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종지회
정토회는 나의 창

10월 첫 주말 세종지회 임란희 님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돈, 돈’하며 돈을 최고로 모시는 한국 사회에서 정토회와 같이 청정한 단체가 있다는 것이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이 기적에 감사한 공감대 아래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죽림정사 봉축행사 봉사 중(오른쪽 임란희 님)
▲ 죽림정사 봉축행사 봉사 중(오른쪽 임란희 님)

정토회와의 인연

친정아버지의 죽음 후 동네 절에 가서 봉사했습니다. 경전을 사경하면서 또 노보살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받으면서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공양간 노보살님이 정성을 다하는 자세를 보며 '아! 저것이 정성을 다 한다는 의미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동은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합니다. 저도 공양간 봉사를 하면서 노보살님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달음이란 겸손해지는 것과 같은 말임을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교의 핵심 개념인 중도나 연기법 등에 대한 절 스님의 설법은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지나고 보니, 호기심 많고 알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제가 법륜스님의 법문을 접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여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환희감. 이후 불교대학 진행자를 맡은 데에는 법문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속셈(!)도 있었습니다. 법문을 매번 들을 때마다 이전에 놓친 것을 새로 발견하면서 맛보는 환희의 순간이 좋습니다.        

세종법당 불교대학 졸업식(맨왼쪽 임란희 님)
▲ 세종법당 불교대학 졸업식(맨왼쪽 임란희 님)

역행보살 남편

저는 중학교 국어교사였습니다. 직장과 거주지가 멀어 주말부부를 하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자식 농사는 성공적이었지만, 남편은 알코올 의존증을 앓았습니다. 내성적이고 섬세한 남편은 직장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 보니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들었습니다. 며칠씩 연락이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고, 어떤 때는 열흘 동안이나 무소식이어서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현재 남편의 상태는 이전에 비해 좋아졌지만, 알코올 의존증은 완치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먹고 또 먹었습니다. 결과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덩치.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지만, 힘들었던 당시에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고통에 허우적거릴 때 저의 나누기는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세종법당 도반들이 묵묵히 받아준 덕분에 제 고통의 물줄기는 점차 가늘어졌고, 차차 객관적인 크기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민들레도 고난을 통해 꽃을 피우고 또 진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혼생활 삼십 년, 이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힘은 역행보살 남편 덕에 매일 빼놓지 않고 계속하는 수행입니다. 그러나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아차' 하는 순간 역행보살에 걸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서원행자 수계를 받기 전에도 역행보살의 유혹에 굴복할 뻔했습니다. 다행히 수행 덕에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높아졌고, 어느새 제 그릇이 조금 커진 것 같습니다.  

613만인대법회 내부 안내 봉사 중인 임란희 님
▲ 613만인대법회 내부 안내 봉사 중인 임란희 님

6.13 만인대법회, “어머 정말 되는구나!”

전법은 저에게 약한 고리입니다. 2023년 정토회는 온라인 불교대학 입학생 1만명, 행복학교 입학생 1만명을 목표로 전법에 몰두했습니다. 속으로‘이게 될까?’라는 의심에서 ‘어머, 정말 되는구나’라는 감동으로 바뀌는 경험은 신선했습니다. ‘힘을 합치니까 못할 일이 없구나!’ 하는 충만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만끽할 여유도 없이, 난이도가 한층 높은 6.13 만인대법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신반의하며 6.13 만인 대법회의 내부 봉사자로 참여했습니다.

모둠장 소임과 불교대학 진행자를 하면서 대법회 준비를 위해 회의에 자주 참석했습니다. 또 오프라인 실전을 위한 리허설을 하러 세종시에서 죽림정사로 자주 이동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고 몸과 마음이 지쳐갔습니다. 하필 대법회를 얼마 앞두고 심한 독감을 앓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리허설 전날, 아직 회복이 필요한 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텝으로 참여했습니다. 6.13 당일 새벽, 죽림정사의 컴컴한 창으로 새벽을 맞이하며 공동 정진할 때, 신기하게도 몸의 상태를 뛰어넘어 결연해지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찬란한 해가 죽림정사를 굽어보는 아침, 수없이 준비했지만, ‘우리가 그리던 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염려하는 마음으로 내부 안내 부스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도반들이 도착했습니다. 아! 정말 ‘우리가 그리던 대로’ 한 팀 한 팀 ‘차제 걸이(次第乞已)식’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렇게 6.13 만인 대법회는 큰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봉사하느라 대법회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현장에 모인 만인의 마음이 하나 되는 과정의 ‘한 점’이었음이 뿌듯합니다.

서원행자 수계식(왼쪽 임란희 님)
▲ 서원행자 수계식(왼쪽 임란희 님)

정토회는 연결과 소통의 창

정토회는 저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창입니다. 이 창으로 전업주부인 저는 만날 기회가 없었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납니다. 호기심 많은 저는 도반들과 나누기를 하고 함께 봉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정토회가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와 함께 실천하는 단체인 것도 맘에 듭니다. 정토회에서 추진하는 일들은 저의 활력을 북돋워 줍니다. 도반들과 함께 일하며 연결되어있는 경험을 자주 하다 보니 너무 애쓰지 않고 살아갑니다. 세종지회 모둠에는 매일 세종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도반들이 많습니다. 퇴근 시간이 법회 시간과 맞물려 법회 참석이 어려운 도반들, 갑자기 가정 상황이 어려워져 당장 가정을 재건하는 일이 급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도반 등, 여러 도반들이 수행 정진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모둠장인 저의 소임입니다. 또 이것 역시 전법이라 생각합니다.

세종법당 모둠활동 중(맨 오른쪽 임란희 님)
▲ 세종법당 모둠활동 중(맨 오른쪽 임란희 님)

불교대학과 경전대 진행자 소임을 통해 매 학기 다양한 사람들이 불법 만나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 변화를 보며 저 역시 조금씩 변해 갑니다. 그냥 집에만 있는 아줌마나 아파하며 늙어가는 엄마가 아니라, 가령 재밌는 동영상 만드는 능력을 개발하면서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을 하는 정토행자인 제 모습이 맘에 듭니다. 조금이나마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해지도록, 70세 봉사 소임 퇴직까지 도반들과 함께 하는 모자이크 붓다가 되고 싶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통해 가족에서 사회로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마음의 그릇이 커가는 것을 기뻐하는 임란희 님. 호기심을 잃지 않고 보살의 마음으로 봉사하며 체득한 소중한 경험을 듣는 것은 감동이었습니다.

글_이경분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관악지회)
편집_이혜수 (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1

0/200

김태권

임란희님~~~ 수행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묵묵히 힘있게 해나가시는 모습 너무 아름답습니다.
함께 했던 그날들도 아름다운 추억이고요.
우리의 행복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아 가보아요.

2024-11-11 16:56:42

윤대호

글 잘 읽었습니다.
꾸준한 수행자생활 대단하십니다.
응원하겠습니다~

2024-11-10 08:14:56

무구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1-09 20:41:2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세종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