도 거뜬히, 법당에서 시청까지, 다시 시청에서 법당까지 신속 정확하게 오늘 캠페인 내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신 도반들 덕분에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JTS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는 제주법당 도반들의 모습. 당당하고 아름답습니다

 

현장에서의 행사를 모두 마치고 일정이 가능한 일부 도반들이 법당에 모여 가볍게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이 날 법당의 큰 행사를 치르면서 서로 처음 본 도반들도 많았는데, 함께 어우러져 따뜻한 일을 하여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모금을 진행했던 한 도반은 나이든 사람들보다는 젊은이들의 기부가 많은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였고, 모금하면서 아직 를 내려놓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자신, 분별심을 내는 자신을 바라보며 많은 공부하였다는 도반도 있었습니다.

 

그 중 행사의 진행을 쭉 함께했던 임란숙 님은 많은 이들이 조금씩 가져온 것으로 물건이 모이고, 작은 금액이 모여 큰 액수가 되고, 작은 힘들이 모여 커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놀랍다고 하였습니다. 바자회에서는 각 코너 별로 자리 잡고 펼쳐져 여러 도반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서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중에 어울림이 있고 하나가 이루어지는구나. 그 모습에서 연기법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뿌듯하고 기뻐서 감동적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끝으로 이번 바자회의 총괄을 맡았던 박경숙 님의 소감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아직은 수행이 덜 되어서인지 일이 주어지면 입으로, 머리로는 하지만 가슴은 하기 싫은 마음에 끄달립니다. 진행과정에서는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귀찮다는 마음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내 문제라는 걸 알아차려서 남을 탓하진 않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어떤 일을 주로 혼자서만 해 와서 이번에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줄 모르고 혼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는데, 한 분 한 분 도와주셔서 함께 준비하는 그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혼자서만 하려고 하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 이것이 나의 오래된 습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행사 과정에서도 잘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고 잘 안 되는 부분만 보이고, 혼자서만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너무 빈틈없이 하려고 하고 잘하려고 하다 보니 화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와 많이 닮아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도반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했고, 무사히 치러내어 뿌듯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수행의 마음을 토대로, 서로가 어우러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을 모으고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일. 이 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이웃에게 법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는 정토행자들이었습니다.

 

_김문정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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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화

잘들었습니다. 제주도반들 멋지네요!

2016-01-05 13:51:16

이현주

민주씨, <br />여기서도 뵙네요 ^^<br />문경에서도, 제주에서도~~ <br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순이 되어 잘 쓰이고 있는 모습보고 배웁니다 ~~

2016-01-05 12:29:51

보리안

바자회용 물건을 대하며, 또 모금활동을 하며 마음 지켜보기,,, 공감 백배입니다!^^

2016-01-05 11: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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