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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세 번의 강연 총괄 경험이 있어 5년 만에 시드니에서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번에도 총괄을 하겠구나!'라고 짐작하고 가볍게 받았습니다. 9월 대학 개강과 시기가 겹쳐 강연장 섭외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홍보 전단이 나오고 강연 시간이 변경되어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연 당일, 변경 전 시간에 임박해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온 사람과 영어 강연 시간과 혼동하여 늦게 도착한 청년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죄송한 마음입니다.
총괄은 몇 번 했던 일이라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기존에 하는 지부 회원 담당, 모둠장, 직장 일을 병행하며 제 업식이 여지없이 나왔습니다. 혼자 일하는 습관으로 강연 부총괄과 일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일을 나누기 위해 설명할 여력조차 없었고, 팀 별 꼭지 님과도 충분히 소통하면서 나누지 못했습니다. 같은 일을 오래 하니 다른 도반이 제안했을 때, 저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수용 못 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의 이런 부족한 점들은 각자 본인의 역할을 잘 해낸 도반들 덕분에 덮어지고, 무사히 강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호주 각 지역 별로 총괄이 있지만, 시드니에서 전 지역을 챙겨야 했습니다. 호주 유럽 전체를 함께 준비하며, 서로 보완해야 할 부분과 첫 봉사자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알게 된 점은 큰 소득입니다.
기독교 신자인 남편은 결혼 후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정토회원이 되어 강연 준비를 함께했습니다. 퇴근 후 계속 울리는 소통방 알림을 확인하느라 남편의 물음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잠깐만’을 입에 달고 지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드디어 불만을 꺼냈습니다. 돌아보니 강연 준비하느라 서로의 일상 패턴이 어긋나 있었고, 남편은 혼자 묵묵히 저를 기다렸습니다. 강연 내내 남편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 남편이 한국의 친형에게 정토회를 소개하여 서먹했던 형과의 사이가 바뀌었다며, 스님과 도반들에게 나누는 것을 듣고 뭉클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도반인 남편에게 아내 역할을 최우선으로 하고,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회향하겠습니다.
7차 전법 교육생인 저는 오클랜드 강연 준비를 하며 지난 8월 수계를 받았습니다. 정토회 회원이 저 포함 3명으로 이곳 오클랜드는 그야말로 인적 자원이 부족한 황무지였습니다. 처음 강연 총괄 제안을 받았을 때, 앞이 깜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환경부 공무원으로 행사 진행을 한 경험도 있고,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므로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라고 생각하여 담담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므로 봉사자들의 화합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SNS와 포스터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50여 명의 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대부분 정토회 취지와 이념을 잘 알지 못하고, 스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온라인 발대식을 세 차례 진행하고, 팀별 꼭지를 정해 일주일 2, 3회 온라인 모임을 하도록 안내했습니다. 덕분에 강연 당일 봉사자들과 서먹하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홈쇼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봉사자는 본인의 장기를 살려 발대식용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안내 자료와 각종 온라인 광고 업데이트, 뒤풀이용 영상과 봉사자 사진첩까지 만드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강연 후 취직이 되어 다 함께 기뻐했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한 봉사자는 쌍둥이 아들을 비롯해 친정 오빠까지 봉사로 이끌고 9월 불교대학까지 입학시켜 뉴질랜드 조가 처음으로 탄생했습니다. 저도 첫 불교대학 진행자로 그들과 함께 배우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강연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봉사자들의 노력과 협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연 당일 비바람이 불어 야외에서 주차 안내한 봉사자들은 무척 고생이 많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밝은 웃음으로 봉사하고, 강연장으로 돌아오니, 내부 봉사자들이 누구나 할 것 없이 한마음으로 손뼉을 쳤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어느새 우리 모두 하나가 되었고, 이렇게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감동과 긍지를 느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은 첫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사라집니다. 첫 봉사자 4명이 50명으로, 그 50명이 500명의 강연 청중을 모았습니다. 5개월간의 여정, 4명의 씨앗이 뿌린 첫발의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자체가 발전이고 시작입니다.
지부 경전대학 담당, 지회 실천 활동 담당, 직장, 가정생활, 공부, 때마침 한국에서 온 시어머니까지 1인 6역의 상황에서 강연 총괄 제안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죽 할 사람이 없으면 내게 부탁했을까?'라고 생각해 결국 수락했지만, 흔쾌한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도반들과 함께하는데 '선뜻하겠다'라는 마음이 나지 않았던 것은 잘해야 한다는 마음과 책임져야 한다는 제 업식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연은 5년 만에 열렸고, 그동안 회원들도 변동이 있어 강연 경험이 없는 봉사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 강연 장소가 늘 강연하던 곳이었고 사전 리허설을 못 했지만, 부담은 없었습니다. 매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멜버른 강연 준비 회의에서 경험이 없어 불안해 하는 꼭지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라고 다독였습니다. 돌아보니 총괄로서 전체를 보며 개개인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 부족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새내기 봉사자들의 마음이 그려져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일 궂은 날씨에도 많은 인원이 올 수 있었던 것은 낮아진 청중들의 연령이 한몫했습니다. 40 대가 가장 많고, 봉사자와 청중들 모두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감사하다는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상쇄되고, 잘 쓰일 수 있어 저 또한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강연을 통해 우리가 연기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연기된 존재임이 더 확연하게 느꼈습니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17년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강연 총괄을 맡았습니다. 처음 총괄을 맡았을 때 부담감보다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호주 서쪽에 위치한 퍼스는 교민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다소 고립된 도시이고, 코로나 이후 한국 교민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였습니다. '이번 강연이 코로나를 이겨낸 교민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2017년 당시는 수행이 바탕이 되지 않았고 그냥 자신감으로 했습니다. 이번 강연은 도반들이 잘 해줬지만, 강연 개최의 기쁨도 잠시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가족들 밥도 잘 챙겨주지 못하고, 아이들도 어리고 모둠장까지 병행하느라 마음이 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퍼스 봉사자 첫 온라인 모임을 위해 분위기 풀 만한 영상으로 법륜스님의 봉사 관련한 짧은 법문을 택했습니다. ‘진정한 봉사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닙니다. 봉사란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는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강연 초부터 끝까지 '도반 전부가 이 내용을 새기고 봉사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강연 당일 그 바쁜 와중에도 계단을 오르다가 도반들의 그 마음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강연이 열흘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퍼스에서 영어 강연을 준비하자'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거절할 수 없어 급하게 준비에 들어갔지만, 결국 다음날 몸살이 났습니다. 마음으로는 '도반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된 영어 강연을 내가 한다'라는 생각으로 긴장해 결국 몸이 아팠던 것입니다. 도반들과 수행 법회에서 나누는 시간이 힐링 시간이었습니다. 전에는 법회가 진행하는 시간이었다면, 이후로는 마음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팀별 회의 때, 어느 일반인 봉사자의 나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스님의 유튜브 영상에 감명을 받아 봉사에 참여했는데, 화면으로는 스님과 질문자 두 명만 보였으나, '뒤에 이렇게 많은 봉사자가 있으리라'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영상 볼 때마다 '이름 모를 봉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다'라는 나누기에 연기법을 몸소 체득한 감동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입니다.
강연 총괄을 맡았던 봉사자가 건강이 좋지 않아 중간에 총괄을 이어받았습니다. 개인적 명심문이 ‘토 달지 않고 네 하고 합니다’입니다. 순간 일이 많을 것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저에게 부탁할까?'라는 생각에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시작은 했지만, 여러 가지 부딪힘 속에서 번 아웃이 오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 무렵, 퍼스 모둠장인 허청 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강연 준비하는 기간 공동 정진을 하자'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화면 속 정진하는 허청 님 모습만 보아도 뭉클했습니다.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들 때, 다른 도반들도 저로 인해 힘을 얻을 것 같아 빠지지 않고 정진에 참여했습니다. 과하게 걱정하는 업식과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살짝 물러서고 싶고, 미루고 싶은 마음, 가볍게 하지 못하고 진지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을 보며 마음공부 실컷 했습니다.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지역은 기독교인이 많아 홍보부터 퇴짜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식사를 하다가 한 분이라도 더 모으려 홍보 전단을 들고 나가는 어느 도반의 정성을 보며, 사막에 전법의 씨앗을 뿌리듯 부처님의 전법 여정이 떠올라 뭉클한 감동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도반들과 봉사자들에게 일감을 부탁하면 못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강연 봉사가 자기 일이 아니라 그렇구나'라고 서운함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도반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구나'라고 관점을 바꾸니 도와주면 고맙고,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서 가벼웠습니다. 저는 자존감이 높지 않아 '너는 왜 못하냐?'라고 혼자 속으로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잘 마치니 맨땅에 헤딩을 잘한 느낌이랄까? 자존감이 마구마구 올라왔습니다. 강연 후 동티모르를 향하는 스님과 일행들의 뒷모습에서 공기와 같은 가벼움을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공기처럼 항상 그곳에 자연스럽게 있는데, 나 혼자 무겁게 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또한 총괄 일을 하며 느낀 배움이라 감사합니다.
글_노금행 (해외지부 호주유럽지회)
편집_김윤희 (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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