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권선법당
여섯 도반들의 좌충우돌 경주 남산 순례기

 

[수원정토회 권선법당]

여섯 도반들의 좌충우돌 경주 남산 순례기

     

지난 1018, 권선법당 봄불교대학 저녁반 여섯 도반들, 즉 불교대 담당, 부담당 그리고 학생 4명이 참여한 남산 순례기입니다. 스텝으로 참여한 담당자는 며칠 전부터 몸살감기를 앓고 있어 힘들어 보였습니다. 부담당 역시 무릎이 아파 오래 걷기가 불편합니다. 김순이 님은 발바닥이 아프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는 이윤숙 님은 무척 피곤한 상태에서 참여했습니다. 김경숙 님은 말이 없지만 힘들어 보입니다. 임종숙 님은 체력이 약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들 남산순례에 참여했습니다. 장애 가운데 해탈해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 권선법당 봄불교대 여섯 도반과 희광법사님과 함께 찰칵 

 

다른 팀들은 먼저 올라가고 저희들은 조금 늦게 희광법사님 안내에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은 아름답고 가뭄이어도 마르지 않고 내리는 계곡물은 시원했습니다. 용장골에 있는 용장사는 조선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 은거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곳이라고 합니다. 조금 올라가니 머리가 잘린 불상이 땅에 박혀 있었는데 기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교를 탄압한 조선시대 유생들이 온통 불상의 머리만 훼손해 버린 탓이라고 합니다. 기분이 나빴습니다. 모두들 숙연한 분위기였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경주 남산에는 왕릉 13, 96, 불상 118개나 있다고 합니다. 그 많은 불상들이 훼손되어 여기 저기 뒹굴고 있다니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바로 위로 보입니다. 그런데 계단공사를 하고 있어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합니다. ‘저 탑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올라갈 수 없다니.’ 아쉬운 마음에 다들 카메라를 꺼내 멀리 보이는 탑을 찍었습니다. 희광법사님이 조금 쉬면서 간식 먹고 가자고 합니다. 간식을 먹으며 하염없이 삼층석탑에 눈이 갑니다. 이 탑이 특이한 것은 기단이 없는 탑이라고 합니다. 기단이 없는 게 아니라 바위산을 기단으로 삼아 서있는 탑이랍니다.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 전체가 떠받치고 있는 탑이라. 이렇게 큰 탑을 본 적이 있었던가?’

     


▲ 용장사지 삼층석탑 (출처: 스님의 하루) 


간식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시간은 여기까지였습니다. 길이 막히니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 다른 길로 걸어 목적지인 통일암에 도착하려니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오전 8시에 출발해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리라던 기대는 벌써 사라지고 내내 오르막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앞에 간 사람들이 술렁입니다. 남산 꼭대기에 다다른 것입니다. 사방이 뻥 뚫렸습니다. 황금 들녘과 경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아주 상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내려가야 합니다. 아직도 멀었습니다.

     

바위산을 내려가려니 가파르고 위험해 보입니다. 새로 철제 계단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 내려가기가 더 어렵습니다. 또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어 바쁘지만 기다려야 합니다. 내려갈 땐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온통 바윗길이라 긴장하고 집중해서 내려와야 합니다. 서로 잡아주며 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없습니다. 이제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렇지만 가야만합니다.

     


▲ 칠불암 


무슨 암자가 보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땅밑만 보고 걷다보니 큰 바위도 보입니다. 이게 뭐지? ... , 칠불암입니다. 바위에 새겨진 일곱 부처님은 온화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몇 장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앞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안 보입니다. 재촉해 내려가다 보니 우리 일행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다시 뒤로 가서 일행을 챙겨 힘을 내자고 합니다. 그래도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드디어 가까이 도착하니 수신기 이어폰에서 먼저 와서 있던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다 왔구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시작되어 도착해 뒤쪽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오고 다리에 쥐가 납니다. 그래도 반가운 도반들을 만나고 스님 말씀을 들으며 웃었습니다. 힘들었던 일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한참동안 즉문즉설을 마치고 드디어 염불사로 이동합니다.

     

1,000여 명이 염불사 마당에 나란히 서자 법륜스님께서 간절한 발원기도를 합니다. 여기에 함께 동참한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합니다. 발원기도 후 스님께서는 수행보시봉사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십니다. 그리고 탑 앞에서 각 지부별 사진을 찍었습니다.

     

버스 타러 돌아가는 길에는 활짝 핀 코스모스가 오늘 고생했다고 손을 흔듭니다. 우리들도 얼굴이 활짝 피었습니다.                  

     

_한도겸 희망리포터

   

관련기사 : 스님의 하루 2015.10.18 정토불교대학 경주 남산 순례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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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환

평택법당 정근환입니다. 전 그날 하나도힘들지않고 무진장재미있었죠^^다만 몇몇보살님들은 죽다살아났죠.그 정도의산행은 몸 풀기수준이죠.약 오르죠.여하튼 고생하셨고 감사했읍니다.

2015-10-27 13:39:54

정근환

평택법당 정근환입니다. 전 그날 하나도힘들지않고 무진장재미있었죠^^다만 몇몇보살님들은 죽다살아났죠.그 정도의산행은 몸 풀기수준이죠.약 오르죠.여하튼 고생하셨고 감사했읍니다.

2015-10-27 13:37:38

채송화

애고, 다들 쉽지 않은 순례를 완주하셨군요~
장하십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15-10-27 13: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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