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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강연을 준비한 한승란 님의 이야기

지난해 9월 1일부터 22일까지 22일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과 캐나다 5개국 21개 도시에서 총 23회, 법륜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행복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3년여 중단되었다 재개된 만큼 해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화제 되었던 2023년 법륜스님의 해외 순회강연은 실로 수많은 봉사자의 노고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2023년 9월 16일, 해외 순회강연 열일곱 번째 캐나다 토론토(Toronto) 강연을 준비한 한승란 님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설레지도 걱정되지도 않았던 특별한 순간

저는 캐나다 토론토(Toronto) 강연 총괄을 맡았던 한승란입니다. 2015년 토론토에 와서 그 이듬해 2016년 봄, 정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현재는 북미 뉴저지 모둠, 토론토 그룹의 그룹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회장으로부터 강연 총괄을 맡아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의외였습니다. 경험이 있는 다른 회원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내게 연락해온 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냥 내가 이번에 해야 할 일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연 준비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도 걱정보다 담담했습니다. 그렇다고 설렌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소 소임을 잘 받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손발을 맞추기보다 혼자 일을 진행하는 성격입니다. 그렇게 덥석 강연 총괄 소임을 수락한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어찌 어찌 되더라

강연 준비 과정은 2개월 정도였습니다. 봉사팀을 꾸리고 강연 장소를 섭외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토론토에 사는 해외지부 회원들이 많지 않아 팀 구성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참여할 인원이 좀 있는 국제지부와 함께 준비팀을 꾸렸습니다. 총 봉사 인원은 30명, 이 중 80%가 강연 봉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예전에 강연 준비를 진행했던 회원들이 몇 없었지만, 초보 봉사자들이 중요한 업무를 솔선해서 맡아주어 든든했습니다. 토론토 이외 지역에 사는 회원들도 봉사팀에 합류해주었습니다. 또, 후원회원에게도 연락을 했더니 선뜻 도와주겠다고 해서 감사했습니다.

23년 8월 20일 토론토 강연회 준비팀 발대식 (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한승란 님)
▲ 23년 8월 20일 토론토 강연회 준비팀 발대식 (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한승란 님)

장소 섭외는 별 고민 없이 예전에 빌렸던 토론토 한인회관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간단하게 계약서를 썼는데 중간에 같은 날 한인회 행사로 대관을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와 잠시 걱정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인회 행사는 오전, 우리 강연은 오후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컴퓨터 두 대를 회사에 놓아두고

강연 홍보 포스터를 제작할 때 세부 사항 전달이 잘 되지 않아 포스터에 제 이름과 이메일이 인쇄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잠잠했는데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하니 문의가 많이 왔습니다. 나중에는 회사 컴퓨터 옆에 개인 컴퓨터를 가져다 두고 강연 문의 전화도 받으며 본의 아니게 땡땡이를 쳤습니다. 마침 집에 손님이 와 3주간 머물다 갔는데 시간 할애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습니다. '꼭지 맡은 도반들이 알아서 하겠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도 들었고, '내가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될 것도 아니고, 이제껏 큰 문제 있었던 강연도 없었으니 그냥 다 끌어나갈 수 있지 않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게 지금 돌아보면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허리케인

법륜스님은 그 전날 강연을 했던 보스턴에서 토론토로 오려고 새벽에 공항에 갔는데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항공편이 취소되었습니다. 토론토 강연을 취소해야 할 판국이었습니다. 400km 떨어진 인근 공항에 차편으로 이동하고, 거기서도 두 차례 지연된 항공편을 기다려 우여곡절 끝에 스님은 간신히 토론토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스님의 하루' 다시 보기
(http://jungto.org/pomnyun/view/84444)

허리케인 리가 예고된 건 강연 일주일 전 쯤이었는데 막상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니 아득했습니다. '스님께서 토론토 강연장에 못 오시고 온라인으로 원격 강연을 할 수도 있으니 대비하라'는 안내를 전달받았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역량은 부족하지, 강연 참석자들은 하나둘 입장하지, 봉사자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순간 '총괄인 내가 정신줄 놓으면 안 되겠다!' 마음을 다잡으며 한편으로 ‘걱정을 해도 스님이 더 하실까? 내가 더 할까?’ 생각을 해보니 제가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마음을 편히 하고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스님 도착하십니다

놀라웠던 건 참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강연자인 스님이 도착을 않고 있는데도 350명 정도 되는 청중들이 들락날락 하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 놀라웠고 감사했습니다. 준비된 영상을 틀어주고 스님 도착 상황을 계속 알려주었습니다. 아무런 동요 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스님이 꼭 오셨으면 좋겠다.' 하는 간절한 마음, 기다림을 보았습니다. '참석자들 마실 물이라도 준비해둘 걸, 마실 물 준비해오라 안내라도 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긴장하고 불안했던 건 오히려 우리 봉사자들이었습니다. 북 사인회 안내 봉사를 담당한 한 도반은 “강연 후 북 사인회가 있다고 안내했는데 스님께서 안 오시면 내가 거짓말을 한 게 될까봐 걱정했다"고 강연 후 나누기를 해 같이 웃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준비해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됐습니다. 차량으로 두 공항 사이를 운전한 분들, 어렵게 찾아간 두 번째 공항에서 여차하면 온라인 강연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스님 모시고 가려고 대기한 그쪽 모둠장을 생각하면 감사합니다. 착륙 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초스피드로 공항을 빠져나오신 스님, 그리고 그 날이 토요일 오후라 교통 체증이 있었는데 안전하고 빠르게 운전 봉사를 해준 분에게도 더없이 감사합니다.

"스님 도착하십니다!" 연락을 받으니 ‘이제 다 됐네.’ 싶었습니다. 이제는 강연장에 온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예정 시간 보다 20분 늦었지만 늦은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열두 명의 질문자에게 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참 감사했습니다. 스님은 그 날 강연 뒤에도 불교대학 입학식, 경전대학 입학식 등 일정이 세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그런 스케줄을 다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리더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은 참 보람된 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토론토 강연회 후 봉사자 기념사진 (앞줄 오른쪽 끝 한승란 님)
▲ 토론토 강연회 후 봉사자 기념사진 (앞줄 오른쪽 끝 한승란 님)

뒷이야기

사실 강연 끝나고 시간이 지나 거의 잊고 있었는데, 이 인터뷰 준비하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강연장에서 판매할 도서를 한국에 주문하려다 비싼 해외운송비에 막혔습니다. 한국을 방문하고 토론토로 돌아오는 도반들 편으로 법륜스님의 신간을 들여왔습니다. 책 배송에 도움 준 도반들 덕분에 도서는 완판 했습니다. 봉사자 가족들도 참석해 현장에서 도움 주며 이런저런 아이디어까지 나눠주어 감사했습니다. 국제지부와 강연준비를 함께 해 가까워진 것도 참 좋았습니다. 이때의 인연으로 지난해 송년모임을 국제지부와 함께 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강연회 다음날 스님을 공항으로 모셔드리기 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승란 님) 사진 출처 스님의 하루
▲ 강연회 다음날 스님을 공항으로 모셔드리기 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승란 님) 사진 출처 스님의 하루

돌아보니 아쉬움도 있지만 강연이 잘 마무리 되었던 게 뿌듯하게 떠오릅니다. 코로나 이후 첫 강연이었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토론토 지역 사람들에게 스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봉사하고 싶습니다. 지난 강연 봉사에 참여했던 분들께 새해 인사 전합니다.

글_김영아 희망리포터(해외지부 북미지회)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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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어렵고 힘들 때,
아플 때 ,
스님을 생각합니다.
한승란님을 비롯한 봉사자분들, 대단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감동입니다. 감사드립니다.

2024-02-16 22:06:42

박승희

승란보살님!
늘 여여한 모습 보여주셔서 내공이 깊은 분이구나~ 했는데, 그 안에 이런 맘이 있으셨군요!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벌써 올해 강연에서도 토론토의 막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2024-02-16 12:26:22

문희경

스님 타신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공항 밖에서 대기하던 긴박했던 그때 그 순간이 떠올라 웃음지어지네요.
수고하신 한승란 님과 우리 도반님들 화이팅 입니다.^^

2024-02-15 14: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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