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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가난한 농부로 7남매의 뒷바라지와 생계를 위해 늘 바빴습니다.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형제는 농사와 집안일을 도우며 각자 제 일을 알아서 했습니다. 막내인 저도 농사일로 바쁜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방과 후에는 밭일을 돕고, 소 풀 먹이러 산으로 들로 다녔습니다. 형제들이 많아 학창 시절 내내 내 책상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공부를 곧잘 했습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시골 학교에서 친구들이 시샘할 정도로 그림도 글도 공부도 뛰어났습니다.
언니, 오빠들은 성적이 우수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취업을 권하는 부모님께 입학금만 대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가 기대한 것과 달랐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그해 과외가 전면 금지되어 학비 마련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 언니, 오빠가 도와주었지만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대학 시절 내내 힘들었습니다. 여고 시절 꿈꾸던 캠퍼스의 낭만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을 바쁘게 보내서 인지 제가 쌀쌀맞게 보였나 봅니다. 남편은 "나의 성격과 달리 강단 있고 야무진 첫인상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는데, 살아보니, 완전히 속았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세 아들을 낳고 키우며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남편 직장으로 인해 주말부부로 지내며, 세 아이 키우기, 직장 생활, 학업 등 여러가지 일들을 병행했습니다. 벅차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저에게 든든한 남편의 지원으로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엔 활발하게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고, 전공 분야의 책도 출판했습니다. 그때 쌓은 경험은 온라인으로 전환한 정토회에서 다양한 영상 관련 봉사로 연결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정토회에서 컴퓨터 관련 봉사를 하게 된 것은 남편 덕이 큽니다.
봄날 같은 인생에 남편이 명예퇴직을 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고,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힘든 상황이 많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업을 접고 재취업을 했습니다.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살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해 싸우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둘 다 고집이 있어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서로가 신뢰에 금을 그으며 불신의 벽을 두껍게 쌓았습니다. 믿고 의지한 남편과의 관계가 흔들리니 사는 게 무의미하고 매사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삶이 허탈하고 출구 없는 깜깜한 터널 속에 있는 듯 답답했습니다.
이웃에 사는 친한 중학교 동창이 정토회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친구는 남편이 정토회를 다니면서 너무 행복해해서 따라갔는데 ‘너~무 좋다.’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힘들어 더 솔깃했습니다. 마침, 정토회에 관심이 있던 남편이 불교대학 맛보기 강좌에 다녀온 후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도 따라서 6개월 뒤 봄에 입학했습니다.
남편은 경전대학 졸업 후, 직장 일로 바빠 정토회 활동을 쉬었다 최근 부산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교실’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회원 수와 봉사자가 많지 않은 반여법당 경전대학에 다니면서 불교대학을 진행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바뀌는 시기로 컴퓨터가 전공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원활한 온라인 법회를 위한 회원 교육, 진행자 및 돕는이 교육, 웹자보나 영상 제작, 학사 온라인 진행 등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잘 쓰일 수 있었습니다.
받은 만큼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소임은 기꺼이 받았습니다. 지난 1차 만일 회향식 때 만든 '부산울산지부 30년 영상'을 제작 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정토회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생소하고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일 덕분에 부산울산지부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살펴보며 오늘이 있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의 노고가 밑거름되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선배 도반들에게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났습니다. 시야가 넓어지고 꾸준하게 봉사할 힘도 얻었습니다.
지금은 해운대지회 모둠장, 법륜스님 즉문즉설 부산밴드지기, 지부 영상 꼭지, 스님의 하루 홈페이지 목요일 발행, 부산울산지부 유튜브 채널 관리자, 국제지부 영어 즉문즉설 콘텐츠 제작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은 시간이 부족해 밤을 새우기도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른 도반과 시간 맞출 필요 없이 혼자 하는 작업으로 잠자는 시간만 조금 줄이면 가능합니다. 제가 만든 영상이 시간과 노력에 비해 짧지만,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세계 전법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정토회에서 하는 모든 일은 제게 온 귀한 인연입니다. 봉사할수록 감사할 일이 많아지고 더 단단해짐을 느낍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진행된 새물 정진에 참여했습니다. 새물 정진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숨겨진 제 민낯을 마주했습니다.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사는 남편보다 가족을 위해 내가 모든 면에서 희생했고, 열심히 살았고, 일하면서 아들 셋을 잘 키웠고, 가정 경제에도 큰 역할을 했고, 더 이상 어떻게 잘해? 나만큼만 하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생한 만큼 남편에게 인정받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억울함도 있었습니다. 남편의 노력과 배려는 당연하고, 저의 애씀과 헌신은 대단하다고 여겼습니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지 않아 나도 힘들었지만,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아 상대도 참 힘들었겠구나.’라고 생각해 보라는 유수 스님의 회향법문을 듣고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아!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남편도 참 힘들었구나.’라고 생각하니 남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남편은 정토회를 만나 많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봉사하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정토회를 만난 덕분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직 부족하지만, 주변 도반들이 ‘얼굴이 참 편안해졌네요.’라고 합니다. 많이 움켜쥐고 있던 제가 불법 만나 봉사하며, 내려놓고 사는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학사 소임은 저를 돌아보며 수행하는 과정입니다. 법문을 여러 번 다시 들을 수 있고, 학생들과의 나누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수업 후 꽉 찬 행복과 보람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학사 소임은 저와 타인의 치유이자 앞으로 나아가는 도약이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인연이 되면 청년반 진행도 해 보고 싶습니다. 인도, 부탄, 필리핀에서 교육 관련 봉사도 해 보고 싶습니다.
스님의 하루 발행을 위해 스님의 법문을 더 꼼꼼하게 듣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합니다. 삶을 가볍게 털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온전히 저를 깨어있게 하는 힘이자 참회하는 시간입니다. 마음에 균열이 생겨 아프고 힘들 때, 스님의 법문을 적용하면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을 용기가 생기고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맡은 소임 덕분에 힘든 일도, 사람도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상대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문제 삼지 않습니다. 남을 탓하거나 불쑥불쑥 올라오는 아집을 알아차리는 시간도 처음보다 짧아졌습니다. 여러 소임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제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소임은 복으로 다시 돌아와 저를 성장하게 합니다.
인터넷과 더욱 밀착되어 세계로 나아가는 정토회에서 제가 가진 재능으로 봉사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앞서 공부한 덕분에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콘텐츠와 웹진, 영상편집 및 제작, SNS 업무에 잘 쓰일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제가 발행한 스님의 하루나 해외 즉문즉설, 해외 방문 활동 브이로그에 영문 자막을 넣어 정토회와 전 세계에 소개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스님의 발자국 따라 미미하지만 제 손길도 함께 하니 ‘세계 전법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낍니다. 저도, 타인도 행복해지는 복 짓는 일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즐겁게 하겠습니다.
소임을 복 짓는 인연으로 받아 봉사하며, 치유와 성장으로 나아가는 윤미자 님은 소임을 해서 점점 가벼워진다고 합니다. 무겁게 소임을 들고 있는 저에게 ‘봉사는 누구보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글_안화순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편집_이주현(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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