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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 해외정토행자대회]

 

해외 정토행자, 
변화의 문을 열다


글 '스님의하루’팀, 정리 <월간정토> 편집부


첫째 날, 내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유럽∙중동∙아프리카 지구(이하 유럽지구) 주관으로 열리는 제5차 해외정토행자대회의 첫날입니다. 유럽지구 최초로 해외 정토행자대회가 열리는 아헨은 독일의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해 네덜란드∙벨기에와 국경을 접하는 도시입니다. 이번 행자대회에는 유럽 7개 법회 지역인 독일 뒤셀도르프∙뮌헨∙베를린∙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법회에서 모두 34명 참여했습니다. 해외지부 상임 법사이신 선주법사님은 2007년 시애틀에서 해외 정토행자대회를 막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유럽지구 단독 행자대회를 11년 만에 주최하게 되니 앞으로 10년 후 앞날이 기대된다고 말씀하시며 서문을 열었습니다.

  행자들의 기대감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법회 지역별로 자기소개 시간을 통해 2박 3일간 함께할 참가자들의 이름과 현재 맡고 있는 소임에 대해 소개받았습니다. 마지막 차례의 스님께서는“한국에서 온 법륜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셔서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기쁘고, 유럽지구에도 곧 정토회 자체 수련원이 구해지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입재 법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스님은 붓다의 본래 가르침을 이어받은 정토회 설립 취지와 더불어 환경실천, 빈곤퇴치, 평화라는 사회적 실천 과제를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정토행자의 길은 수행을 전제로 하고, 그 3가지 과제에 기여하기 위해 봉사하고 보시하는, 즉“대가가 없는 길이기 때문에‘이건 정말 나를 위한 길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라는 입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행자대회란 바로 “그런 입장을 분명히 한 사람들이 모여, 어려움이나 의문이 있다면 충분한 대화로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는 말씀에 참석자 모두 이번 행자대회의 취지와 정토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겼습니다. 곧이어 해외지부 유럽지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발표를 모두 경청하시고 정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세상의 변화를 감안하면 우리가 하는 수행이 앞으로 비전 있는 방향이라는 거예요. 다른 방식으로는 우리 삶에서 처한 문제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과학기술이 발달하겠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뇌는 그런 기술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이 부분을 꼭 유념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금까지 나온 방법 중에는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올 만한 것이 없습니다. 붓다의 가르침도 자세히 보면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원리를 찾아서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습관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은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습관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나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가 있는데, 바로 자각입니다. 자기 스스로‘어,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이러면 나에게 손해 아닌가’이런 식의 자각이 있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어느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면 그는 어느 순간 자기 문제를 자각한 거예요.

  ‘깨달음의장’에 다녀와서 그런 변화를 겪는 사람이 많은데, 그때 깨달음의장을 통해 혹은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은 엄밀하게 보면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변화의 계기는 자각으로, 깨달음의 장이나 스님과의 대화는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볼 수 있어요.

  변화는 자각과 자발성에 의해서만 일어납니다. 여러분이 자녀 교육을 할 때에도 야단을 치거나 맹훈련을 통한 교육은 모방 교육에서는 효과가 납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창의력은 길러지지 않습니다. 창조성이 싹트려면 자기 스스로‘어, 이거 왜 이러지?’하는 탐구적 사고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탐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창조적 교육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알아차림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각이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어, 내가 지금 화가 나네’하고 알아차리는 것, 즉 알아차림은 그러한 자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인위적인 훈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붓다가 이 알아차림이라는 정신작용을 발견해냄으로 해서 운명을 바꾸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알아차림, 자각, 자발성에 기초한 수행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30년 더 살아보면 오늘 우리가 이야기 나눈 내용이 정말 세상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고 검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수행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는 여러분 각자가 자기 점검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자기 점검이라는 것은 스님이 하는 이야기니까 무조건 맞다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삶과 세상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판단해보는 거예요.”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모든 것이 급격히 바뀌어 가는 미래 사회일수록 붓다의 가르침과 수행이 인간을 고뇌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씀에, 참석자들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 해외 정토행자대회 첫째 날

둘째 날, “말을 잘 못 거는 성격을 고치고 싶어요”

유럽 행자대회 둘째 날, 4시 30분 아침을 여는 목탁 소리에 기상한 정토행자들은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식사 후 전날 진행한 모둠활동 토론 내용을 조별로 요약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별 발표자들이 정토회 활동 중 느꼈던 어려운 점들과 각 지부 활성화 방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하는 내용을 스님은 경청하시며 꼼꼼히 노트하셨습니다. 이 중 법회 활성화 방법으로 유럽 통합적 홍보를 해보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조별 발표가 끝나자 스님은 발표된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피드백을 주시며 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줄어든 유럽의 법회 참석자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들을 수 있는 법문을 이왕이면 누군가가 함께 들으면 나도 좋고 상대방에게도 좋다는 관점으로 법회 인원수 문제를 바라보라는 스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째 날, 즉문즉설

  스님의 특별 법문이 끝나고 스님을 선두로 참가자들은 독일∙네덜란드∙벨기에 3국의 국경이 함께 만나는 점인 드라이란덴푼트로 오전 9시 반에 출발하여 4시간 반 정도의 일정으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유럽 행자대회가 열린 장소는 독일 아헨이지만 벨기에 국경을 따라 숲속 길을 1시간 반 정도 걸으면 신기하게도 네덜란드의 최고 높은 지점이자 3개국이 접경하는 국경지대 드라이란덴푼트에 도착합니다.

  빼곡한 나무 숲을 벗어나자 벨기에∙네덜란드∙독일 국기가 나란히 서 있는 3국의 국경을 표시하는 비석이 나왔습니다. 스님이 돌 주위를 한 바퀴 도니 독일-네덜란드-벨기에 세 나라를 단숨에 다녀오신 격이 되었습니다. 행자들은 이곳에서 스님이 사주신 따뜻한 커피를 감사히 마시고 옆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스님을 중심으로 행자들이 둥그렇게 푸른 잔디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2600년 전에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선주법사님의 사회로 1분 스피치 시간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놓았습니다. 스님은 행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신 후 한 생각 뒤집으면 재앙이 곧 복이 된다고 강조하시며 “내 인생이 어떻게 지나왔든 간에 똥을 거름으로 바꿔 미래의 새싹을 틔우시길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야외 법문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산행을 다녀오고 저녁식사 후에는 유럽 행자들이 기다리던 즉문즉설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 독일 사회에 정착하고 싶지만 언어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질문에 대한 스님의 답변을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지낸 지 6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평소에 말을 잘 붙이는 성격도 아닌데, 사진작가로 독일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사진작가가 되려고 하는데, 말을 조금 못 붙이면 어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현실에서는 꽤 큰 장애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만약 그게 그렇게 큰 장애라면 사진작가를 안 하는 방향으로 해야죠.”(대중 웃음)

  “제 성격을 고쳐서 어떻게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또 독일어로 말을 할 때는 특히 머릿속에서 생각을 많이 해야하니까 우물쭈물할 때가 많습니다.”

  “그건 잘하려고 해서 그래요. 특히 언어 문제는 잘 하려고 하면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언어 구사에 있어서는 틀리든 말든 그냥 나오는 대로 말을 자꾸 해 버릇해야 늘어요. 심지어 잘하는 한국말도 사람들 앞에서 하려고 하면 떨리고 잘 안 되고 그러잖아요. (대중 웃음) 친구랑 만나서 둘이서 이야기할 때는 말이 술술 나오다가, 사람들 앞에서는 잘 안 된다면 잘 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특별히 잘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무의식에서 말이 그냥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 앞에서는 잘하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안 나오는 거예요. 한국어도 그럴진대 독일어를 잘하려고 하면 더 안 나오겠죠. 그러니 말을 정말 잘 하고 싶으면 잘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해요. 잘하려는 생각을 할수록 언어
는 잘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질문자의 조건을 생각해서 결정해보세요. 사진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기술을 잘 생각해보고, 다른 작가들보다 사진 찍는 기술이 탁월하면 언어가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진작가로서의 직업을 갖고 생활 독일어도 적당히 하는 선에서 만족하겠다고 하면 그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사진작가로서 기술도 탁월하지 않고 언어도 능통하지 않은데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괴로워집니다. 지금까지 배운 내용으로 적당히 밥만 먹고살겠다고 목표를 낮추면 덜 괴롭게 살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결국 견디지 못해서 도망가게 되기가 쉬워요. 독일에서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슈퍼마켓에서 짐을 옮길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 회계를 하든지 해서 살아갈 수 있어요. 짐 옮기고 이런 일은 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옆에서 하는 거 한두 번 보고 요령만 배우면 금방 따라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먹고사는 것에 목표를 맞추면 살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아깝게 느껴져요.”

  “그건 아까운 게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잖아요. 질문자는 그렇게 생각하면 산에 올라가면 힘들게 올라간 게 아까워서 어떻게 내려와요? (대중 웃음) 설령 10년 동안 사진 공부를 하다가 하루아침에 다른 일을 시작해도 그건 하나도 아까운 게 아니에요. 만약 음대를 다니며 10년 동안 바이올린 연주를 하다가 슈퍼마켓에서 짐 정리 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그건 아깝거나 낭비하는 게 아니에요. 틈날 때마다 다른 직원들이랑 연주하면 되잖아요. 이제 자기가 배운 것으로 돈을 벌려고 하니까 자꾸 아까운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건 인생을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질문자가 사진작가의 길로 나아가지 않고 일반 직장에 나간다고 하면 그 둘 중에는 사진을 잘 찍는 축에 들어갈 거예요.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면 사진을 못 찍는 축에 속할지 모르지만, 그 타이틀만 버리면 사진을 잘 찍는 편에 속하게 됩니다. 오늘 모인 사람들 중에도 아마 제일 잘 찍을 거예요. (대중 웃음)

  지금 질문자는 헛된 꿈을 꾸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는 거예요. 그래도 인연이 되어서 독일까지 와서 공부를 해봤잖아요. 질문자는 털끝만큼도 부족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독일로 유학을 온 경우이기 때문에 독일어가 독일 사람들보다 부족한 거예요. 스님이 하루아침에 신부가 되기로 한다면 다른 신부님들보다 부족할 거예요. 다른 신부님들은 30년 동안 성경 공부를 하셨을 텐데, 저는 그렇지 않았으니 부족한 것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감수해야겠지요. 이건 열등한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늘부터 딱 정신 차려야 해요.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생활을 오래 하기가 힘듭니다. 우선 독일에서 뭘 해도 그저 살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하세요. 그 기반 위에서 사진작가가 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독일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해요. 그리고 사진작가의 길을 가려면 사진 기술을 더 연마해야 해요. 독일 사람들과 사진 기술이 비슷하다면 언어와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장에서 불이익이 있을 거예요. 그때‘내가 독일어만 유창하다면 쟤네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건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독일 사람들보다 독일어를 못하는 것은 마치 키가 작은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조건입니다. 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과 농구를 하려면 키 대신 공을 던지는 기술을 더 연마해야 하는 것처럼, 독일 사람과 경쟁하는데 독일어가 부족하면 대신 사진 기술을 더 연마해야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인생이 불행해져요. 사진작가가 되는 것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사진작가는 그저 직업 중 하나로 인생을 사는 수단일 뿐이에요. 독일에서 직업을 갖고자 하면 직업을 갖기 위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독일 사람처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안 됩니다. 독일에 사는 동안에는 외국인으로 겪는 불편함과 불이익을 늘 감수하며 살아야 해요. 이민자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대신 성실함, 기술 등 다른 부분으로 언어에서 부족한 것을 커버해야 합니다. 불리한 조건이 자기의 실력을 향상시킵니다. 그러니 생각을 조금 바꾸셔야 돼요, 아시겠지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해외에 살면서 모두가 한 번씩 겪었을 언어 장벽에 대한 문제라 스님의 답변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정리 말씀으로 수행적 관점을 잡고 연습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행자들의 마음을 다독이시며‘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삼국(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이 만나는 비석

셋째 날, 관점을 분명히 하고, 늘 밥 먹듯이 해나가는 것이 수행

유럽지구 해외 정토행자대회의 마지막 날,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행자들은 공양팀에서 준비한 단호박죽으로 아헨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이어서 일감나누기 모둠활동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업주부 풀타임 활동가가 많던 30년 전에 비해 최근 6~7년 사이 저녁에만 법회 봉사를 할 수 있는 파트타임 활동가가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토회에서도 이에 맞춰 일감을 세분화하게 되었다는 선주법사님의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또‘일’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결국에는 그 역시 우리를 성장시키는 수행의 도구라고 하시면서 법문을 듣고 배운 것을 실제로 체험하는 속에서 일과 수행의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이 작성한 2박 3일간의 행자대회 참가 소감문을 스님이 경청하셨습니다. 이번 행자대회에는 정회원뿐만 아니라 각 지역 법당에서 꾸준히 기여를 하는 도반들도 처음으로 참관자로 참가했습니다. 그중 유럽 지역별 세 분의 소감을 소개합니다.

  스위스 취리히법회의 권버미 님은 인생이 힘들면 무지개를 떠올리면서 힘을 얻는데, 이번 행자대회에서 그 무지개를 보았다며 스승님과 도반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뮌헨법회의 임혜지 님은 산행을 가서 했던 1분 스피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지금까지 좋은 스승님과 좋은 친구들이었지만 계속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며 이제는 정토회가 추구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함께하면서 행복과 자유로 나아가겠다고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런던법회의 이순조 님은 큰 기대 없이 참석했는데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면서, 입재식 법문에서 정토회의 정체성에 대한 스님의 말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잘 잡아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습니다.

▶셋째 날, 아헨 시청 광장에서

  곧이어 스님이 회향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입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일수록 수행을 해야 하는데, 정작 어려울 때 수행을 잘 안 합니다. 어려울 때 수행을 해야 그 어려움 속에서 괴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삶을 가볍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인생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산에 가서 다람쥐가 사는 걸 보세요. 다람쥐가 삶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토끼도 자기가 위협받거나 잡아먹히려고 할 때나 급해서 도망가지 그 외에는 한가해요. 소가 풀을 뜯을 때도 한가하게 뜯습니다. 이‘한가하다’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아요. 풀이 뜯기 싫어서 인상을 쓰는 거 봤어요? (대중 웃음) 그저 부지런히 풀을 뜯는데 조급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뜯어요.

  이 조급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은 것이 바로 중도中道입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조급해서 헐떡거리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게으름을 피우고 그래요. 한가하되 꾸준히, 조급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살아가야 합니다.

  어느 정도로 꾸준히 해야 한다고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요.”세월이 가든 말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해요? 그런데 며칠 해보고는 잘 안 된다고 다시 물으러 오고, 스님이 100일 기도 하면 자기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100일이 지났는데도 잘 모르겠다고 하고, 1,000일이 지나면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1,000일이 지나도 안 변한다고 찾아와요. (대중 웃음) 이 길이 옳다면 그냥 꾸준히 가는 거예요.‘ 언제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지?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야 그 생각으로 힘만 더 들지, 정상에 도달하는 시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저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이, 때가 되면 정상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저 꾸준히 나아갈 뿐입니다.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아가면 돼요. 이렇게 꾸준히 나아간다는 관점을 가지고 정진을 해나가기 바랍니다. 여러분은‘스님이 우리의 어려움을 모르고 저런 소리 하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도 어제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어려움들을 옆에서 다 들었습니다. (대중 웃음) ‘어렵겠다,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도 있고, 외국인과 같이 살면서 이런 활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수행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수행을 하는, 어려운 가운데 수행, 보시, 봉사를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더 이상 어려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없어지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어려움이 더 이상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이 끝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일이 많아서 바쁜 것도 괜찮아요. 그렇게 관점을 가지면 수행은 미룰 일이 아닙니다. 관점을 분명히 하고, 늘 밥 먹듯이 해나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일과 수행에 대한 관점을 다시 바로잡아주신 스님의 회향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2박 3일간 참가자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행자대회 영상 스케치를 감상했습니다. 또 지난 1년간 각 지구를 돌아보신 선주법사님도 닫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법사님은 법회 지역별로 따지면 적은 인원일지 몰라도 행자대회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니‘티끌 모아 태산’이라며 기뻐하셨고, 어려움 속에서도활동하는 참가자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김선희 유럽지구장님의 회계보고가 있은 후 참가자들은 이번 행자대회 준비를 위해 고생한 도반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 셋째 날, 유럽지구 총무 및 팀장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스님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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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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