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명상수련을 신청할 때마다 수련 중 겪은 힘든 상황들이 떠올라 각오를 단단히 다집니다. 명상수련을 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꼈지만, 달리 몸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숨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드디어, 숨을 찾았습니다. 의심없이 감각으로 느껴지는 숨! 들뜬 마음에 숨이 거칠어지거나 숨을 놓쳐도 그 마저도 반가웠습니다. 숨을 찾고부터 명상이 가볍고 편안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명상수련이라 확신했습니다. 지난 여러 번의 명상 수련이 쌓여서 오늘의 경험에 이르렀다 생각하니 감사함이 솟아 올랐습니다. 이젠 6박 7일의 심화 수련도 도전해 볼만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흘 째 저녁, 수행은 내 수준을 아는 것이라는 지도법사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나'는 옮고 그름을 따지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이것을 수행과제로 삼아야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 정말 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명상 수련 기간동안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남편이 예정없이 나흘 만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밖에서 힘들었던지 조심히 저를 배려하는 당신의 마음과 달리 코를 골고 이를 갈고 있습니다. 내일 새벽에 정진하려면 빨리 자야하는데 잠이 점점 더 달아나고 있습니다. 잠이 달아날수록 잠을 잡으려 애쓰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번 명상수련에서 저는 '애씀'을 내려놓는 것을 연습해왔고 어느 정도 진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탁 칩니다.
'이 녀석아, 아직 한참 멀었다!'
이렇게 단단하니 업식이라 이야기하는 거겠지요? 이번 수련은 과제를 풀어온 과정을 점검하고 다시 출발하는 시즌 1의 마지막 화이자 시즌 2의 1화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희망차고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나흘간 집을 내어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매해 명상수련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배려 덕분입니다. 이렇게 편안히 집에서도 명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신 봉사자분들 감사합니다. 사막을 걸어갈 때 오아시스를 만나는 기분이 아마 명상수련중에 스님의 법문을 듣는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문들으면 '이젠 못하겠어.' 라는 마음이 힘을 받아서 다음 수련을 다짐합니다. 지도법사님 감사합니다. 다음 해에도 뵙겠습니다.
명상수련을 마치고 난 지금 마음은 뿌듯합니다. 결코 내가 잘해서가 아닙니다. 선택했고 함께 할 수 있으니 다만 감사합니다. 처음 시작할때의 마음은 설렜습니다. 어떤 게 펼쳐질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작하며 이내 '내가 이걸 왜 해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늘 마음속에서 불평부터 올라옵니다. 이제껏 살아오며 이런 불평불만을 몸으로 표현하며 말로 꺼내놓으며 살았습니다. 가시가 돋친 선인장처럼 살았습니다. 후회하고 돌이키기를 반복하면서도 지금도 그 업식은 여전히 알아차리기 전에 튀어 나옵니다.
다리가 끊어질 듯해서 살짝 펴며, 질려서 포기하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하면 다음에 또 명상수련을 신청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나 자신과 타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내멋대로 판단하고 내 식대로 행동하는 나를 보며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실망도 잠시, 지도법사님이 명상에 들어가기 전 첫 말씀에서 '지금의 이만큼도 괜찮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씀이 위로가 되니 또 도전해 봅니다. '나 좋을대로 해석하는 구나.' 싶어 웃음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며 숨에 집중도 하는 시간도 느끼니, '그래, 포기하지않으니 이런 걸 맛보는거지.' 하는 생각에 좋다가도, 순간 좋음을 또 다시 찾고 있는 나를 봅니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성격은 태어나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바뀔 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다시금 새길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수련에 참여하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살았습니다. 재미있어 했지만 끌려가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멈추어보니 내가 보입니다.
나는 늘 다음 계획에 휩싸여 분주합니다. 불법을 만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망상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수련이 끝난 9시가 되면 식구들이 먹을 음식준비로 바쁜 나는, '내가 이만큼 했다'는 성취감을 가지고 사는 그런 주제입니다. 혼자 좋아하고 상대가 봐주지 않으면 속으로 섭섭함을 가지는 수준임을 아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나를 분명히 보니 '괜찮다'고 다시 느낍니다. 과보를 기꺼이 받고 내가 행복하면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명상수련 사흘째 날에 쉬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새로운 소임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내게 좋은 선물임을 알아 마음이 가벼워지는 꿈이었습니다. 무의식인지 예지인지 모르겠지만, 꿈으로 내 밑마음을 볼 수 있었으니 큰 소득이라 여깁니다.
하나라도 더 일러주고 깨우쳐 주시려는 지도법사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받은 만큼 새기며 나아가겠습니다. 그냥 내 수준만큼 오늘도, 앞으로도 합니다. 수행자 삶이 녹록지는 않으나 돌이키며 해나아가 봅니다.
글_이오영, 유승혜
편집_ 김난희 (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전체댓글 5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