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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사는 게 힘들어서 밤에 자면서도 4~5번씩 깨고, 삶의 의미를 못 찾겠고,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회의감이 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성들이 겪는다는 갱년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늘 걱정이 많았습니다.
정토회를 알게 된 건 불교방송에서 즉문즉설을 들으면서입니다. 일반 스님들은 경전을 가지고 법문하시는데 이 스님은 쉽게 마음에 와닿게 이치를 설명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법륜스님이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그 후 수성대 강연을 듣고 금강경 책을 사서 사인받는데 사인에 법륜이라는 이름을 보고 그 스님임을 알았습니다. 정토회가 어떤 곳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불교공부를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교대학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딱히 좋은 점도 못 느끼고 일반 절과는 형식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꼬박꼬박 다녔습니다. 성격이 많이 소심해서 불교대학 입학식 당일에도 왔다가 법당에 못 들어갔습니다. 법당 앞까지 왔는데 아무도 안 보여서 쑥스러운 마음에 돌아갔습니다. 그 후로 경전반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해서 정근상, 개근상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 집전을 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보통 불교에서 말하는 기복신앙에 대해서 의문이 있었습니다. ‘과연 갓바위에 가서 빌면 갓바위 부처님이 다 들어주실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불법공부를 하면서 내게 이미 불교의 씨앗이 심겨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북봉사를 갔는데 갑자기 할머니와 대여섯 살 때 직지사에 갔던 기억이 나는 걸 보고, 이미 내 안에 불교에 대한 씨앗이 있었는데 근 50년이 지나 싹이 터서 불법 공부를 하게 되었고, 할머니 손에서 그 싹이 심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할아버지는 절에 하는 시주와 보시에 대해서 반대를 하셨는데 할머니는 달랐습니다.
예전의 나는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아, 주어진 환경과 상대방에 대한 탓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화와 짜증을 많이 냈습니다. 특히 장남이어서 고민거리는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법을 공부하고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못 하는 건 받아들이고, 환경을 탓하는 마음은 다 내가 만든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을 살피고부터 상대방 말이 나쁘고,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반응하는 방식이 문제란 걸 알게 되어 지금은 감사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혼자 계신 어머님 걱정도 컸습니다. 아내는 모시고 사는 걸 힘들어하는데 내 맘대로 할 수도 없고 모든 걸 내 기준으로만 보니까 맘에는 안 들고 그 마음을 억누르고 참게 되니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그 괴로움의 원인을 알고 나니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밖으로 드러난 아버지에 대해서만 보니까 가끔 원망도 했습니다. 불법을 공부하며 아버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고단함을 술로써 해결하셨다는 걸 이해하게 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는 자신감이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건축 분야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유동 수련원, 문경 수련원의 건축 관련 일거리가 생겨 봉사하게 되었을 때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법사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내가 가진 능력이 잘 쓰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나도 잘 쓰일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기법에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같다는 걸 봉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집사람은 제가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좀 달라졌다고 여겼습니다. 내 업식이 변해야 상대방이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집사람의 행동에 대해 분별심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분별심이 거의 안 나고 또 일어날 때는 제 마음을 보면서 스님의 알아차리라는 말씀을 되새깁니다. 일어나는 현상에 반응하는 내가 문제지 화낼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화가 가라앉는 걸 봅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빠르게 바뀌는 걸 보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자를 사귀어본 적 없이 첫사랑인 전처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네 살, 여섯 살 때 아내와 이혼을 했습니다. 아내가 나를 배신했다는 거에 대해 원망이 컸습니다. 또 가진 것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것도 힘들었고 괴로웠습니다. 묘당 법사님과 <깨달음의 장> 수련을 하면서 그때의 힘들었던 점이 많이 해소되고 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서 예불을 올리는데 눈물이 펑펑 나면서 참회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원망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고맙다는 생각도 들면서, 전처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고 가벼워졌습니다. 지도 법사님과 법사님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구제받았다는 감사함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안내자 역할을 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정토회 다니면서도 초기엔 괴롭고 불안한 생각, 뭔가 쫓기며 산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법당을 다니면서도 어느 순간까지는 회의감도 들었는데 계속 다니면서 어느 시점부터인가 고통이 사라졌습니다. 주어지는 어떤 상황이나 일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는 편안한 마음이 되고 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인도 성지 순례 때 4대 성지를 다니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다른 분들은 안 우는 것 같은데 첫날 사르나트 입재식 때 탑돌이 하면서부터 울었습니다. JTS 거리모금 나갔을 때는 얼굴이 벌게져 한마디도 못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이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거리모금에 나갔습니다. 1년 만에 천 원이면 두 명의 아이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습니다. 소심했던 내가 변한다는 게 감동이었습니다.
수행담을 써주신다니 거절하면 안될 것 같아서 응하긴 하는데 너무 부끄럽습니다. 괴로움에서 시작된 내 삶이 지금은 항상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자유로워진 것을 느낍니다. 봉사를 통해 바뀔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께도 감사합니다. 일상에서 순간적인 화는 아직도 생깁니다. 예전엔 상대방을 봤지만, 지금은 왜 화가 나는지 나를 보게 되니 상대에 대한 화가 사라지고 내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불법 만나 행복합니다.
봉사 현장 사진마다 전한기 님은 항상 등장합니다. 입재식이나 기타 행사 사진 속에도 어김없이 전한기 님이 있습니다. 여성들 속에서 청일점이 되어 분위기를 살리는 꽃도 기꺼이 되어 줍니다. 과묵함 속에 활짝 피어나는 순박한 웃음으로 대구법당을 환하게 만들어 주는 전한기 님의 수행담이었습니다.
글_김화숙 희망리포터(대구정토회 대구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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