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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종교에 관해선 관심도 없고 불신이 컸습니다. 무언가를 바라며 비는 기복신앙이 안 좋아 보여서입니다. 그러던 제가 정토회를 꾸준히 다니며 수행하고 있는 것, 또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정토회 다니기 전, 아는 형님과 동업을 했는데 보통 동업이 그렇듯이 이런저런 갈등과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아주 힘든 고비를 지날 즈음, 사회에서 같이 운동하던 누님 중 한 분이 1년 전부터 정토회를 다닌다고 하면서 대뜸 저에게 “행복해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그 당시 제가 알고 있던 행복은 마냥 즐거운 게 행복이고 그래서 항상 즐거워지고 싶었기 때문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은 거 아닙니까?”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 여기 한번 다녀봐라!”고 정토불교대학 전단지를 주면서 권하길래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딱 잘라서 거절하기도 어렵고 해서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몇 번 더 권유를 받고 보니 ‘도대체 거긴 뭐가 다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 다니게 되었습니다.
정토회를 다니면서 불교에 관해 공부해보니 이전에 제가 알던 행복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게 아니란 걸 어슴푸레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괴로운 건 싫다는 생각에 즐거움만 찾아다녔는데, 이젠 즐거움이 곧 괴로움이란 걸 느끼게 되니 이게 뭔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교대학 졸업하고 경전반 다닐 생각은 없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라는 권유도 싫었고 그래서 계속 미루다가 ‘도대체 그게 뭔데 이렇게 다녀오라고 하나?’ 싶어서 불교대학 졸업 전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제 사고가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산과 들, 아파트 모습이었지만 <깨달음의 장>에 갈 때와 나올 때 완전히 다르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제가 제 생각에만 빠져, 이 세상과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바꾸려 애썼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봉사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은 남산 순례 사전답사를 하고 나서입니다. 막상 스텝으로 참여해 보니 얼마나 세심하게 학생들의 동선을 계산하고, 화장실도 만들고, 시간을 재는지... ‘그동안 내가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공짜로 다녔구나. 이렇게나 많은 봉사자의 수고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다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에, 뒤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나도 조금은 보답하자는 마음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봉사하면서 수행, 보시, 봉사가 하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전에는 그게 다 따로고 다른 거로 생각했는데 실제 해봄으로써 그 말을 실감했습니다.
봉사하면서 특별히 힘들 때는 없습니다. 가끔 ‘힘들다.’ 싶다가도 ‘지나가겠지...’ 여깁니다. 요즘은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생겨도 곧 지나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 분별심도 나한테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JTS 거리모금을 담당하면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들을 때는 욱하는 마음도 들고 부끄럽고, 옛날 성격이 한 번씩 드러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일이 생겨도 특별히 화나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신기합니다.
‘소임이 곧 복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 예전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경전반 졸업하면 그냥 오고 싶을 때 편하게 오고 그럴 생각이었는데, 막상 소임이 주어지니 꼭 오게 되고 책임감도 생기고 제 수행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JTS 거리모금과 가을 경전반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때 제대로 공부 안 하고 졸업했던 경전반 수업을 한 번 더 들으니 좋습니다. 수업에 빠지는 학생들을 보면 졸업해야 하는데 출석률도 걱정되고, 이 좋은 법을 몰라서 자꾸 안 오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수행법회 사회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좀 힘들었고, 거리모금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라 너무 부끄럽고 분별심도 엄청나게 올라왔습니다. 그때 선배 도반들이 못해도 되니까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능력도 안 되면서 잘 하려고 욕심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차차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편해져 제법 여유도 생겼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게 됩니다. ‘상대방의 모습이 다 내 마음과 내면의 모습이구나.’라고 느낍니다. 봉사가 수행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봉사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의 일상을 돌아보면 운동하고 사람 만나고 술 마시는 거로 바빴는데, 지금은 맡은 소임이 있으니 법당에 자주 나옵니다. 봉사하면서 수고했다는 말에 보람도 느끼고 가끔 ‘오늘은 가기 싫은데...’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끝나고 나면 ‘잘 왔구나.’ 싶습니다. 다른 일정과 겹치면 아직도 조금 갈등하지만 그래도 법당 일을 택하게 됩니다. 먹고 사는 일에 최우선을 두고 살지만, 그 외 시간에는 법당 일이 최우선이 되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제가 그럴 깜냥이 되나요, 부끄러운데...” 하며 인터뷰에 응해 준 유종훈 님. 대구법당에는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예!” 하고 흔쾌히 부지런하게 달려와 주는 고마운 분이 있습니다.
글_김화숙 희망리포터(대구정토회 대구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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