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의 남자 활동가들이 1년에 한 번 전국에서 모이는 날입니다. 스님은 정토회 거사활동가 나들이에 참석해 법문을 하고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 두북에서 문경으로 출발했습니다. 정토회 거사 활동가들도 전국 각지에서 선유동 정토연수원으로 모였습니다. 참가 자격은 깨달음의 장을 이수한 35세 이상의 남자활동가입니다. 올해 거사활동가 나들이에는 2백여 명의 거사님이 참석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친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10시가 되자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을 외는 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대표 김은숙 님이 환영인사를 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작년에는 버스 타고 함께 오면서 예비군 훈련장 가는 것 같았는데 반야심경을 외는 소리를 들으니 오늘은 민방위 훈련장에 같이 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낯설고 좋습니다.(모두 웃음)

아마 다들 어제까지 일하고 오늘 새벽부터 차 몰고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밝은 얼굴 뵈니까 너무 좋습니다. 거사님들이 준비한 행사라 더욱 기대됩니다.”

대표님의 인사말에 시작부터 웃음이 넘칩니다. 남자 법사님들을 대표해 보향 법사님도 환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법사님은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법당에서 살아남아서 이 곳까지 오신 거사님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모두 웃음) 오죽 힘드셨으면 거사 나들이를 따로 만들어서 위로를 하네요. 요즘도 그런가요?”

“네!”

“요즘은 거사님들 활동이 많아진 것 같아요. 직장 생활하랴 봉사하랴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돌아보면 마음공부를 하는 과정에 총무님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여성 활동가들의 공덕으로 제가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그걸 아는데 시간이 한참 걸리더라고요. 처음에는 사회생활을 했다는 생각에 여성 활동가들을 무시하는 마음도 있었고, 왜 일을 비합리적으로 하냐고 비판만 하기도 했어요. 거사님들에게 이런 시기가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 시기에 적응을 못하면 법당을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지도법사님 모시고 법문을 들으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여성 활동가들의 공덕에 대해서도 성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힘든 걸 충분히 이야기해서 우리도 잘 적응할뿐더러 뒤에 오신 거사님들이 잘 생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1박 2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들이를 시작하면서 스님의 입재 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씩씩한 목소리가 되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스님도 거사나들이에 참석한 소감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방금 대표님이 민방위 훈련에 온 기분이라고 하셨는데,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모두 웃음) 저도 오늘 오랜만에 남자들이 모인 장소에 오니까 마치 중공업 노조에 와서 강의하는 기분이 드네요.(모두 웃음) 군대는 다 젊은 청년들이니까 느낌이 좀 다른데, 중공업 노조에 가면 나이가 다 40대 50대인 분들이 다수입니다. 정토회에 오면 항상 여자가 더 많이 보이잖아요. 스님의 법문이 꼭 여자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데 왜 여자만 많이 모이는지 모르겠어요.(모두 웃음)

제가 볼 때는 여성들이 좀 더 진보적인 것 같아요. 사회정의에도 더 관심이 많고요. 그런데 남자들은 첫째, 술집에 많아요. 술 먹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요. 둘째, 돈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요. 사회정의나 환경문제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돈벌이에 찌들어 사니까 술을 먹지 않나 싶어요. 셋째, 너무 권위적이고 책임감도 무겁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얼굴이 밝지 못한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든지 지위가 높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은가 싶어요. 자원봉사를 하기에는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절에 와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런 권위로부터 자유로운 분들이니까 정토회에 남아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것들을 모두 극복하고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들을 정말 환영합니다. 오늘은 제가 하루 종일 시간을 냈어요. 지겹도록 봅시다.(모두 박수)”

스님은 밝게 인사를 나눈 후 30개 정토회 별로 참가자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또 법사, 서원행자, 대의원, 팀장, 발심행자, 경전반, 불교대학 학생 등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습니다.

특별히 워싱턴 정토회 대표를 맡고 있는 민덕홍 님도 참석해 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오전에는 원래 함께 선유동 계곡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오전에 즉문즉설을 먼저 하고 오후에 비가 그치면 산책을 가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비가 내려서 참 다행이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비가 와야 돼요. 요즘 너무 가물었어요. 지난주에 북한에 갔는데 북한에도 봄가뭄이 무척 심했어요. 비가 와서 잘됐어요.”

이어서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정토회의 역사를 설명해주며 낡은 유산을 버리고 미래지향적으로 살 것을 강조했습니다.

“정토회가 환경을 살리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수행을 보편화시키는 일은 여성만 해야 할 운동이에요? 여자, 남자와는 관계없는 일이에요?”

“관계없는 일이요.”

“그런데 왜 이 운동에 여자가 많이 참여하고 남자는 적게 참여해요? 그래서 제가 방금 전에 한국 여성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얘기를 한 거예요.

권위에 사로잡히고, 술에 찌들고, 출세에 목매달고, 돈에 목매달고 사는 인생은 과거 지향적인 삶입니다. 한 세대만 지나 놓고 보면 지난 세대의 낡은 유산이 될 것들입니다. 마치 민주화가 되고 나면 독재가 낡은 유산이 되듯이 이런 가치들은 낡은 유산이에요. 한 세대만 지나고 여러분들 자녀 세대 때만 되어도 과거의 낡은 유산으로 취급받을 일인데, 여러분들이 거기에 목매달고 살면, 죽을 때 자기를 돌아봤을 때 무의미한 일에 평생을 투여한 것 같아 후회가 남게 됩니다.

이미 정토회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30여 년 전 대학생 몇 명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미래를 내다보고 한 발 한 발 걸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과거의 낡은 유산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불교는 과거의 권위와 유산으로 현재 큰 세력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쇠락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 규모로 보면 정토회는 아직 큰 절 한 개 수준도 안 됩니다. 정토회는 전국에서 다는 초파일 연등이 만 개도 안 됩니다. 그런데 규모가 큰 절은 보통 연등을 10만 개 정도 답니다.

이렇게 예산으로 따지면 비교가 안 되지만,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보면 정토회는 이미 종단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꼭 돈의 액수만 갖고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닙니다. 정토회는 ‘얼마나 정의롭게 살아가느냐’ 하는 도덕의 힘으로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정토회가 영향을 주고 싶어서 주는 게 아니라, 갈수록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영향력을 사회를 정화시키고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데 활용해야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남자들은 남자라고 하는 권위, 돈이나 지위에 너무 매달려 있어요. 이런 것들에서 좀 자유로워야 해요. 권위, 돈, 지위를 내려놓으면 자기도 자유롭고 남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느라 애를 먹는다고 하는데, 아내한테 물어보면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 그럽니다. 애들 때문에 여러분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 애들한테 물어보면 아버지 때문에 못살겠다 그래요.(모두 웃음)

여러분들은 여러분들대로 힘들고, 남한테도 괴로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나도 무거운 짐을 덜어놓고, 같이 사는 사람들도 오히려 가볍게 해주는 관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슨 복을 빌고 신자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로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면, 자기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고, 자기도 자유롭고 남도 자유롭게 하는, 그런 길이 실제로 열리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면 오늘 마음껏 얘기하세요. 사회에 나가서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한 시간 가까이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거사님들을 위한 맞춤 법문이었습니다.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전에 자원을 받아 거사님 한 두 분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볍게 분위기를 전환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질문뿐만 아니라 건의사항도 함께 뒤섞여 나왔습니다.

  • 스님 법문을 듣고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하라고 하시는데 봉사는 법당에서의 봉사만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사회적인 봉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 금강경에서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내고, 그 마음마저 버리라’라고 배웠는데, 너무 추상적이라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낼 수 있나요?
  •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것이 미국과 이란이 전쟁했던 과정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점점 연기될까봐 걱정됩니다. 앞으로 국제정세가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평화운동을 해나가야 할까요?

세 가지 질문을 받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둘러앉아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진행팀에서는 문경에서 농사지은 상추와 야채를 씻어내고 강된장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거사님들은 도시락을 싸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김밥을 사서 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김밥을 나눠먹는 거사님들도 있었고 화려한 도시락을 싸온 분도 있었습니다.

오후에도 즉문즉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즉문즉설을 하기 전에 스승의 날을 맞아 스님에게 거사님들이 직접 만든 꽃다발을 드리고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불렀습니다. 꽃다발도 목소리도 투박했지만 스승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진하게 배어있었습니다.

이곳 정토연수원은 많은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개원했습니다. 스님은 가벼운 농담으로 오후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연수원 괜찮아요? 한 번이라도 와서 봉사하신 분 손들어보세요. 많네요. 손 안 드신 분은 이따 산에 가다가 미끄러질 거예요.” (모두 웃음)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한 두곡 불렀습니다. 한 거사님이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라고 열창을 했습니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을 때는 명상을 하세요.” (모두 웃음)

한바탕 박수치며 웃고 다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에 우울하고 공격적인 아내의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남자 활동가들의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결혼을 했는데, 독약을 마신 것 같습니다. 마흔 살에 늦게 결혼하다 보니 만난 지 세 달 만에 결혼했고, 지금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가 살림은 잘 못하지만 착한 줄 알았는데, 같이 살면서 우울증이 생겼고, 저한테 너무 공격적으로 행동해요. 참으면서 살고 있긴 한데, 이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면 저도 힘들고 아이들에게도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참고 살아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들으니 기분이 억수로 좋네요. 고소합니다. 40대까지 결혼 안 했으면 절에 들어오지 뭣 때문에 결혼했어요?” (모두 웃음)

“원래 성격이 그런 사람인데 연애하는 동안 그런 성격을 안 보여준 건지, 이 사람이 정말 착한 여자인데 나를 만나서 변한 건지 그게 궁금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양처를 만나면 행복하고,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된다고 했는데, 저는 악처를 만나서 수행자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잘 됐네요.” (모두 웃음)

“그런데 애들이 엄마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니까 그냥 버티면서 같이 살아야 되는 건지 고민이 됩니다.”

“같이 안 살면 어떻게 할 건데요?”

“이혼하고 저 혼자서 애들 키우고 살아야죠.”

“혼자서 아이 둘 키우면서 사는 것이 낫겠어요, 아내 한 명을 돌보는 게 낫겠어요? 내가 아내를 돌보면 아내가 애들 둘을 보살피니까 나는 아내만 하나 잘 돌보면 되잖아요.”

“전에는 자살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정토회 나오면서는 그럭저럭 버틸만합니다.”

“그렇게 자꾸 말하지 말고,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일곱 살짜리 다섯 살짜리 조그만 아이 둘을 내가 혼자서 키우는 것이 쉽겠느냐, 가끔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성질이 더럽지만 아내 한 명 건사하는 게 낫겠느냐? 어느 쪽이 질문자한테 낫겠어요?”

“사실은 아내 한 명 건사하는 것이 나을 수 있는데요. 제가 마음이 편하고 애들도 상처 안 받고 살려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더라도 이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애들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성질은 좀 내도 엄마가 키워주는 게 낫겠어, 가사도우미가 키워주는 게 낫겠어?’ 이렇게요.”

“큰 애는 엄마를 많이 따르는데, 작은 애는 저를 많이 따릅니다.”

“질문자를 따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애를 키우는 게 낫겠냐는 거예요. 애한테 물어보세요. 가사도우미가 낫겠냐, 짜증 좀 내는 엄마가 낫겠냐.”

“그렇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버티는 데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버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버틸 문제가 아니에요. 나한테 지금 열 가지 스무 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이 아니고, 딱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겁니다. 이혼하고 아이 둘을 내가 키우느냐, 이혼을 안 하고 애 엄마가 아이 둘을 키우게 하는 대신에 내가 애 엄마의 성격을 받아낼 것이냐. 즉, 큰 애를 하나 키우는 게 낫겠냐, 아니면 조그만 애 둘을 키우는 게 낫겠냐 이겁니다.”

“현재는 애 하나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버티면 안 되지요. 현실적으로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게 왜 버티는 거예요?”

“한 번씩 아내에게 욕을 들으면 힘듭니다. 명상을 통해서 나름대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지만, 집에 오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명상은 필요 없다니까요. 관점을 그렇게 잡으면 안 됩니다. 사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거래처 A는 이익이 많이 남아요. 그런데 사장의 성질이 더러워서 갔다 오면 기분이 좀 나빠요. 그런데 거래처 B는 사장이 성격은 좋은데 이익이 안 남아요. 질문자가 사업을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어요?”

“그때 그때 다르겠지만, 제가 여유가 있다면 이익이 안 남더라도 성격 좋은 사장을 선택하겠죠. 많이 쪼들린다면 기분이 나쁘지만 이익이 남는 쪽을 선택하고요.”

“질문자는 쪼들리는 축에 들어가요 여유 있는 축에 들어가요?”

“약간 쪼들립니다.” (모두 웃음)

“그래요. 우리가 바라는 건 이익도 되고 관계도 좋은 겁니다. 그게 최고지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복이 그 정도가 안 된다는 게 문제예요. 상황이 그렇잖아요.”

“제가 제 발등을 찍은 거죠.” (모두 웃음)

“발등을 찍은 게 아니에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관점을 바꿔야 됩니다. 질문자는 혼자 사는 게 낫겠어요, 갈등이 있더라도 그래도 여자가 있는 게 낫겠어요? 성질이 약간 좀 별나지만 그래도 만날 수 있는 여자가 있는 것이 낫겠어요, 그냥 혼자 사는 게 낫겠어요?”

“저는 혼자 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애만 없으면요.”

“저 같으면 혼자 사는 것보다 약간 성질이 별나도 여자가 있는 게 낫겠어요.”

“스님이야 내공이 넘치시니까요.”

“자꾸 ‘참는다’, ‘수행을 한다’ 이렇게 접근하지 말고,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중에 어떤 게 이익인지를 생각해야 됩니다. 내가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데 이쪽은 거래처가 굉장히 까다롭지만 이익이 많이 남고, 저쪽은 사람은 좋고 거래는 쉬운데 이익이 거의 없다고 합시다. 여유가 있으면 까다로운 거래처를 포기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이 거래처를 포기하면 내가 당장 살기가 굉장히 어렵단 말이에요. 살기 어려울 때는 돈 되는 일이라면 죽을 정도가 아니면 뭐라도 하잖아요. 그러니 계속 아내의 성질이 더럽다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그 사람 덕분에 내가 사는 거예요.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미국 한 흑인 동네에서 신발 가게를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동네는 강도를 당할 위험도 많고 훔쳐가는 사람도 있고 장사할 때 엄청나게 신경이 쓰이는데, 이익이 많이 남아요. 흑인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흑인을 욕 하길래 제가 그랬어요.

‘그럼 도둑 위험도 없고 편한 지역으로 가게를 옮기세요.’

그랬더니 그렇게 하면 장사가 안 되고 이익이 별로 안 남는데요. 장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익을 따져보겠죠.

‘만약 스무 켤레 중에 한 켤레쯤 잃어버린다고 했을 때. 원가로 계산하면 어느 쪽이 이익이 더 남느냐. 가게를 옮겨서 열 켤레만 파는 쪽이 이익이 많이 남느냐. 서른 켤레 파는데 한 켤레를 누가 훔쳐가 버리는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이익이 많이 남느냐.’

이렇게 계산해 보았더니 서른 켤레 팔고 한 켤레 잃어버리는 것이 열 켤레 파는 것보다 이익이 많이 남는다면, 아예 한 켤레를 원가로 딱 계산하는 자세를 가져야 장사를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 고객을 욕하지 않게 돼요. 그 사람들이 나를 밥 먹여주는 건데 계속 그 사람들을 도둑놈 취급한다면 그건 어리석음이라는 거예요. 참을 필요도 없고, 명상할 필요도 없고, 생각을 딱 바꿔야 됩니다.

‘아, 한 켤레는 잃어버릴 수도 있다.’

잃어버리니까 내버려두자는 것도 아니고,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원가를 계산해서 보완책을 세우면 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서른 켤레 팔고 두 켤레를 잃어버렸는데, 만약 세 켤레를 잃어버리게 되면 이사 가서 열 켤레 파는 것보다 이익이 못할 수 있습니다. 계산해보니 두 켤레를 잃어버리면 본전이고, 한 켤레를 잃어버리면 이익이라면, 하나도 안 잃어버리는 걸 목표로 잡지 말고, 잃어버리는 비율을 두 켤레에서 한 켤레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해요. 세 켤레 잃어버리고 있다면 여기에서 장사할 필요는 없게 되는 것이고요. 이렇게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질문자도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따지라는 거예요. ‘애만 없었으면’ 이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가 있는데 ‘없었으면’ 한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애 둘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이혼을 해서 부인이 애 둘을 데려가고 내가 생활비만 대주는 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잖아요. 아내는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애를 전적으로 맡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애 둘을 키워야 되는데 애 둘을 키우면서 회사에 다니게 되면, 이런 곳에 오지도 못하잖아요. “

“네, 못 옵니다.”

“그리고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서 애들을 돌보게 하고 온다고 하지만, 그러면 애들만 놔두고 어디 간다고 주위에서 욕을 합니다. 성질이 좀 더럽긴 하지만 아내가 애들을 돌보고, 나는 애 둘 보다는 어른 한 명만 받아주면 되잖아요. 욕 할 때 좀 들어주고요. 아내가 욕을 할 때, ‘이 욕 듣는 게 애 둘 키우는 것보다 쉽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내가 욕을 안 하면 제일 좋지만, 질문자가 욕 안 하는 여자를 만날 복이 없다는 거예요. 나이 마흔에 그래도 장가를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자 덕택에 장가를 간 겁니다.”

“네, 맞습니다.” (모두 웃음)

“착실하고 인물도 괜찮은 사람이 뭣 때문에 마흔 살 자기를 기다리고 있겠어요. 다른 남자가 벌써 데려가 버리지요. 이런 흠이 있으니까 시집을 못 가고 있다가 자기를 만났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 생각을 이제 바꾸세요. 그래도 아내를 만나서 결혼도 할 수 있었고, 애 둘도 낳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제품에 약간의 손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이해해야 된다 이 말이에요.

참을 필요가 없어요. 그게 질문자에게 이익이라니까요. 질문자는 지금 자기를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흠이 없는 여자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자꾸 이 생각을 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그런 여자를 만날 복이 없다니까요.”

“저도 부족한 게 많죠.”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안 하잖아요. (모두 웃음) 아내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아이고, 그래도 이 말 듣는 게 혼자서 애 키우는 것보다 쉽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새벽 수행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새벽 수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모두 웃음)

“수행이라도 해야 제가 뭔가 좀 변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질문자에게 중요한 것은 아내가 뭐라 뭐라 할 때 ‘이 말 듣는 게 혼자서 애 키우는 거보다 쉽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밥은 질문자가 해요, 아내가 해요?”

“아내가 반찬은 거의 못 하지만 밥은 해 줍니다.”

“청소는요?”

“청소는 저도 안 하고, 아내도 안 한고, 집안이 약간 더럽습니다. 설거지는 제가 무조건 합니다.”

“막상 아내 없이 애 둘하고 있어 보면, 한 사람의 빈자리가 굉장히 큽니다. 사람이 있을 때는 표가 안 나는데, 없으면 표가 납니다. 애들 둘이 학교 갔다 오면 밥 달라 그러고, 옷도 사서 입혀야 해요. 집안이 좀 지저분하다 해도 아내 입장에서는 애 둘 키우는 것만 해도 버거운 겁니다. 지금 아내는 다른 일을 할 정신이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을 돌보잖아요. 질문자가 욕 좀 듣는 것은 그냥 듣기만 하면 됩니다.

성질이 날 때는 숫제 이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탁 마음을 바꿔서 ‘그래, 욕 좀 듣는 게 애들 둘 키우는 것보다 낫다’ 이렇게 마음을 내세요. 참지 말고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돈이 들잖아요. 요즘은 돈 안 주고 되는 게 없어요. 질문자가 자꾸 ‘이혼을 해버리면 될까, 가사도우미를 들이면 될까’ 이런 생각을 하니까 번뇌가 되는 거예요. 그냥 애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애를 보살피는 엄마가 있는 게 애들한테도 낫고 나도 편해요.

아내가 욕을 하면 항상 ‘아이고, 여보 당신 화나게 해서 미안해’ 이렇게 말해줘야 돼요.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그러면 더 나를 얕보고 성질부리는 거 아니냐’ 싶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만 이렇게 지내면 됩니다.”

“13년 이상 더 해야 될 거 같은데요.”

“13년은 금방 지나가요. 눈 감았다 뜨면 13년 지나갑니다.” (모두 웃음)

“아내에게 집 근처 정토회 법당에 가라고 몇 번씩 얘기를 했는데 안 듣습니다.”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지금 질문자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마누라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니까요. ‘이대로도 나한테 이익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세요.”

“힘들긴 하지만 버티겠습니다.” (모두 웃음)

“질문자 얘기를 계속 들어보니까 문제가 누구한테 있는 것 같아요? 남자한테 문제가 좀 있다는 것에 동의가 돼요?”

“네.” (대중 큰 목소리로 대답)

“질문자가 문제가 좀 있는 사람이라니까요. 계속 미련을 못 버리고 있네요. 탁 놓아야 돼요. 탁.”

“맞습니다.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모두 웃음)

“수행자는 무슨 수행자요? 수행자도 되지 말고, 새벽 기도도 하지 마세요. 새벽기도를 하는 건 좋은데, ‘수행자다’, ‘새벽기도다’, ‘불교다’ 이게 핵심이 아니에요.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이 되라는 겁니다. 뭐가 이익이고, 뭐가 손해인지 아는, 좀 영리한 사람이 되라는 거예요. 저는 질문자에게 이 말을 좀 해주고 싶어요. 질문자는 지금 계산을 할 줄 몰라요.

항상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이해관계를 따져서 애 둘 키우는 것보다 어른 하나 키우는 게 낫다, 이게 더 이익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욕 얻어먹는 게 나한테 이익입니다. 아시겠어요? ‘왜 욕하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욕 얻어먹는 게 이익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됩니다.”

“지금 많이 편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게 말이 쉽지 쉬운 일은 아니에요. 짜증 내고 성질 내고 약간 우울증 있는 사람이 자꾸 뭐라 뭐라 하고 바가지 긁고 그러면, 팍 죽어버리고 싶을 거예요. 이혼해버리고 싶고, 더 이상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해가 됩니다. 혼자도 아니고 애 둘이 있고, 아내가 그거 빼고 다른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내가 장가라도 한 번 가 봤고, 애 둘이 있다. 애 클 때까지는 내가 당신하고 사는 것이 이익이다’

참고 살지 마세요. 아직도 내가 좀 이익 볼 게 있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겁니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생각하세요. 내가 결정을 해야 됩니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면 나한테 이익입니다. 억지로 살면 자꾸 비주체적이게 돼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거사님들은 아주 소소한 궁금증에서부터 국가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질문을 스님에게 했습니다.

  • 어릴 때부터 언어 장애가 있었고 지금은 분노조절장애도 갖고 있습니다. 말하는 상황이 두렵고 긴장을 많이 해요.
  • 법당에서 떠드는 사람, 법문을 들으며 쓸데없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요.
  • 법당 밖으로 나가서 나누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는 음향시설도 없었는데 어떻게 많은 대중이 들리도록 설법을 했을까요?
  •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이 가능할까요?
  • 중국이 민주주의로 변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 정토회에서는 법문을 듣고 나서 사회자가 ‘오늘 들은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명상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명상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지 않나요?
  • 북한에 언제쯤 정토회가 생길까요?
  • 불교 수행이 자신을 다스리는 데는 좋지만 남을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스님의 법비를 맞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거사님은 “로또를 맞는 기분이다”며 스님과 함께 보내는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해했습니다.
대화가 길어지면서 다들 졸려할 무렵이 되자 스님은 산책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여기까지 나왔는데 산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문즉설을 마친 후 다 함께 선유동 계곡을 산책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비는 멈추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정토연수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자 곧바로 선유동 계곡을 만났습니다. 연둣빛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습니다.

“녹음이 완전히 우거졌네요. 진짜 신록의 계절입니다.”

계곡에는 아침에 비가 내려서 그런지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출발한 지 50분이 경과하자 용추폭포에 도착했습니다. 계곡을 건너 다시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다시 50분을 걸어 내려오자 선유동 정토연수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왕복 7km를 걷고 나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자유발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의 발전을 위한 건의를 하는 분도 있고, 즉문즉설 시간에 하지 못한 질문을 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 지난해 북한의 1인당 GDP가 165만 원으로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고 합니다.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통일이 되면 스님께서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 스님께서 항상 통일 문제를 많이 말씀해주시는데 통일 방안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 주십시오.
  •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13년 동안 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 1년 간 휴직을 하고,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 저는 고해성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제가 오계를 다 어기고 살았더라고요. 결혼하고도 아내 몰래 바람도 피웠습니다. 과거에 지은 업보 때문에 괴롭습니다. 계속 괴롭게 살아야 할까요?

스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자유발언을 하다가 질문을 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한 거사님은 빈그릇 운동을 하느라 배불뚝이가 되었다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토회 들어올 때는 몸짱이었는데 4년이 지난 지금은 배불뚝이가 됐습니다. 정토회는 빈그릇 운동을 하니까 보살님들이 남긴 음식을 거사님들이 해치우게 해요. 그러다 보니 배가 이렇게 늘어나게 됐습니다.” (모두 웃음)

유익한 대화 시간을 마치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거사의 밤’ 프로그램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등장하여 순식간에 레크리에이션 모드로 분위기를 전환시켰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수행과 봉사 함께 하고 계신 거사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녁 시간의 컨셉을 말씀드릴게요. 열심히 수행한 당신 놀아라!” (모두 박수)

10명씩 조를 이루어 1부터 10까지 부르는 숫자만큼 일어나는 게임을 몸풀기로 해보았습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이어서 장기자랑이 펼쳐졌습니다. 기가 막힌 복장을 하고 나타난 남자들의 다양한 모습에 행사장은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풍선불기 게임도 하고, 대금을 연주하는 분도 있고, 정토를 지키는 군가를 부르는 팀도 있었습니다.

“거사님 여러분께 경례, 정! 토!”

참 다양한 장기를 가진 거사님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마무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로또에 당첨된 기분입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세 번이나 들었어요. 이게 로또예요. 인생 뭐 별거 있어요.”

큰 박수로 거사의 밤을 마쳤습니다. 서로의 존재 자체로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새터민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나들이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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