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법당
고부갈등도 녹이고, 내 업식도 녹이는 새벽수행

구미법당에 새벽을 여는 도반이 있습니다. 새벽기도로 10여년 간의 고부갈등도 녹고, 두터운 업식도 녹였다고 합니다. 오늘 수행담의 주인공은 구미법당 회계담당으로 몇 년째 봉사하고 있는 이현숙 님입니다. 도반의 수행담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같이 가실까요?

통일의병대회에서 (가운데 이현숙 님)
▲ 통일의병대회에서 (가운데 이현숙 님)

손가락 터치 한 번의 인연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인터넷에서 어떤 스님의 이야기가 계속 순위를 다투며 올라왔습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저는 독실한 신자는 아니어도 유일신 사상으로 인하여 타 종교를 배타적인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불교는 그냥 미신에 불과했을 뿐이었기에 인터넷을 제대로 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꾸준히 순위를 다투기에 호기심에 뭔가 하고 클릭 한 번 한 것이 지금까지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님 법문에 클릭한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스님 법문 중에 <깨달음의장>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에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여 2011년 5월 과감하게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었고,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큰 틀도 자연스럽게 깨지는 신기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잠시, 법당은 나가지 않고 그냥 지내다가, 2012년 봄 직장 상사와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상사를 싫어하게 되니 내 마음이 괴로워지고 있을 때 언젠가 스님께서 기도 해보라는 법문이 생각났습니다. 기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법당에 전화하고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수요법회를 다니게 되었고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한 후, 지금은 법당 회계 일을 보면서 가을 경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전반 입학하고 도반과 함께(뒷줄 왼쪽 두번째 이현숙 님)
▲ 경전반 입학하고 도반과 함께(뒷줄 왼쪽 두번째 이현숙 님)

10년 고부갈등 녹인 새벽수행

처음 새벽기도를 해보니 효과가 있었습니다. 늘 약간 들떠 있기도 하고 긴장되어 있기도 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게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상사와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후에 인사이동이 있어 헤어질 때는 서로 선물과 편지를 주고받는 돈독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정토회를 다니며 얻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독자인 남편을 홀로 힘들게 키우신 시어머니와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며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기도를 계속하면서, 여자 혼자 몸으로 아들 공부시키고 가르쳤을 시어머니가 이해되고, 또한 성정이 비슷한 두 여자 사이에서 힘들었을 남편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내가 변한 만큼 시어머니도 변화하고, 늘 남편의 술과 담배에 시비 걸던 나도 아주 가끔만 시비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여전히 두터운 업식은 언제나 기회를 보다가 빈틈이 생기면 나타났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날이 많으면 긴장하고 흥분한 상태가 되고, 결벽증에, 나와 남을 분별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생의 상태로 순식간에 되돌아갔습니다.

새벽기도후(오른쪽 첫번째 이현숙 님)
▲ 새벽기도후(오른쪽 첫번째 이현숙 님)

도반과 함께 법당에서 다시 새벽기도를

처음에는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하다가 겨울이 와서 춥다는 이유로 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잘하다가 어느 순간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7-7차부터 지금까지 천일결사를 했으나 한 번도 백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기도하기 싫으면 안 했다가 불안함이 생기면 기도하고. 그렇게 내 업식에 끌려다니며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 업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것인데 좋고 싫음에 집착하여 내 방식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상반기 정일사 회향에서 향존법사님께서 당신이 수행하실 때 도반이랑 같이 하니 꾸준히 하게 되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옳다구나!’ 하고 도반에게 새벽기도를 법당에서 같이 하자고 말할까 고민하던 차에 다른 도반이 먼저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하자고 제의하여 같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약속을 하고 상대를 기다리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어쩌다 한 번이라면 불편을 감수하겠지만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았습니다. 도반과 함께 시간맞춰 만나서 같이 이동하는 것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다리는 것 싫어하고 불편한 것 싫어하는 업식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태우고 다녀야 빠지지 않을 것 같아 차량 봉사를 자원하여 도반을 태우고 법당에 새벽기도를 다녔습니다. 제가 도반을 기다리기도 하고 반대로 도반을 기다리게 할 때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리기 싫어하고 불편한 것 싫어하는 업식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렇게 좋아지니 다른 도반도 함께하자고 하여 1명이 더 늘어 지금은 다섯 명이 새벽 법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내 할 일만 철저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주변도 돌아보면서 다른 도반에게 일주일 중에 하루만이라도 새벽기도 나오라고 권하기도 하는 나로 바뀌었습니다. 법당에 도반이 많아지면 왠지 기분 좋고 마음이 들뜹니다. 그러나 실은 도반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권유이었음을 알기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들뜨는 나를 다만 지켜봅니다.

정일사회향 수련 후(뒤 두 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이현숙 님)
▲ 정일사회향 수련 후(뒤 두 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이현숙 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마음으로

도반과 같이하니 기도하지 않는 날이 현저히 줄어들어 지금은 집 떠나는 여행 말고는 기도를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 밥을 먹듯 일상처럼 어디를 가든 기도를 거르지 않겠다는 원을 세워 봅니다. 6년째 기도를 하면서 매번 100일을 제대로 채워본 적 없는 부끄러움도 있지만 기도 안 하는 날이 줄어드는 뿌듯함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백일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마음으로 쉬지 않고 하다 보면 보살이 될 거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자주 넘어지는 나를 알아차리고 응원하고 지지하면서 넓게 보고, 멀리 보고, 오래도록, 천천히 낙숫물이 바위 뚫듯 꾸준히 갈 것입니다.

2018 정초 순회법회 후(중간줄 오른쪽 세번째 이현숙 님)
▲ 2018 정초 순회법회 후(중간줄 오른쪽 세번째 이현숙 님)

글_이현숙(구미법당)
정리_전현숙 희망리포터(구미법당)
편집_박정미(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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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효정윤규

꼭 합격수기를 읽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10-16 10:01:10

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3^

2018-11-15 00:41:34

신갑순

눈물나요~~~
감동입니다.

2018-11-14 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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