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창원지회
“네, 하겠습니다.”와 함께 한 날갯짓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 주인공 추천에 박태화 님 마음의 소리는 “싫다, 싫다. 피하고 싶다.”입니다. 그러나 법사님의 간곡한 추천을 거절하기 어려워 “네” 하고 합니다. 정토회 봉사도 이렇게 시작해 하나하나 실천한 지 10년, 지금은 정토사회문화회관 전기기사를 맡았습니다. 소임으로 인해 주중 4, 5일은 서울에서, 주말은 창원에서 보내며 봉림사지에서 통일기도 집전을 합니다. 이 많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박태화 님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2024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왼쪽 박태화 님)
▲ 2024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왼쪽 박태화 님)

그냥, 나의 일상

저는 경남 산청이 고향입니다.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어머니는 여장부입니다. 자식들의 생계와 교육을 위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전기공학과에 입학한 후, 취직을 위해 성실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사람 냄새 나는 법륜스님 강연

2011년 법륜스님의 전국 순회 300회 강연에 여러 번 따라다녔습니다. 생생한 현장감 속 오가는 대화가 재미있고 명쾌했습니다. 시원함과 생기를 느꼈습니다. 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분별심과 시비가 일어나면 마음속이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상대에게 맞추거나 혹은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2018년 봉림사에서 경남지부 정기모임(앞줄 왼쪽 네 번째 박태화 님)
▲ 2018년 봉림사에서 경남지부 정기모임(앞줄 왼쪽 네 번째 박태화 님)

즉문즉설에서의 대화는 오고 감이 있었습니다. 일이 아닌 사람을 주제로 한 살아있는 대화는 저를 움직였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분들에게 저도 모르게 끌렸습니다. 다음 해 2012년, 49세에 제 발로 마산 법당에 찾아가 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별 기대가 없었는데 법당 도반들은 저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스며드는 제가 좋았습니다.

운명을 바꾼 한 마디

제가 경험했던 불교는 “아, 알겠습니다.”로 앎이 끝이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에서 배운 불교는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는 것이 편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매주 법문 들어야지, 매일 새벽 기도해야지, 주말마다 봉사해야지, 방심하고 나태할 틈이 없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싫다, 싫다, 싫은데.' 온몸에 저항이 일었습니다.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면 어느결에 움직였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협시보살인 대행 보현보살의 실천력이 제 안에서 나왔습니다. 실천할 수 있는 기회 덕에 저는 제 운명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2018년 봉림사지 대나무 숲
▲ 2018년 봉림사지 대나무 숲

‘내 운명은 내가 만들어간다.’는 수많은 법문 중 저에게 꽂혔던 말입니다. 인생은 '눈떠서 눈 감을 때까지 고되고 힘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바꾸고 싶었습니다.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하기 싫어도 "예"하고 하고,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기에 가르침대로 따랐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정토회에서 “예”하고 하길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뿌듯함이 쌓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JTS가 준 선물

JTS 사회활동 담당을 3년 동안 했습니다. JTS 거리 모금을 할 때 저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모금 상자를 들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려니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천 원이면 밥 못 먹는 아이 3명의 끼니가 해결된다, 구걸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을 돕는 인도적 지원이다’라는 모금액 사용을 생각하면 발 벗고 나서야 했습니다. 좋은 일이라 피할 수 없는 봉사였습니다.

2019년 JTS 거리 모금 후 (앞줄 왼쪽 네 번째 박태화 님)
▲ 2019년 JTS 거리 모금 후 (앞줄 왼쪽 네 번째 박태화 님)

부끄러웠지만 구호를 핑계 삼아 목청껏 소리를 냈습니다. 마음 의지할 곳이 없어 힘겹게만 느꼈던 나의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동포 돕기 옥수수 만 톤 모금 운동을 할 때는 도반들과 함께하니 죽기 살기로 용기가 났습니다. JTS 사회활동 담당이 저에게는 힘겨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습니다.

새벽기도

30년 직장생활은 직원들 또는 부서 간의 알력 싸움, 보기 싫은 상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대처하기 등 여러 어려운 상황들로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퇴직하거나, 갈등으로 권고사직 받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정토회를 만나 기도하고 정진한 덕분에 싫은 것도 다른 면을 살피며 잘 넘겨 슬기롭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봉림사지 울력
▲ 2018년 봉림사지 울력

회사에서 모두 싫어하는 일을 제가 해냈을 때가 기억납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40년 된 발전소를 개보수하여 새것으로 만드는 공사였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입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지멘스사도 여러 이유로 포기한 것을 우리 회사가 수주하였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재설계하여 준공까지 잘 마무리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새벽기도 수행 정진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새벽 기도 한 날은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갑니다. 마음도 청정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돌이켜 알아차립니다. 기도하지 않은 날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머리 상태와 마음 상태가 됩니다. 이런 경험으로 부지런히 법당 다니며 기도하고 봉사하며 보시하는 수행을 이어갑니다.

덕분에

2020년, 다니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여러 차례 구조조정이 있었고 천여 명이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당시 57세이던 저도 그 안에 들었습니다. 정년퇴직이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마침 정토사회문화회관 빌딩 불사에 전기기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기회로 보여 귀가 솔깃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만 그럴 뿐 주춤주춤했습니다. 그 때 법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사람이 필요하다며 강력하게 붙잡고 이끌어주는 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24년 정토사회문화회관 보리수 팀원들과 함께(오른쪽 첫 번째 박태화 님)
▲ 2024년 정토사회문화회관 보리수 팀원들과 함께(오른쪽 첫 번째 박태화 님)

2021년부터 지금까지 전기기사로 봉사 중입니다. 여러 전기 관련 일을 시공, 감독하고 조언합니다. 저의 기술이 의미 있게 사용되어 기쁩니다. 여전히 사람들과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은 힘든데, 회의가 많습니다. 눈치 보며 피했다가 적당할 때 제자리로 오지만, 소임 덕분에 제 업식이 깨지고, 제 고집이 녹아내립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보리수 1기는 첫 기수로 자료도 없고 일이 매우 서툴렀습니다. 기수가 더할수록 훌륭한 도반들이 많이 모여 날로 새로워지는 모습을 봅니다. 보리수 수행자 세 명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옵니다. 각 분야에서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모이니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와 많이 보고 배웁니다. 도반을 보며 힘을 얻습니다.

주인을 찾은 대빗자루

봉림사는 가야불교 초전 전법지입니다. 불교가 한반도에 가장 빠르게 전해진 곳이지만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습니다. 10여 년 전, 봉림사지는 대나무로 꽉 차 있어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정글 같았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주인 없는 땅인 줄 알고 텃밭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2024년 봉림사지 통일 염원 천배 정진(앞줄 왼쪽 세 번째 박태화 님)
▲ 2024년 봉림사지 통일 염원 천배 정진(앞줄 왼쪽 세 번째 박태화 님)

법륜스님의 "봉림사지를 잘 가꾸라"라는 말씀을 전해 듣고 경남지역 정토회원들이 한 방울 한 방울 정성을 모아 봉림사지 터를 드러나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매주 도반들과 함께 민족 화합과 봉림사지 중창 불사를 위한 300배 통일기도 정진하고 봉림사지를 가꿉니다. 도심 속에서 땅의 기운을 모르고 살다 맘껏 지기를 받으면 한 주를 지낼 힘이 생기고 기운이 납니다.

예전에 저는 빌려온 보릿자루 같았는데, 지금은 마당을 쓰는 대빗자루 같습니다. 108배 새벽기도와 보리수 정진으로 지쳐있던 마음은 안정을 찾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내 인생의 주인이 됩니다.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같지만, 수많은 도반과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하고 기쁩니다. 정진의 끈을 이어 깨닫는 사람, 번뇌가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박태화 님 안에 숨어있는 본연의 모습을 글로 담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며 인터뷰 때 느끼지 못했던, 함께 하는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백 가지 공을 세우고도 한 가지 공을 세운 것처럼 말하는 박태화 님, 정토회가 발전하는 이유는 이런 분들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_허승화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사하지회)
편집_이주현(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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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화

감사합니다

2024-02-22 09:17:32

풀꽃

진솔한 수행담이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_()_

2024-02-21 22:44:15

일광화

감동입니다~(())

2024-02-21 18: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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