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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과 정토회와의 인연은 깊게 들여다보면, 결과적으로 불안증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저는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외도와 일방적인 이혼 통보 그리고 할머니와 친가 식구의 구박으로 어머니는 양육권도 빼앗긴 채 쫓겨나다시피 했습니다. 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저를 몰래 데려와 숨어서 살았지만, 할머니는 용케 찾아와 저를 빼앗아 갔습니다. 어머니는 재혼도 하지 않고 저를 늘 그리워하며 한평생 혼자 살았습니다.
어머니의 심리가 전이되었는지 저는 결혼 후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아이와 떨어지면 항상 불안했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했고, 초등학교에 보낼 때는 불안증이 너무 심해졌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절에 가서 부지런히 기도하였고, 도서관에서 육아와 심리에 관한 책을 열심히 찾아 읽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스님의 책을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육아와 아이의 심리에 대해서 혼자 나름대로 연구하다 보니 아동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게 오히려 상담해 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별문제 없이 잘 컸습니다.
남편의 사업 확장을 위해 5년간 어머니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성인이 되어 가끔 만날 때와는 전혀 다른 어머니의 모습을 매일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 푸념과 아버지에 대한 욕도 들어야 했습니다. 어머니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성장했던 저에게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습니다. 술로 외로움을 달래 온 어머니는 저에게 몇 시간씩 넋두리하였습니다.
저와 헤어졌을 때 제 나이가 6살이었는데, 어머니에게 저는 아직도 6세의 어린애였습니다. 특히 어린애 취급하며 폭언을 할 때는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스님의 즉문즉설이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매일 들으면서 혼자서 100일 기도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맘 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5년이 지나 어머니의 집에서 나온 후, 어머니와의 관계는 다시 좋아졌고, 저는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한동안 쇼핑중독에 빠졌습니다. 뭔가 억눌림이 폭발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옷을 사고, 치장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난 후에는 괴로움이 찾아왔습니다. 카드값을 갚아야 하는 일도 큰일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 일을 반복했습니다.
혼자 유튜브에서 스님의 즉문즉설만 듣다가 2019년 정토회 불교대학에 등록했습니다. 아들이 고1이 되면서입니다. 아이가 힘들게 공부하는데 저도 뭔가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3년간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곧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치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여 지나친 소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이나 염색하는 것도 좋지 않다, 바라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일상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가르침이 구속과 간섭으로 여겨졌습니다. 원래 저는 외모를 꾸미고, 장신구를 걸치고 멋진 옷을 입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만은 잘 키우며 살았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을 다닐수록 '그동안 잘 못 살았는가?' 하는 의문이 자꾸 들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했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가르침을 따르다 보니, 쇼핑중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몸치장하는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제 문제의 해결은 108배와 300배 기도 덕분입니다. 어머니와 갈등은 무엇보다도 같이 살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해결된 것 같지만, 그 자연스러움 뒤에는 백일기도가 있습니다. 법사님과의 면담에서 백일동안 매일 300배를 하며 어머니에게 감사의 기도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매일 무조건 했습니다. '백일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백일기도를 하는 동안에는 별로 감정의 변화가 없었는데, 백일이 끝나자 정말 신기하게도 괴로운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머니와 아팠던 기억을 시간 날 때마다 꺼내 보면서 괴로워했던 습관이 백일기도 후에 정말 없어졌습니다. 사로잡힘을 금방 알아채게 되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수행을 하기 전 저는 새벽잠이 많아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벌떡 일어난다’는 방법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 번 한다고 했으니 끝까지 한다는 결단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는 갑자기 담이 오거나 급성위염이 와서 움직이기도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마장으로 여기고 수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꾸준하게 정진하면 저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몇 시에 자든 새벽 정진은 저의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고 영양제이므로, 이제 당연한 일입니다.
코로나 19 확산의 위험이 여전하여 주인공과 화상 인터뷰를 했습니다. 수행법회에서 온라인 화상으로만 보았던 밝고 차분한 미모의 설지윤 님. 인생 이야기를 듣다보니 삶의 주인으로서 당당함이 느껴졌습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든든한 수행법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들을 수 있어 고마운 인터뷰였습니다.
글_이경분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관악지회)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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