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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정진 회향 법문 | 불기 2562년 5월 22일 부처님오신날, ‘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 정진 회향 법회’ 법문 중 일부를 싣습니다.

“천 일 동안
정말 수고했습니다.


법륜스님 본지 발행인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맞아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기도 하고, 우리가 2015년 8월 27일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시작했던 1,000일 기도의 마지막 회향일이기도 합니다. 3년 전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에 우리는 ‘적어도 전쟁만은 안 된다’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8월 27일에 기도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1초도 쉬지 않고 정진을 해왔습니다. 서울 정토법당에서는 한 시간씩 릴레이로 돌아가면서 1초도 쉬지 않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역 법당에서도 하루에 한 시간씩 기도했고, 사천왕사지와 봉림사지에서도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기도를 해왔습니다. 특히 임진각 망배단은 그 추웠던 겨울, 연말∙연초에 만 배 정진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간절하게 기도를 했지만, 지난 1,000일을 돌아보면 ‘기도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정세가 좋아지기는커녕 나날이 나빠지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믿음과 희망이 없었다면 중도에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혼자였으면 아마 중도에 그만뒀을 거예요. 우리는 도반들이 힘을 합해서 함께했기 때문에 그만 두지 않을 수 있었어요. 개개인은 중간에 어렵거나 희망이 없어서 그만두고 싶을지 몰라도 이 사람이 그럴 때는 저 사람이, 저 사람이 그럴 때는 이 사람이, 때로는 앞에서 끌어주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며 어렵사리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900일을 넘어가면서 우리가‘마지막 100일 동안 기적을 만들어보자. 정말 정성을 다해서 기도해보자’라고 다짐했고, 실제로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오히려 너무 잘 돼서 불안하다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뭐가 다 된 것처럼 생각한다면 또 실망하게 될 겁니다. 지난 65년간 남북관계가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것은 앞으로도 만만치가 않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 실패하리라고 비관적으로 보라는 말이 아니라 수없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왔기에 오히려 이제 이루어질 때가 다가왔다고 보아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탈 때 한 번, 두 번, 다섯 번, 열 번 넘어지면 ‘나는 자전거에 소질이 없나 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포기하기 직전이 바로 자전거를 곧 타게 되는 때인 것입니다.

  열 번 넘어졌다면 열한 번이나 열두 번에는 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크게 보면 이 문제는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그냥 갈지, 한 번 뒤집어졌다가 다시 갈지 아직은 단정할 수 없지만, 이제 전체적인 분위기가 새로운 시대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데서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역사의 꽃샘추위 속에 움트는 평화

  그러나 마냥 낙관적으로만은 보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65년을 돌아보면 가기는 가되, 절대 쉽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런 꽃샘추위가 몇 번 몰려오더라도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마세요. 고지가 바로 저기예요. 거의 목표 지점에 도달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쟁을 종식할 때가 되었고, 평화협정을 얘기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가 지난 20년간 평화운동 하고 통일운동 하면서도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하자’는 걸 대중운동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평화재단에서 연구를 통해 학문적으로 이런 문제 제기를 여러 번 하긴 했지만, 국민운동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가 지금 국민운동으로 한다는 것은 때가 다 돼간다는 뜻이에요.

  지난 1,000일 동안 우리가 들인 노력 때문에 이루어졌는지 안 이루어졌는지를 따지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런 간절한 바람을 가졌고, 그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을 가졌고, 가능성 또한 열렸습니다.

  이제 보이지 않는 세계, 우리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 우리 마음속에 맺혀 있는 슬픔과 원한을 풀어야 해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 하면서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한이 쌓여 있고, 또 6∙25전쟁 때 남북 간에 서로 죽고 죽이면서 쌓였던 한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여러분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여러분의 부모나 조부모의 한이 여러분의 무의식 속에 서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마지막 고비에서 우리의 무의식 세계에 있는 이 한을 풀어야 합니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을 천도해야 합니다. 이게 안 되면 늘 삐거덕거리게 돼 있어요. 그래서 제가 동북아 역사기행 갈 때는 늘 돌아가신 우리 애국지사들만 천도하는 게 아니라 타국에 와서 희생된 일본 청년들도 한을 풀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위로하고 기도하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만 소중한 게 아니라 일본 아이들도, 중국 아이들도 다 소중한 생명이에요. 이건 일본이 잘못한 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가 잘못된 거예요. 일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가 결국 일본의 젊은이들마저도 그런 한을 갖도록 희생시킨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일본사람을 미워할 게 아니라, 일본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해야 합니다.

  그런 변화를 가져와야 해요. 일본과 한국과 중국이라는 동북아 3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해관계가 겹쳐 있는 미국이 여기에서 계속 이기고 지는 한풀이를 반복할 거냐, 아니면 과거의 원한을 씻고 공동의 평화로운 번영을 추구할 거냐, 이게 지금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과제예요.

  두 번째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과 미국이 서로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어느 정도 큰 틀에서 합의를 보는 게 중요해요. 세세한 것은 뒤로 미루고요. 큰 틀에서 합의해서 묶어놓으면 소소한 것을 가지고 싸우더라도 판이 깨지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소소한 걸 논하면 100% 판이 깨집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되도록 21일간 정진을 더 해야 하는데, 할 용의가 있습니까?

  정말 재미가 나서 기도해야 합니다. 애들이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집중하잖아요. 집중하니까 재미가 나는 게 아니라, 재미가 나야 집중이 돼요. 여러분이“야, 되네? 해볼 만하다!”이렇게 재미가 나야 간절해지고, 간절해져야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잖아요. 이게 기적이 일어나는 거예요.

‘코리아’라는 평화 브랜드

  평화라고 하는 상품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전자제품이며 자동차를 팔았지만, 남북 간에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도래하고 통일의 기운이 오면‘한국의 평화’라는 게 세계에서 엄청난 한국의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코리아’하면‘평화’가 브랜드가 돼요. 그 시너지 효과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이 물건도 잘 만들고 이런저런 게 좋다고 해도 한국에는 늘 위험이 있습니다. 전쟁의 위험이에요. 이걸‘코리아 리스크’라고 해요. 전쟁의 위험 때문에 늘 조마 조마한 거예요.

  두 번째는 이미지 문제예요. 우리는‘코리아’하면 한국만 생각하지만 전 세계에서는 항상 절반의 코리아는‘노스 코리아(NORTH KOREA : 북한)’예요. 북한 사람들 얼굴도 못 본 사람들이 늘 어디서 왔냐고 묻고, 코리아라고 하면“노스냐(NORTH : 북쪽), 사우스냐(SOUTH : 남쪽)”를 물어요. 그런데 국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쪽은 어쩌면 한국보다 노스 코리아입니다. 이게 코리아의 이미지에 손상을 많이 입혀요. 핵, 미사일, 독재, 인권 탄압, 굶어 죽는 사람, 난민 같은 이미지 때문이에요. 이건 우리가 볼 때는 북한의 문제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그냥 코리아의 문제입니다. 이것도 코리아 리스크예요.

  평화 문제가 풀리면 이 리스크만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요즘은 기업도 개별 상품을 선전하기 보다 기업 이미지를 선전하잖아요.‘ 코리아’라는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면 그 효과는 돈으로 환산 못합니다. 중소기업이 누리는 효과도 굉장합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은 자기 이름으로 세계 경쟁을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기 이름으로는 세계 경쟁을 못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독일제’라고 하지, 독일의 무슨 회사 상품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독일제라고 하면 그게 면도날이든 칼이든 휴지든 상관없이 독일 것은 무조건 좋은 줄 알았잖아요. 이게 바로 중소 기업이 사는 길입니다. 코리아라고 하는 이 상품이 좋아지면 한국 이름이 붙은 것은 뭐든지 좋아지는 거예요.

  이게 지금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잖아요. 케이팝(K-POP)이 인기가 있으니까 동남아 젊은이들이 한국 건 다 좋다고 하는 거예요. 한국 음식도 그렇고요. 그래서 한국 음식점을 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고, 장사도 잘되잖아요. 콘서트 티켓이 얼마나 팔리느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의 소비가 확장돼서 옷도 팔리고 음식도 팔리는 거예요.

평화의 해법으로 난제를 푼 경험으로

  앞으로 평화라고 하는 상품의 효과는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거예요. 지난 시기 세계에 나가서 우리의 이미지를 개선한 첫 번째가 태권도입니다. 두 번째가 K-POP, 세 번째로 평화가 나갈 겁니다.

  네 번째로 나갈 게 뭘까요? 수행입니다. 여러분은 스님이 이렇게 얘기하면‘자기 자랑하나?’이렇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웃음)

  조금 있으면 달라집니다. 우리가 50년 전에 우리 상품이 세계에 나갈 줄 몰랐고, 30년 전에 K-POP이 세계에 나갈지 몰랐잖아요. 여러분이 평화가 곧 한국의 엄청난 유명 상품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남북회담 후 국외의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 것처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새로운 불교가 세계에 퍼져나가게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단계가 중요해요.‘ 한국의 평화’라는 상품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키려면 한반도 문제가 풀려야 해요. 통일되면 나라 인구가 몇 명이 늘고 이런 건 부차적입니다. 그것도 물론 필요하긴 하지만, 이 평화라고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했고 주위에 4강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이루는 건 누가 봐도 풀기 어려운 문제예요. 이걸 풀어낸다면 굉장한 일입니다. 이걸 풀어낸 지혜면 중동의 평화도 풀 수 있어요. 각국의 난제들 앞에서 우리가 그런 난제를 풀어 낸 하나의 선례가 돼요.“ 야,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풀었냐?”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런 희망을 여러분이 가져야 해요. 여러분이 기도하고 운동하고 서명받고 한 게 많이 수고스러운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이게 여러분한테 전부 자산이 될 거예요. 정토회에도 자산이 되고, 한국에도 자산이 돼요. 이렇게 해본 경험이 있어야 여러분이 나중에 다른 사람하고도 이런 얘기를 힘있게 할 수 있어요. 부부간의 갈등이나 자녀 문제 때문에 법문 듣고 수행해서 되다가 안 되다가 되다가 안 되다가를 몇 번 반복한 끝에 10년 지난 이제 조금 된다고 해봅시다. 이런 경험이 있을 때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면 첫째, 좀 편안하게 들어줄 여유가 생기고 두 번째, 내 경험을 얘기해 줄 수 있게 돼요. 이런 경험이 없으면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 없죠.

  우리가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더 안 되고 더욱 어려워져도 결국에는 풀어내는 경험이 있을수록 우리는 큰 힘을 얻게 됩니다. 한반도 문제 풀기가 지구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데, 우리가 풀었다고 하면 전 세계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거예요.

  이번 1,000일 기도 동안 정말 수고들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해봤든, 두 달에 한 번 해봤든, 어쨌든 여러분이 한 번씩 다 함께 참여해서 이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낸 겁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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