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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와우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 고집과 주장이 진짜 세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고집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좀 유연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개발 과정에서 나를 알았습니다. 스님이 종종 해주시는 '착한 여자가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제 이야기였습니다.
와우 개발 초기 시스템의 바탕을 만든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처음 프로그램 짜는 과정에 2년이 걸렸고,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데에 2년이 걸렸습니다. 봉사자들이 개별 프로그램들을 짜오면, 고치고, 취합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마무리 과정으로 부담도 많고 시스템에서 중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을 끝없이 해야 했습니다. 저와 밀착해서 같이 했는데 일이 워낙 많아 스트레스가 컸나 봅니다. 유지보수 2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담당자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저는 당시 완전히 충격에 빠졌습니다. 시스템을 처음 만들 때도 아니고 2년 동안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기에 사실은 걱정할 게 별로 없었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말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조화롭게 일을 잘 진행해야 한다는 저의 업식 때문이었습니다. 갈등이 생겨 갈라서게 된 상황을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이 괴로움도 내가 만드는 거야' 하면서 옥상을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그래도 한번에 돌이켜지지는 않았습니다.
몇 달 후 마산법당에서 교육하는 중에 그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전 교육을 마친 후 마산 바닷가에서 마무리 전화를 했습니다. 담당자는 일을 계속하면 죽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만두지만 말고, 일주일이나 한두 달 휴가 갔다가 오라고 하며 통화를 마쳤습니다. 오후 교육을 마치고 기차역에 갔습니다. 서울 올라오는 차를 기다리는데 '이제는 놔야 되겠다,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포기하자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 담당자의 주장은 시스템을 단순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정토회의 봉사자들은 3년마다 교체가 되니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면 안 된다. 자동화시키려면 단계가 많으니 아주 기본적인 것만 시스템에서 하고 나머지는 봉사자들의 수작업으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업무와 정보를 서로 연결하여 봉사자들이 신경 안 쓰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기술이 안 되니, 그 담당자 기술을 써야 했습니다. 너무 부담된다고 말하면 "그래, 그럼 여기까지만 하자." 이렇게 말하고 혼자 계속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기회만 있으면 '이 만큼만 더 하자', 또 다음에 비슷한 기회만 생기면 득달같이 들고 일어나 '이것만 하자' 말했습니다. 그렇게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였습니다. "조금만 더, 요거는 어때?" 이러면 담당자는 한 발 딸려 왔습니다. 이렇게 한 발씩 나아가던 중 어느 날 "안 된다, 자꾸 복잡하게 만들면 뒷 감당 안되고, 이러다가 나 죽는다" 하며 떠나갔습니다. 그렇게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교한 시스템을 만든 덕분에 지원국의 담당자로 새로 임명되면, 처음에는 시스템을 익히느라 고생합니다. 시스템이 복잡해서 인수인계 받으려면 몇 달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복잡해도 자동화가 되어 일반 봉사자들은 일하기가 편안해졌습니다. 제가 한 것이 '맞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저를 봤습니다. 제 고집이 더 셌던 것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도망가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잡을 것이냐? 일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저는 일에 치중했습니다.
개발 봉사자들은 대부분 일정 시간 활동을 하면 떠나갑니다. 저는 시스템을 운영, 유지보수하면서 또 기다립니다. 갔다가 다시 오는 봉사자도 있기는 합니다. 지금 있는 분들 중 와우 시스템 이전에 인명 시스템 시절에 봉사했다 다시 와서 봉사하는 도반도 있습니다. 저는 봉사자 관리를 참 못합니다. 그냥 일만 보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인정받고 싶은 것이 저의 가장 깊은 업식입니다. 제가 인정하는 훌륭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와우를 개발하면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봉사자에게서 “너 때문에 시스템 다 망쳤어.” 라는 말을 들었을 때 힘들었습니다. 일 자체보다는 인정받고 싶은데, 원망섞인 말을 들었던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난 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공동체에서 생활할 때 <명상수련> 후 나누기하며 지도 법사님께 점검을 받을 때였습니다. 한 부서장 도반이 “김도영 님이 너무 밉다.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일을 명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해서, 제가 존경하는 도반이었기에 힘들었습니다. 나누기 끝나고 같이 얼굴 보고 이야기는 했지만, 낯이 뜨거웠습니다. 한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후에 수련을 하면서 이 상황을 놓고 자문을 받았습니다. 자문 내용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부서장을 피해서 도망가면 저 부서장 나타나서 너를 괴롭힐 거고, 저 부서장을 피해서 도망가면 그 부서장이 나타나서 너를 괴롭힐 거다. 그러니 자신을 봐라“ 였습니다. "부서장이 너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네가 너를 괴롭히는 거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인정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저평가되는 판단을 들었을 때, 좋은 소리 듣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힘들어하는 제 업식을 보았습니다. 알아도 안 되는 게 업식입니다. 뿌리가 저 밑에 있어서 잘 안 됩니다. 십수 년이 지난 요즘도 그분을 만나면 긴장됩니다. 제 업식이니 그냥 껴안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 보살님, 와우 개발자, 그리고 부서장님. 이렇게 딱 세 번의 힘든 만남이었습니다.
저 혼자 고민이 많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것을 할 때, 안 하기는 그렇고 잘만하면 어떻게 될 거 같지만 단순히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고민에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이러 이러한 고민이 있어서, 이런 가능성과 이런 어려움이 있다. 이거는 고민이 많이 될 만한 부분이어서 시간이 좀 걸리겠다.’ 이렇게 설명하고 고민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아무 반응 없이 그냥 혼자 고민에 쑥 들어가는 겁니다. 아무 반응 없이 시간이 가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뭔가 있을 거 같긴 한데 말을 안 하니 답답할 겁니다.
새로운 것을 할 때 제가 말을 약간 부정으로 하면, “아, 그럼 뭐 안된다는 거네요.” 하며 포기를 해버릴 것 같고, 긍정으로 하면, “그럼 내일 모레면 되는 거예요?”할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직은 고민해봐야 될 문제였습니다. 소통 부제가 저의 단점입니다. IT 전문가들의 직업병일 수 있고 저의 기본 성향이 터 놓고 같이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글_최미영(서울제주 지부 서초지회)
인터뷰,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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