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행자들의 출가 이야기]

내 인생 최고의 선택,
백일출가



민옥선 35기 백일출가


즉문즉설로 시작해 백일출가를 만나기까지
지난해 4월 19일 즉문즉설 광주강연에서 질문자로 스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스님 강연을 들으니 머리가 맑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6월 초 행복강연에 연속 4일 간 참석했습니다. 대전·청주·원주·포항을 다녔고, 집에 오는 차편이 안 되어 두 번은 찜질방에서 잤는데 설레고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피부에 백반증이 있어 초등학교 이후로 대중목욕탕을 간 적이 없는데 찜질방을 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정토회에 대해 궁금했고, 집 근처 정토법당에도 세 번 정도 나갔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라는 말이 좋아서 먼저 백일출가 접수를 했고, ‘깨달음의 장’깨장을 백일출가 면접 보는 날 마쳤습니다. 만 배. 평소 절을 안 해봐서 첫날부터 고비였는데 도반들과 함께여서 할 수 있었습니다.

미움, 화, 원망, 우울감에 빠져있던 내게 찾아온 희망
백일출가를 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을 미워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이 모양인 것은 오직 부모님 때문이다, 그때 조금만 안 그랬으면, 좀 더 해줬으면 지금 내가 이런 모습은 아닐 텐데 하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3남 4녀 중 큰딸인 저는 동생들과도 자주 싸웠습니다. 흥분해서 소리 지르고 싸우고 한동안 외면하고 피하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마음속에 화가 가득 차서 어떤 말을 해도 상대방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화를 내지 않는 평상시에는 무표정으로 잘 웃지 못합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46년 동안 살면서 스스로 괜찮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살면서 보람을 느껴본 적이 없어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 공허함과 우울감에 빠져 있던 저에게 스님 법문은 잘 살 수 있다는 길을 알려주고 이리 오라고 이끌어주는 손짓이었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이제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
깨장을 마치고 집에 가서 엄마를 보자 제 안의 화는 여전히 엄마를 향해 있었습니다. 화를 꽉 쥐고 있어 저도 타들어 갈 것처럼 괴로웠습니다. 제가 백일출가를 오지 않고 집에 있었다면 늙고 힘없는 엄마를 괴롭혔을 겁니다. 스님 법문을 엄마에게 적용하면서 ‘엄마는 과보를 받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엄마와 부딪치고 엄마를 더 힘들게 했을 겁니다. 엄마, 아빠와 같이 살 때는 아빠를 많이 미워했는데, 이혼 후 따로 살게 되면서 아빠에 대한 화가 엄마를 향해 있었습니다.

저는 엄마, 아빠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제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었습니다. 나도 이대로 괜찮다고 해주고 눈치 보지 않고 그냥 살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언니인 적도, 누나인 적도 없었기에 동생들에게도 미안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엄마에게 딸이고 싶었고, 동생들에게 누나이고 싶었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행자여서 참 행복합니다
사람답게 사는 건 내가 이대로 괜찮다고 다독이고 보람 있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해보는 공동체 생활에서 일 수행을 하면서 올라오는 마음과 도반을 보며 내가 이런 데서 걸리는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많은 은혜 속에서 산다는 걸 모르고 막 살아온 날들이 후회됐습니다. 100일 동안 행자로서의 삶은 힘들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것에 눈을 뜨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주변 분들이 “행자님~” 하고 불러주었을 때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새벽 4시부터 이어진 빠듯한 일정은 고무줄처럼 늘어진 제 습관을 잡아주었고, 그리하여 현재에 집중하게 해주었습니다. 도량을 걸을 때도 들뜨지 않게 여법하도록 해주었습니다.


▶대의원대회 공양바라지(가운데)

부모님을 마음으로 이해하기까지 걸린 긴 시간
문경에 오기 전 부모님에 관한 스님 법문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님께서 하신 말씀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백일출가를 오기 전에는 “지금 여기 깨어있기” 라는 스님 말씀처럼,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지금 저기도 아니고 여기에 내가 깨어 있어야 되고, 말씀을 들을 때마다 항상 깨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지난 과거에, 오지 않은 미래에 사로 잡혀 있었고 여기가 아닌 저기에 생각이 가 있었습니다.

100일 동안 깨어 있는 연습을 하면서 항상 깨어 있진 못했지만 정진할 때, 발우공양 하는 중에, 불교대학 수업시간에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로잡히지 않고 깨어 있는 순간에 제가 옳다고 붙들고 있던 것들을 놓으면서 부모님이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감사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백일출가로 제가 만물의 은혜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어떤 것도 제 앞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고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만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를 때렸어도 밥을 주었고 두 분이 싸우면서도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세상에 부모만큼 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을 미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고, 존경 안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제가 상처로 지녀 지금까지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일 수행 후 마음나누기를 하는 도반들의 모습 속에서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 때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지금보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자식을 낳고 처음으로 부모가 되어 서로 부딪치는 속에서도 저를 잘 키워주셨습니다. 자식들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사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이 싸우는 속에서도 열심히 사셨던 건 자식들 때문이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지금은 살아 있는 게 큰 성공이고, 제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현재의 나는 혼자여도 감당 못해 힘든데 엄마는 의지할 곳도 없이 얼마나 막막했을까 싶었습니다. 저처럼 스님 법문을 탈출구로 백일출가를 온 것도 아닌데 그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잘 살아오셨습니다. 제가 원한 부모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분들 역시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오셨습니다. 일 수행으로 이불 바느질을 하면서 엄마와 같이 바느질한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팠고, 불교대학 수업 후 부모님에 대한 감사기도 때는 기도문으로 삼 배를 하면서 저의 못된 행동과 말로 상처 받았을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 남은 폭력의 상처 그리고 치유
아직 제가 부족해서 아빠에 대한 참회가 잘 안 됩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기 전에는 아빠를 생각하면 화가 나고 미웠는데 미운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마음속에서 아빠와의 안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큽니다. 어린 저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욱! 하실 때마다 늘 폭력을 행사하시는 가해자였고 엄마는 피해자였습니다. 아빠에게 주먹으로 맞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서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컸습니다. 아무리 말리려 해도 어린 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아빠가 잔인하게 보였습니다. 혼이 날 때도 아빠의 폭력은 내가 잘못해서라기보다 저에게 화풀이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아빠의 폭력만큼은 아니었지만 엄마의 폭력도 아직 상처로 남아 지워지지 않습니다. 기억이 또렷이 떠올라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백일출가를 오고나서는 그 나이 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대야산 산행(첫번째줄 왼쪽에서 두번째)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열어준 백일출가
지금의 저는 백일출가 행자로서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35기 도반들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각자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부딪치고 느낀 100일을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지난 100일은 매 순간순간 소중했고 지금까지 제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신 법사님과 반장님께 감사드리고, 저의 도반이 되어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0일 동안 배려해주신 대중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꿈에서 깨어 넘어지면 일어나고 흔들리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스스로를 자책만 하며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제 삶의 주인이 되어 저를 아끼며 살겠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정토회 소식을  '월간정토'로 매달 받아보세요.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2개
  •  평생도반 2019/04/20 09:49
    우리 도반님 꽃보다 아름다우셔요~~
  •  이현서 2019/04/17 16:42
    법우님 저 같이 깨장했던 이현서 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이렇게 글로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항상 깨어 있기 위해서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문경에서 마음의 피로를 풀다

정토회
패밀리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