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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 이야기] 명상수련 소감문

명상수련을 통해
상처를 감싸안다


설진숙 193차 명상수련 참가자

포기하고 싶다
  다리가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그리고 졸음의 끝은 어디인가. 정신을 차리면 다리가 아프고 아프지 않을 땐 조느라 정신없는 첫날. 묵언이 아니었다면 차 있는 사람을 찾아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묵언이다 보니 차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도망갈 수 없었다. 어찌나 배는 고프고 다리, 어깨, 허리가 아프던지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없었다. 이틀째 저녁엔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아무도 소리지르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만 참자! 누군가 포기하고 나가면 따라 나가야겠다’ 마음을 먹었지만 나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절망스럽다!

  스님이 3일이 최대 고비니 그 고비만 넘기면 괜찮다는 말에 희망을 품고 견딘 3일째. 역시나 고통이 온몸을 감쌌다. 처인법당에서 명상을 권했던 보살님 얼굴이 떠올랐다. 본인이 명상수련 갔다가 힘들었으니 똑같이 당해보라고 권했나 하는 생각에 ‘순진해서 내가 당했어. 당했어’를 속으로 외치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포기하고 가면 아들과 남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답답했다.


 

▶도반과 불교대학 홍보 중(맨 왼쪽이 글쓴이)

 


긴장감 속에서 살았음을 알아차림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기라 마음의 공허함을 명상수련을 통해 해결하고 오겠다며 큰소리치고 설 연휴에 이곳 명상수련원을 찾았기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저녁에 코 골며 자는 수련생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양들을 열심히 세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엔‘레드썬’하면 바로 자는 내가 명상을 통해 감각이 살아 꿈틀거리니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공양 시간에 제일 큰 감자를 고르기 위해 눈을 크게 뜨는 나를 보며 먹는 것에 심하게 집착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납작 엎드리지 못하고 엎드렸다가 살짝 고개 들고, 때론 고개를 쳐들기까지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명상수련 중에 화장실에 자주 가는 문제로 퇴소당할 뻔할 때 “며칠 지나면 적응될 거예요”라며 안내자에게 최대한 잘 할 수 있다고 불쌍한 고양이 눈을 하던 모습을 돌아보았다.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는 게 방광이 민감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잘하려는 생각에 긴장감이 내 안에 꽉 차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 두 아들과 1인 피켓 평화 시위 중

  명상수련 중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살고 있었는지 절실히 느끼며 그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물건을 부수고 욕을 하며 자주 주변 사람들과 싸우거나,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 나는 일이 허다했다. 내 위로 넷이나 되는 언니∙오빠가 있었으니 두 분은 늘 가정 형편 때문에 전쟁을 치러야 했을 터였다. 사실 전쟁은 늘 일방적으로 아버지가 엄마에게 소리 지르고 부수는 거로 끝났다. 엄마는 늘 아버지 행동 때문에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었겠다. ‘아, 나는 엄마 배속에 있을 때부터 긴장감에 떨고 있었겠구나!’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긴장을 안 해 본 적이 없으니, 내가 긴장하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을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긴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명상을 통해 뿌리를 알게 되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짐을 느꼈다. 지금까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다가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언니 셋이 모두 나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언니들에게도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버지의 갈등으로 태중에서부터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결국은 그 씨앗이 두 아들에게도 전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연기법과 연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 넘게 긴장하면서도 긴장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엄마의 무지함이 두 아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호흡을 느끼며 미움이 이해로…
  사흘째 호흡이 조금씩 느껴진다. 처음엔 내가 숨을 쉬는 건지, 내가 만들어 쉬는 건지 도통 알기 힘들었는데 드디어 호흡이 느껴졌다. 스님의 법문을 통해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보라는 독려에 힘입어 나는 더디게 내 호흡을 찾아갈 수 있었다. 호흡이 느껴지면서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던 미움이 조금씩 이해하는 마음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힘든 청소년기를 말없이 보내야 했는지, 살기 싫고 죽고 싶었던 그 순간을 얼마나 숨죽여 보내야 했는지, 여기에서 생각이 끝나지 않고 아버지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본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가족과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해 외로워했음을…. 일하다 사고로 한쪽 다리에는 철심을 박고 평생을 살아야 했던 아버지. 아픈 몸으로도 자녀들 학교 보내려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부지런한 아버지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아버지도 외롭고 힘든, 보통 남자였구나!’

  명상수련을 하면서 금식 중에도 꾸준히 사랑으로 법문을 해주시는 스님의 모습에 감동을 하였다. 내 숨도 하나 못 느끼며 아등바등 살았던 허깨비인 내가 이젠 호흡도 느끼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다. 늘 더디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한다.


▶ 처인법당 JTS 거리모금 (앞줄 왼쪽 첫 번째가 글쓴이)

  공부가 전부인 줄 알았던 내가 이젠 사랑의 눈빛으로 아들들을 바라볼 수 있음에 나를 칭찬한다. 내가 태어나서 숨 쉴 수 있음에 엄마,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명상수련을 통해 내 깊은 상처와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에도 참여해서 다시 한 번 나와 대면하며 또 다른 상처를 감싸 안을 기회를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수련원을 나가려니 발걸음이 가볍다. 공기도 상쾌하다. 산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하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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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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