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문경공동체
같이 있으면 운이 좋은 사람

같이 있으면 운이 좋아지는 사람 - ‘길상’ 최동호 행자원 반장

“제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예요!”

이렇게 자신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 법명 ‘길상’, 최동호 정토회 행자원 반장. ‘길상’이라는 법명은 정토회 지도법사이신 법륜 스님이 ‘재수좋은 놈’이라며 지어주셨다.

부처님이 중도의 깨달음을 얻기 직전 향기나는 풀(길상초)로 자리를 마련해준 이가 목동 ‘길상’이다. 백일간의 출가수행을 통해 자기를 찾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수행처 정토회 행자원. 행자원의 온갖 대소사를 처리해주는 반장역할과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자리를 깔았던 역할이 절묘하게 대비된다.

“스님이 지어주신 법명이 정말 좋아요. 스님께서 ‘함께 있으면 운이 좋아진다고 느끼게 되는 사람이 있다. 남모르게 좋은 일 많이 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운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오체투지순례단이 서울로 들어오던 날 비를 맞으며 오체투지순례에 참여했다.
▲ 오체투지순례단이 서울로 들어오던 날 비를 맞으며 오체투지순례에 참여했다.

“늘 일상 속에서 행복하다”

최근 천일결사 명심문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를 떠올리며 “언제 가장 행복한가?” 하고 물어보았다.

“특별히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좋다’고 느낍니다. 아침에 일어나 예불하고 밥 먹고 땀 흘려 일하고 시원하게 씻고 저녁예불하고 잠들기 전에 잠깐이라도 고요한 명상에 들고, 그런 그 모든 일상이 소중하고 기분 좋습니다. 그걸 달리 말하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문에 현답이다.

‘무시무종’, 한 장의 편지글에 바뀐 인생행로

그는 평범한 직장인(공무원)이었다.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을 가져온 것은 한 장의 편지, 현재 필리핀 민다나오 JTS에서 활동하고 있는 큰 누이 최정연 활동가에게서 받은 편지 때문이었다. 전에도 종종 큰 누이에게서 편지를 받았었다. 그런데 인연인지, 전에는 새겨 읽지 않던 누이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편지에는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 스님의 ‘무시무종’이라는 글이 별지로 끼어있었다.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과 끝은 다르지 않다

시작과 끝은 같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생각을 일으켜 경계를 짓고 시작과 끝의 두 모양을 지으니

현상에 집착하여 온갖 고뇌를 일으킨다

한 생각 쉬어지니 경계가 사라지고

모양이 없으니 집착할 바 없구나

팔만사천 온갖 번뇌 본래 없어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없어라

현재는 다만 한 순간 순간이니

무엇을 집착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

생각에 사로잡혀 생각에 빠졌구나

꿈속에 사는 사람일 뿐

다만 현재에 집중하라

깨어 있으라

순간순간 깨어있는 사람 보살이라네

잘못한 줄 알아서 곧 뉘우치고 틀린 줄 알아서 곧 고치며

모르면 물어서 알아보는 사람

천하 그 누구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

날이면 날마다 언제 어디서나

이대로 좋은 사람

배고픈 이에게는 양식이 되고

병든 이에게는 양약이 되고

목마른 이에게는 감로수가 되고

길 잃은 이에게는 길잡이가 되리니

괴로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을 만든다네

그 이름도 아름다운 이 깨달은 사람, 보살

그가 사는 세상

정토(淨土)

“머리를 한 방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아! 내가 잘못 살아왔구나!”

그 길로 짐을 싸 정토회를 찾았다. 맨 처음 찾은 곳은 울산 정토회. 당시 울산 정토회는 아직 정기법회가 열리지 않아 부산 동래 정토회로 갔다. 그곳에서 입재해 이듬해인 2004년 해운대 정토회가 개원하고 비슷한 시기에 울산정토회가 만들어지면서 차례로 거처를 옮기며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그러다가 직장은 2005년 가을에 완전히 정리했다.

2006년 2월부터 문경 생활이 시작됐다. 지금의 ‘백일출가’의 전신인 ‘기도대중 대표’로 있던 그를 문경 정토수련원장인 유수스님이 어느 날부터 ‘행자원 반장’으로 불렀다. ‘백일출가’ 1기가 진행되던 2006년 10월 이후 6기 ‘100일 출가’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에 이르렀다.

“나를 싫어했던 사람들이 고맙다”

“나에 대해 싫어하거나 분별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에 대한 분별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불편하고 걸렸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이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많이 바뀌고 있고 돌아보고 공부도 하게 됩니다. 그 분들이 지금도 고맙습니다.”

힘들때도 있었을 텐데요?

“항상 현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잘 안되지만...

예전에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점이자 장점인 것이 기억력이 안 좋아서 지나간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일을 하다 잘 안될 때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돌아보면 힘들었다기보다는 어리석었다고 생각해요.”

가족 중 3명이 정토회 활동

부모님은 현재 마산에 살고 계신다. 형제는 3녀2남. 쌍둥이 형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 막내다. 그런데 다섯 명의 형제동기 중 정토회와 관련 있는 사람이 셋이나 된다. JTS 활동가인 큰 누이. 그 아래 둘째 누이도 마산에서 직장생활하면서 정토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셋째 누이와 형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고 있다.

정토회에 들어오고 나서 집에 들른 것은 한 번 밖에 없다. 부모님은 정토회에 사는 것을 이해는 하시지만 결혼해 평범하게 사는 것을 아직 바라 신다. 그러나 자신이 온전히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은 없다.

출가수행 프로그램 정착돼 지원자도 늘어

‘백일출가’ 수행 프로그램은 연간 2회씩 꾸려오다 2009년 들어서는 년3회로 계획하고 있다. ‘100일출가’라는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지고 정착돼 6기 출가행자는 지원자만 70명이 넘었다. 지원자 중에는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게 될까 가슴을 졸인 사람이 생겨날 정도다.

6기 ‘백일 출가’ 행자들의 회향을 10여일 앞둔 2009년 5월 중순 현재 행자원 식구들은 50여명, 그 중 6기 행자들만 41명이다. ‘백일 출가’ 프로그램은 문경 정토수련원의 수련공간이 확보되면서 앞으로도 많은 지원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백일출가가 삶의 어떤 도움이 될까요?

“세상 어떤 일도 자기를 비춰 돌아볼 수 있으면 삶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제가 행자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입니다. 자기 내면을 지켜보는 100일출가의 경험은 나이·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나 일생에 가장 값진 시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백일 출가’ 이후에는 뭐가 있나

“‘백일 출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보통은 자기 생활공간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더 깊은 공부·수행을 하고 싶은 마음을 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것이 행자대학원 과정이다. 행자대학원은 첫 6개월을 문경에서 살며 일과 수행을 병행하고 다음 6개월간 서울에서 NGO실무실습을 한다. 그 다음 6개월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다시 문경에서 6개월간 행자 생활을 하는 2년 과정이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면 자기인생에 어떤 선택을 해도 자유로울 것입니다. 출가해 스님이 되어도 자유롭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해 사는 것도 자유로울 것입니다. 이것이 백일출가 프로그램의 목적입니다.”

늘 해맑은 웃음으로 행자들과 함께 하며 행운을 나누고자 하는 ‘길상’ 최동호 행자원 반장. 그를 보고 있으면 80년대 이현세씨가 그린, 역경을 이겨나가는 역할의 만화 주인공 ‘까치’가 생각난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_김왕수 (백일출가 6기행자 / 전 내일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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