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불교에 관심이 많던 저는 BTN에서 반영된 법륜스님의 반야심경강의를 통해 스님과 정토회를 알았습니다. 2014년 신생 법당인 순천법당의 1회 봄불교대학 학생이 되어 부처님의 일생을 배울 때에는 마치 2500여년 전으로 돌아가 부처님 곁에서 법문을 듣고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꼭 성지순례에 동참해 부처님이 가셨던 길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의원을 장기간 비우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기에 성지순례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마음속에 간직해왔습니다. 이후 통일특위활동 등 여러 소임을 해오다 현재는 의료인정토회에서 JTS 안산다문화센터 의료봉사와 요양의료팀장 소임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1250명의 정토행자가 함께하는 제32차 인도성지순례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반갑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순례준비팀에서 많은 참가 인원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응급의료체계를 갖추자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에 의료인정토회 도반들과 함께 급히 응급의료계획을 세우고 순례의료 총괄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주어진 소임이라 부담은 되었지만 이번 순례를 성지순례와 의료지원순례 두 가지로 함께 해보자 마음먹으니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32개 버스에 탑승하는 순례자들 중에서 각각의 버스마다 의료담당을 정하고 차량별 비상약 및 방역 소독 소임을 맡겼습니다. 전체적으로는 A팀과 B팀에 각각 의사, 한의사, 약사로 구성된 전문의료진을 4명씩 안배했습니다. 이들이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면서 환자발생시 상황파악과 진료를 할 수 있게 하고, 중증환자는 지바카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현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코로나 환자 발생시에는 의료 치료 외에 여행팀의 코로나 대응팀에서 관리하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순례 중 처음 꾸려지는 응급의료체계이고 낯선 기후와 환경에 어떤 환자가 어떻게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려웠기에 그때그때마다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첫날은 밤늦게 인도 델리공항에 도착해 바라나시까지 버스로 18시간 가량 이동하면서 피로하긴 했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다른 숙소에 있는 A팀의 한 고령의 순례자가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한다는 다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서둘러 A팀 전문의료진 의사와 한의사에게 연락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탈수와 기력 저하로 인한 증세 같아 응급치료를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 돌렸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분의 증세가 재발하고 말도 어눌해진다며 외래진료 여부를 묻는 담당 법사님의 연락이 왔습니다. 외래진료 검사를 했으나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확인해보니 순례를 떠나기 전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쓴 것과 그동안 안 먹던 고혈압 약을 복용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갑작스런 긴장과 혈액순환 장애로 증세가 발생했던 것이었습니다. 이후 안정을 찾은 참가자는 무사히 순례를 마쳤습니다.
2023년 인도성지순례는 다른 해보다 20여 일 늦게 출발했기에 인도 현지 날씨가 아침은 쌀쌀했고 낮은 무더웠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탈진 환자가 많이 발생했고, 특히 한 조에서 “라씨”라는 찬 음료를 먹고 배탈 설사를 한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였습니다. 다행히 수자타아카데미 내에 있는 지바카병원에서 함께 했던 전문의료진들이 수액주사를 놓고 침치료를 하여 안정되었습니다.
또 한 번은 어떤 참가자가 숙소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엉덩이를 다쳐 곧바로 외래진료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엑스레이 상 별 다른 이상 소견이 없기에 안정을 취하면 될 것 같았는데, 다음 날 순례 중 심한 통증으로 다시 외래진료를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대퇴골 골절로 판명되었고 급히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담당 법사님과 밤 늦게까지 상의하여 급히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고, 3명의 스텝과 함께 무사히 귀국하여 수술을 받았습니다.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던 분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수술 소식을 듣고 안도했고, 빠른 쾌유를 빌었습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많이 걷다 보니 넘어져 다치거나 무릎과 발목을 삐긋한 참가자들, 추운 날씨에 핫팩을 붙여 놓고 자다가 화상을 입은 참가자들, 감기나 급체로 고생한 참가자들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환자도 여럿 발생했지만, 정해진 대응 매뉴얼대로 관리하며 무사히 성지 순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직전 급히 꾸려진 응급의료체계이다보니 준비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좀 더 안전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순례할 수 있었다’는 순례자들의 말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함께 고생해 준 차량별 의료담당자와 전문의료진에게 감사했습니다. 이번 순례 경험은 2차 만일 기간 중 의료인정토회가 각종 정토회 행사에서 의료를 지원하고 요양 관련 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도성지순례를 통해 법문과 경전으로만 접했던 곳들을 직접 답사 하면서 부처님의 고뇌와 깨달음의 과정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법륜스님이 들려주는 자세한 설명과 반복되는 경전을 새기며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니, 신화의 부처님이 아닌 현실의 부처님이 다가와 매 순간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곳곳에 부처님의 향기가 느껴졌고 나도 부처님처럼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말의 뜻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만인공양과 세계평화선언 그리고 담마센터 기공식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사에 참여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니 뿌듯했습니다.
시간여행 같은 짧고도 긴 성지순례와 의료지원순례의 두 개의 순례를 다녀온 후 저에게 두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급하고 걱정 많은 성격이 꽤 느긋하고 평온해졌습니다. 장시간의 버스 이동, 기다림, 여러 돌발 상황 등에 조급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순리대로 하면 다 해결되었던 경험을 통해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둘째, 같은 시간이라도 마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짐을 알았습니다. 수 천 년 전에 부처님이 겪었던 고행과 깨달음의 시간이 모두 의미가 있듯이, 빡빡했던 15박 16일의 순례 일정도 매순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매순간 깨어 방일하지 않고 중요한 곳에 시간을 잘 써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저를 이렇게 이끌어 주신 많은 스승님들께 지심귀명례합니다.
류명환 님이 작성한 초고를 받아 읽고 살짝 감동이 있었는데, 화상 인터뷰하면서 직접 육성으로 들으니 더 실감납니다. 인도성지순례를 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있을 거라는 류명환 님의 꼬시는 말에 귀가 솔깃하며 가슴이 설렜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첫째, 의료지원 소임으로 성지 순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별심이 없었을까요?
‘처음 출발할 때부터 환자가 많아 성지순례를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임했기 때문에 분별심은 없었습니다’
둘째, 향후 성지순례하는 분들에 대해 의료담당으로 하실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상황 메뉴얼 첫번째 항목이 “개인의 아픈 것은 스스로 책임진다” 입니다. 아무리 허기지고 갈증이 나도 위생 등 음식문화가 다르니 주어진 음식 외에 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두가지 답을 들으면서 얻기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베풀며, 마음에도 몸에도 집착없이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글_류명환(광주전라지부 동광주지회)
정리_윤정환 희망리포터(경기인천서부지부 안양지회)
편집_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전체댓글 37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동광주지회’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