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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옳고, 제가 기준이었습니다. 남들이 저를 힘들게 하고, 상대 때문에 짜증이 나고,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괴롭고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시댁과 남편에게 풍족한 환경을 받았지만 감사함 없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라며 제멋에 살았습니다. 2017년 남편과 사이가 극도로 나빠지면서 탈출구를 찾던 저는 먼저 심리 상담 수업을 1년간 받았습니다.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했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관점은 변하지 않고, 제 의견이 아닌 심리학박사, 논문 등의 잣대로 상대를 바꾸려 한 시간이었습니다.
경남도청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스님의 책과 유튜브를 통해 명쾌한 답변을 접하고 있었던 저는, 점을 보듯 제 인생의 현명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 받은 혜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상황과 관계없이 내가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 상황이 저를 좌우하고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영향받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상황을 뛰어넘는 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즉문즉설 이후 행복학교1에 등록하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다니는 동안 법당에서 진행하는 불교대학 홍보물 배포, 어린이날 모금, JTS거리모금, 아나바다 장터, 환경학교 등... 정토회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토회가 기존 사회단체 활동과는 달리, 결과보다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 과정’ 같이 느껴져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게 다가온 순간순간의 기회를 놓치면 아쉬워하고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또 일 욕심 많은 제 업식이 어김없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다 하긴 버거워도 저 없이 그룹이 짜이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 보고, ‘아! 난 참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타인에게 인정을 갈구하는구나.’ ‘왜 존재감을 계속 표현하고자 애를 쓰지’ 저를 지켜봤습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게 정토행자 생활 명심문 첫 번째 '무엇이든지 방긋 웃으며 "예" 하는 사람이 된다는 말씀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원 업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지원 담당 소임을 선뜻 받으며 ‘아! 내 업식의 결과다. 내가 책임져야지. 정토회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필요한 소임이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깁니다. 제게 주어진 감사한 소임에 임 할 수 있지만, 선배 도반에게 일일이 도움을 구해서 한 가지씩 마무리해야 하니 미안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경전반을 졸업하고 제일 처음 제게 맡겨진 소임은 3월 불교대학 돕는이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회사에서 300명의 합동 조회를 매월 준비한 경험이 있는 저에게 7명을 진행하는 건 쉽게 보였습니다. 그러다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맡아 직접 해보니, 곁에서 보는 것과 직접 진행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임을 느꼈습니다. 직업보다 더 조심스러운 봉사는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교만한지,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얼마나 큰지, 직접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감히 이해한다는 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적 가난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원하는 직업을 갖고 제가 원하는 환경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해 결혼도 했습니다. 세상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 믿고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평온하고 잔잔하며 현실에 만족해 간절함은 없고, 일의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본인의 감정이 더 중요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남편을 답답해하고 무시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 자체를 몰랐습니다. 조건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감정, 설레고 요동치는 감정에 취해, 그것이 사랑이라 착각했습니다. 정토회에 들어와 ‘싫어도 상대가 원하면 맞추는 게 사랑’이라고 배울 때, 머리가 멍했습니다. 맞춤만 받았지 남편에게 한 번도 맞춘 적이 없습니다. 남편이 항상 저에게 맞춰주었고, 그러면서 제게 숨이 막힌다고 한 말이 그때서야 이해가 되고 참 힘들었겠다 싶었습니다. 한없이 맞춰줘도 고마움 없이 더 많이 바라고, 남편이 힘들다고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지도법사님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야 남편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스님, 내 상황을 어떻게 알고 꼭 나에게 필요한 법문을 해주실까?’ 지금도 법문을 들으며 배울 수 있는 감사함에 눈물이 차오릅니다.
소임을 하면서 남편에 대한 마음이 가장 크게 와 닿았습니다. 함께 살면서 “외롭고 괴로웠다”라는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음에 공감하기 보단, 경제적 여건, 가족건강, 여가생활, 자녀들의 학업 성적,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복에 겨운 푸념이다’라고 무시했습니다. 남편이 죽든 내가 죽어야 고통이 사라진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남편께 감사합니다. 남편을 존경합니다.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그 마음 받아주지 않아 진심으로 한없이 미안합니다. 함께 해준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정말 나를 많이 사랑해주었구나, 많이 기다려주었구나, 나를 참 많이 배려해주었구나’ 이제야 알았습니다.
불교대학 재학시 아침기도 중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지 말라”를 낭독할 때는 거의 울먹거렸습니다. 불교대학에서 이치를 배우고 제가 가진 억울함은 내가 한 행동을 모를 때 생기는 감정이구나. 억울해할 정당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억울함이 무지에서 오는 걸 경험으로 깨달은 저는 그 이후부터 보왕삼매론을 편안한 마음으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돕는이, 진행자 소임을 하면서 배운 점은 ‘우리는 다르다’ 입니다. 학생들의 나누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 법문을 듣는 것만큼이나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같은 법문도 7명이 다른 소감나누기 하는 모습을 보며, 자녀를 이해하고, 남편을 공감하고 도반의 말에 공감하며 숙이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한 귀한 우리 조 학생들에게 배우게 되어, 매주 선물 같은 수업시간은 봉사가 아닌 큰 복입니다.
정토회에서 스님 법문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머리로 알 뿐 제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사용할 수 없는 연장을 가득 선물 받은 마음이었습니다. 봉사하면서 ‘상대와 나는 다를 뿐, 맞고 틀리고가 아니다’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선배 도반들 곁에서 보고 듣고 배우니 선배 도반들보다 ‘나는 언제나 옳고 내가 객관적이야, 내 판단이 최선이야 라고 고집하는 사람이구나’ 가 비추어 보였습니다.
분별하는 시간 대신 어떻게 이 문제를 최선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고, 분별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니 괴로워서 일 능률도 저하되고, 일 진척도 느려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지원담당 소임을 하면서 ‘무조건 “예”하고 합니다’를 명심문으로 정했습니다. 명심문이 아니더라도 일정이 촉박하고 경험한 바가 없으니 “예”하고 저절로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직장 같으면 경험이 많으니 여유가 있어 ‘내 생각, 내 의견, 내 고집’을 관철하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많았을 텐데 정토회는 바쁜 일정이 오히려 복이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소임을 하는 과정에는 가정, 직장업무, 정토회 일정이 한꺼번에 몰릴 때가 많습니다. 업무가 몰아쳐도 언제나 환한 미소로 부드럽게 저희를 대하고 이끌어주며 배운 대로 행하는 담당과 선배 도반이 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체험을 통해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소임을 해보니 ‘아, 담당이나 꼭지 소임자는 이렇게 바빴구나, 시간을 내고 정성을 기울여 온 마음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었구나, 그런데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항상 온화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따뜻하게 대해 주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두 도반은 제 인생에서 부처님의 큰 선물입니다. 두 선배 도반의 뒷모습 보면서 그림자처럼 따라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도반은 제게 스승입니다.
정토회 천일결사 아침기도는 하루 중 가장 우선되는 시간입니다. 교만하고 부족한 제가 고개를 꼿꼿이 들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안전핀 같은 시간입니다. 정토회를 만나지 못했다면 사람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이치를 알지 못한 채, 괴로운 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저의 마음만큼 소중한 남편의 마음, 아이들의 입장과 각자의 바람, 그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귀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봅니다. 그들의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것은 나의 아픔이기에,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 고집대로 했을 때보다 더 행복함을 알아 가족이 더욱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웃는 얼굴에 그늘 없어 보이는 박아름 님은 지회 활동 때 화상으로 두 번 정도 보았습니다. 인터뷰하겠다 말하면 다들 숨을 고르고 생각을 하지만, 아름 님은 “뭘 해야 합니까?”라며 적극적으로 응해주었습니다. 인터뷰할 때는 몇 해를 알고 지낸 친구인 듯 편안했습니다. 도반들을 볼 때 상대의 표정, 말씨, 행동 모든 것에 장점을 찾아 알아봐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소임으로 12시 전에는 자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아름 님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름 님의 행복한 에너지가 다른 분들에게도 전달되기를 응원합니다.
글_정선혜 희망리포터(경남지부 창원지회)
편집_이정선(경남지부 진주지회)
행복학교 행복해지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적 의식이나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법륜스님의 행복 메시지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함께 하는 곳.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12강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음.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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