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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출가를 마치고 다시 3년을 출가한 행자대학원 행자들의 출가 이야기

을 통한 깨달음

이현정 행자대학원 14기, 백일출가 28기

오물로만 여기던 똥의 퇴비화, 그 담당자가 되다
  해우소는 근심 걱정을 풀러 가는 곳이건만 나는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볼일을 보고 변기 아래 똥들을 보니, 저걸 어찌해야 하나 싶어진다. 걱정하는 것인지, 연구하는 것인지 내 마음, 내 상태를 나도 모르겠다. 행자대학원 14기는 1학년 1학기 일수행으로‘퇴비’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경수련원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찌꺼기와 똥?오줌을 통해 땅심을 살리는 퇴비를 잘 만들 수 있을까, 잘 만들어진 퇴비로 농사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공동체 구성원들이 쉽고 편리하게 퇴비화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 정비를 통해 순환적인 삶, 생태공동체의 경험을 심화시키는 프로젝트다. 서울에 있는 집과 짐 정리를 위해 문경수련원을 잠시 비운 사이, 나는‘똥 퇴비’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행자대학원 14기 일수행이 시작됐다.


▲ 상추 묘종 만들기 일수행 중인 글쓴이

  도시에서 자라고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똥은 오물일 뿐이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치른 뒤 물로 흘려 내려보내 내 눈앞에 절대 보이게 해서는 안 되는 더러운 것이었고, 내 눈앞에서 사라진 똥은 어디로 갔는지 알 바 없는 것이었다. 똥은 오물이었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고, 냄새나는 것이며, 피하면 좋은 것이었다.

  피하고 싶던‘똥 내리기’와 마주하며 가벼워지다 이런 똥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퇴비화가 잘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1학기 일수행인데,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선배 기수들의 일수행 보고서를 봐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퇴비 관련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탄질률, 혐기성, 호기성 퇴비, 떼알구조, 고온발효, 이런 것들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그러니 해우소에 가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똥이 거름이 되고, 거름이 밭에 뿌려져서
   그 밭에서 난 식재료(배추, 감자, 호박, 옥수수)를 수련 공양간에서 조리하고 나는 그 공양을 먹는다. 그러고 똥을 싼다. 여기까지가 머리로 이해한 순환적인 생태공동체의 경험이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이 당연함도 머리로 이해될 뿐, 밑 마음은‘어쩌란 말이냐?’무거움 가득한 거부하는 마음이 있었다. 반장님과의 일수행 시간에도‘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어렵다’는 말로 응대할 뿐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의지는 없었다. 똥 퇴비를 담당하기가싫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었고, 똥은 정말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라니 밭에 똥거름을 주려고 해도, 나 혼자 하는 건 일에 효율이 없었다. 솔숲 해우소의 똥을 2단지 똥 퇴비장으로 내리려고 해도 트럭 운전자가 필요했고, 옆에서 삽질해주는 사람이 여럿 필요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물러났다. 특히 백일출가 기간에 나는 한 번도 똥을 내려본 적이 없었다. 똥 산을 평평하게 만드는 똥 평탄화 작업만 해봤지 똥을 삽으로 퍼서 이동시키는 작업을 한 적이 없으니, 사람에게 일감을 나누는 일도, 일을 계획하는 일도 추상적이어서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게 됐다.


▲ 상추 묘종 만들기 일수행 중인 글쓴이

  반장님이 말씀하셨다. 일단 똥을 내려보라고. 백일출가 29기와 행대 14기는 솔숲 해우소 안의 숙성 똥 칸에 있는 잘 숙성된 똥을 2단지로 내려 보낸 뒤, 새로운 생똥을 맞이할 빈 공간을 마련했다. 2단지 똥 퇴비에 있는 똥들은 한쪽으로 몰아서 한 칸은 거대한 똥 산을 만들고, 다른 한 칸은 신선한 똥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 도반은 2단지 똥 퇴비장에서 거대한 똥 산을 만들고, 한 도반은 트럭으로 똥들을 운반하면서 싣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나는 솔숲 해우소 똥간에서 29기 백일출가 행자들과 계속되는 삽질을 했다.

  실제로 똥을 삽으로 파보니, 냄새나고 더럽고 진득할 것 같은 똥들은 온데간데 없고, 톱밥 향기 가득한 포실포실한 흙 같은 퇴비들만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있는 그곳이 진정 똥간인가 싶을 정도로 똥냄새는 전혀 없었다. 물기가 많은 생똥들은 숙성 칸으로 옮겨두고 잘 숙성이 되도록 쌓아두었다. 눈으로 봐도 현저히 내려간 솔숲 해우소 똥간을 보며 뭔가 정돈된 것이 보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똥과 가까워지며 생태순환 연구에 돌입 
  똥 내리기를 한번 하고 나니, 똥과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그 후로 일수행 시간이면 일단 해우소 똥간에 가본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똥들 사이에 허연 휴지들이 있어 휴지도 줍고, 쓰레기도 주워본다. 솔숲 해우소 남자칸에 똥들이 꽤 쌓여 있어 삽으로 몇 번 푸다 보니 안에서 거대한 똥 덩어리가 나왔다. 삽질을 몇 번 하니 아지랑이처럼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책에서만 봤던 발효가 잘돼서 열이 올라간 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됐고, 진짜 고온인가 싶어서 맨손으로 살포시 똥을 만져보기도 했다. 정말 신기했다. 더럽기는커녕 톱밥 속에서 똥 덩어리가 잘 익어가고 있으니, 해우소 똥간은 똥 덩어리가 모여 있는 오물 칸이 아니라 잘 숙성 중인 거대한 톱밥 퇴비 통인 셈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삽질을 하고 나니 뭔가 똥간을 정돈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똥이 들어온 날과 나온 날을 보기 쉽도록 똥 달력도 만들어 보았다. 분리수거장에서 옷걸이?박스?이면지를 활용하여 똥 달력을 만들고, 숙성 똥 칸에 표시를 해두니 뭔가 똥간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새벽 소임으로 솔숲 해우소 청소를 몇 번하면서, 톱밥과 화장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해우소에서 똥은 톱밥과 잘 섞여서 100%활용이 된다. 그러나 휴지와 생리대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수련원 밖으로 나가게 된다. 청정도량인 문경수련원에서 쓰레기 제로의 관건은 얼마나 휴지를 덜 사용하느냐이다. 수련원에 살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가 해우소에서 사용한 휴지였다. 수련원에서 화장지를 보시받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해우소에서의 화장지 사용을 더 줄여야겠다고 생각됐다. 톱밥 역시 거름을 만들기 위해 구매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우소 한 칸 안에서의 순환을 생각할 때, 오롯이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똥뿐이었다. 지금보다 더 생태적이고 순환적인 삶은 무엇일까,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니 화장지를 한 칸이라도 덜 쓰고, 과식하거나 탈 나지 않게 먹고, 건강한 똥을 싸는 것, 그리고 똥이 거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똥 눈 그 자리에 잊지 않고 톱밥을 뿌려주는 것, 계절에 맞게 톱밥의 양을 적절하게 뿌려주는 것, 똥을 누는 그 순간에도 오롯이 깨어 있는 것, 그리고 그 똥이 거름이 되고 나의 밥이 되는 순환과 연결됨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똥이 거름으로 보이듯, 내 삶도 새롭게 보이다 내 생애 언제 이렇게 똥에 대해서 생각하고 마음을 써본 일이 있었던가? 정진 중에 해우소 똥간 안을 머리로 상상하면서, 어떤 장치를 하면 대중들이 화장지를 좀 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톱밥을 절약하면서 똥 퇴비가 잘 될 수 있도록 할까 생각해 본다. 그러던 중문득 작은 깨달음이 왔다.


▲ 당근 씨앗 뿌리기 일수행 중인 글쓴이

  똥이 톱밥과 잘 만나서 발효가 잘되면 땅심을 키우는 데 좋은 거름이 되듯이, 나 또한 행자대학원에서 도반들과 마음공부를 하며 수행정진하는 이 과정이 거름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사회생활 하면서 성질 부리고 짜증내고 늘 불평불만이었던 나는, 냄새 나는 똥같은 존재여서 주위 사람들이 같이 있기를 꺼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정토회를 만나고 문경수련원에서 살게 되었다. 톱밥을 만나 적절하게 발효되는 똥 퇴비처럼, 나는 나를 탁마해주는 도반들을 만나서 분별도 내고 돌이키기도 하면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구린내 나고 구더기 꼬이는 똥에서 흙냄새, 톱밥 냄새 폴폴 나는 거름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똥 퇴비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해우소 환경미화를 하는 일이 아닌, 삶의 순환과 생태, 자연과의 연결성을 생각하는 가운데 내 안에서 체화되는 생태 공동체적 삶. 똥은 나에게 이런 고민과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 세상에 쓰레기란 없다. 똥 또한 잘 쓰이고 있는데, 나 또한 똥처럼 거름으로 거듭되어 잘 쓰이는 삶을 살아야겠다. 똥으로부터 한 수 배운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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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2개
  •  이기사 2018/02/16 11:10
    색즉시공!
    고맙습니다_()_
  •  지영 2018/02/12 17:18
    덕분에 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도반님으로부터 한 수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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