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명상수련 소감문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이동엽 187차 명상수련 참가자


뜨거운 감자
3년 만에 두 번째 명상수련을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명상수련을 오고 나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명상하러 와야지 했는데 결국 이렇게 절박해야 오는구나 싶어 웃음도 났습니다. 절박함. 일상을 벗어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뜨거운 감자를 쥐고 있었습니다.“ 너무 뜨거우면 저절로 놓게 된다”고스님은 늘답해주셨습니다.‘ 뜨겁다고여기지않을수있다’고스스로를달래봤지만결국허물어졌습니다. 망연자실, 허망함과 자책이 물밀듯 밀려온 한 해였습니다. 도움이 될까 싶어 단체의 대표까지 맡았지만 결국 슬픔 속에서 피에로 복장을 한 모양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매일 수행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으나 슬픔∙원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과 무기력의 파도는 참으로 높았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기질과 개성을 마주할 기운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공적인 소임을 맡아 놓고 숨을 수는 없었습니다. 미처 다 돌이키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진행해야 하니 안 그런 척, 괜찮은 척 누르고 다닌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임기를 마칠 즈음,결국 울음 터질 듯한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듯, 마음의 고향인 문경 정토수련원을 향했습니다. 다시 마주한 희양산과 명상원의 낮은 담장, 익숙한 아랫마을 풍경으로 마음이 참 푸근해졌습니다.

놀게 놔둬라
  스님은 호흡이 들고 나는 것을 코끝에 집중하여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한 번은 졸다가 몸이 뒤로 젖혀져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둘째 날이 지나면서 졸음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다리 통증은 첫날보다 둘째 날 좀 더 심해지고 등까지 아파왔으나, 셋째 날부터는 견딜 만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다리 통증을 참지 말고 통증을 지켜보라”는 스님말씀이 있었지만, 처음엔 애써서 참고 있는 건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욕구를 따라가지도 저항하지도 말고 그대로 지켜보라는 스님 말씀에 따라‘지켜본다, 지켜본다’를 속으로 되뇌며 연습했습니다.

  온갖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들이 올라왔습니다. 기억에 따라 감정들이 다양한 춤을 추었습니다. 행복하고 가슴 벅찼던 기억, 마음 아프고 놀라고 슬픈 기억, 화나고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기억들이 순서를 다퉈가며 떠올랐습니다. 지난 비디오가 영사되듯 과거의 소환으로 감상에 사로잡힐 때마다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며, 일어나는 감정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스님은“그것들이 마음 안에서 놀도록 두고 내 할 일을 해라. 호흡에 집중하라”고 하셨습니다. ‘놀도록 둬라, 놀게 놔둬라.’아, 이 짧은 말씀이 어찌나 큰 깨침이 되던지요.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그렇구나,이런 감정이 있구나’놔두고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명상수련 단체사진(맨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글쓴이)

  내가 참 애를 많이 쓰며 살았다고 느꼈습니다. 애쓰고 사니 에너지 소모가 많아 피곤했습니다. 감정을 누르며 사니 긴장하고 힘이 많이 들어서인지, 몸과 마음이 경직되고 사고의 폭이 좁아 졌습니다. 마음이 야들야들하지 못하니 별것 아닌 일로도 정말 무거웠습니다. 명상이 계속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김민기의‘아름다운사람’이라는노래가들려왔습니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눈물 고이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처마 밑에 울고 있는 한 아이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애썼구나. 애썼네.’지금의 내가 지난날의 나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었습니다. 맑고 따뜻한 눈물이 흘렀습니다.

  셋째 날 핸드폰을 줬다면 사랑과 감사의 문자로 이 행복감을 마구 전했을 것입니다. 맑고 가벼워진 내가 그동안 누르고 참으며 스스로 탁해져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넷째 날 명상에서는 다시 아픈 기억 속에 사로잡히며 너무 미워‘어떻게 그럴 수 있니’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습니다. 이런 나를 보며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제 그리 좋았잖아. 지켜봐야 해. 돌이켜야 해.’조바심에 외쳤지만 그럴수록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님은 이런 내 마음을 아시는 듯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이 잘된 기억이 오히려 수행에 방해가 된다. 좋았던 기억을 부여잡으려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지그시 부정적인 감정들도 그대로 지켜보고자했습니다.‘ 어제는 많이들떠 있었구나. 오늘은 또 다르네.’시시각각 날씨가 변하듯, 그럴 뿐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 날까지 마음은 서서히 차분하고 평온함을 찾아갔습니다.

  회향식을 할 즈음엔‘이곳을 내려가도 좋고 더 머물라 하면 머물러도 좋겠다’싶었습니다. 어떤 욕구에도 그리 끄달리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명상수련이 준 선물
난 수행자답지 않게 스스로 불행하다 여긴 적이 많았습니다. 내가 지은 인연에 따른 과보이니 누굴 탓하랴 싶었지만, 그와 같은 돌이킴은 되다 안 되다를 반복하였습니다. 아픔도 고통도 결국 경험해 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고, 내가 겪어본 일이어야 다른 사람의 고통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먼 거리만큼이나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명상을 통해 이 절박함이 나로 하여금 더욱 발심하여 수행정진 하게 한다면 오히려 고마운 복이라 여깁니다. 과거 어느 순간에도 나는 그 자체로서의 나였으며, 상황과 깜냥의 한계 속에서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행복하고 소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상처로 남을지 경험이 될지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음을 알았습니다.

  이번 명상수련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바로‘지켜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긴장과 애씀, 하고픈 욕구, 하기 싫은 욕구 그리고 사랑∙미움∙원망∙슬픔의 감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내가 인식의 주체가 되어 사로잡힘에서 벗어나 스스로 맑아지고 가벼워졌고, 자신을 어루만지는 사이 평온해지는경험을하였습니다.‘ 모든감각과감정∙욕구를따라가지도않고저항하지도않는다, 그저 놀게 놔두고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그저 지켜본다.’이 단순한 진리가 사람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지, 또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체험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이‘지켜보기’연습을 얼마나 꾸준히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좀 된다 싶어도 계속 잘되지 않을 것이며, 되다가 다시 되지 않는 상태가 수시로 반복될 것입니다. 스님은“수행은 양파껍질 벗기는 것 같은 일이다. 수행이 된다 싶은 얇은 껍질과 수행이 안 된다 싶은 두꺼운 껍질이 번갈아가면서 수도 없이 나오는 것”이라며“천만 원 빚진 사람이 만 원씩 세 번 갚고서 또 갚아야 하느냐며 역정 낸다”고 하셨습니다. 네, 나는 천만 원의 빚을 지고 이제 고작 삼만 원 갚은 사람입니다. 이 두터운 업식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수없이 넘어지기를 반복하겠지만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진 빚을 갚아나가겠습니다.

  수련 기간 내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도반들이 명상하는 모습, 화장실에서 다음 사람을 위해 몸을 돌려 슬리퍼를 벗어주는 이의 모습, 문경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꽃잎처럼 날리던 눈발, 땅에 내려앉은 별 같은 아랫마을 불빛들, 요령 소리, 겨울 새소리, 발바닥에 전해지는 땅의 감촉, 맑고 찬 바람결 등이 그것입니다. 함께한 도반과 바라지들, 그리고 안내해주신 스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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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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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3개
  •  다루루 2018/07/07 20:26
    '지켜본다'... 정말 감사합니다
  •  토마토 2018/03/13 08:17
    감사합니다.
  •  김혜경 2018/03/12 13:03
    녜 좋은 나눔 감사합니다. ^^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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