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원 이야기 - 바라지장 소감문

공양 짓, 수행도 하고

김혜진2016년 11월 29일 ~ 12월 3일 바라지장 참여

‘회향수련’1박 2일 참석을 위해 다시 먼 길을 간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라지장’에 이어 회향 수련에 참석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바라지장을 신청하려니 망설여졌다. 미리 걱정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집안일을 요령 있게 못 하는 편이라‘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고민 중에‘깨달음의장’의 돕는이 김애경 님이“누구나 오면 잘 쓰이니 가볍게 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신청하게 되었다.

시원하게 울고 시작하기
점촌에서 정토수련원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서 정토수련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바라지장은 오후 2시 시작이라 시간 여유가 있어 깨달음의장을 했던 정념당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고서 정념당 툇마루에 앉아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았다.

졸업하고 기간제 교사 1년을 거쳐 지금까지 쭉 방황했다. 게다가 올해는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시험도 포기했다. 어차피 떨어졌을 시험이라 원서접수도 하지 않아 홀가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념당 툇마루에 앉아 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 외면했던 일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눈물이 나와 펑펑 울었다. 왜 이렇게 오랜시간 방황을 하며 시험마저 포기하고 여기 앉아있을까,‘ 너 도망쳐 온 거야, 너도 알지? 바보 같아!’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울었다. 한바탕 울고 나니 시원하기도 했고 우선은 바라지장이라는 수행이 있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문수방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문수방은 여자들이 잠을 자는 숙소인데 낮에는 밥을 먹거나 쉬거나, 회의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공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는 곳, 밥 먹는 곳, 쉬는 곳 등으로 공간을 구분해서 산다. 그래서 더 넓고 다양한 공간을 갖고 싶어서 큰집을 원하는데 정토수련원은 한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게 신선했다. 공간은 공간일 뿐 이렇게 쓰이다가 저렇게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큰 것을 바라지 않고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깨달음 덕인지 지금 사는 고시원 방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라지 일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묵언을 한 채 4시 30분 대웅전에서 1시간가량 예불을 드렸다. 불교대학이나 정토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더구나 불교 신자도 아니라 예불을 잘 따라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답답했다. 대웅전이라는 공간이 주는 신성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어‘내가 여기에 왜 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예불에는 108배가 포함되어 있었다. 108배는 둘째 이모의 권유로 해본 경험이 있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아침 예불 후 발우 식사법을 배우기 위해 발우가 놓여있는 방으로 갔다. 발우 사용법을 익히는게 복잡하고 헷갈렸다.‘ 꼭 이렇게 어렵게 먹어야 하나? 간편하게 접시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는데도 다 익히지 못한 채 발우 공양에 참석했다. 발우를 들고 문수방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분이 법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경건한 분위기와 격식에 무서움마저 느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발우 공양이 처음이라 발우를 펼치는 속도가 느렸는데 법복을 입은 분들은 마치 발우 펼치기 시합을 하듯 빠른 속도로 발우를 펼쳤다. 내가 마치 이방인 같았다. 발우 공양 예식은 아침과 저녁예불보다 더 생소하여 따라 하기 바빴다. 너무 긴장된 나머지 제대로 식사를 못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느낌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 다행히 옆자리 법우들의 도움으로 아침 발우 공양예식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아침 발우 공양은 단식하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지만, 신기하게도 끝나고 나면 하루의 모든 일과가 즐겁고 쉽게 느껴지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아침 발우 공양이 끝나면 1시간가량 쉬고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식사 준비를 했다. 그리고 뒷정리 후 점심 발우 공양을 했다. 점심과 저녁은 발우를 사용하긴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한다. 보시로 들어온 귤, 크림빵, 맘모스빵을 먹으며 나도 보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시간 휴식하고 다시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저녁 준비를 마치면 뒷정리와 다음 날 식사 재료를 다듬고 저녁 발우 공양에 참석한다. 저녁 발우 공양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예불을 하고 나서 7시 15분에 문수방에 이불을 펼친다. 자기 자리 확인 후, 다시 공양간 뒷정리를 하고 법사님들과‘인생 나누기’나‘일문일답’같은 프로그램을 끝내고 10시에 취침한다.

▶바라지장 마치는 날(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글쓴이)

정성 또 정성, 바라지장!
박현실 법우님, 신명섭 팀장님, 10명의 보살님, 거사님, 법우님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바라지장에서는‘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으로 시작한다. 깨달음의장에서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부처님께 올리고 남은 음식을 먹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깨달음의장의 돕는이가‘우리가 바로 부처님’이라고 한 말을 듣고 깨달았다. 그 말에 감동하였고 쑥스러웠다.

깨달음의장에서는 단순히 맛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니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것을 알았다. 나는 주로 재료를 다듬거나 설거지, 행주 빨래,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 보조로서 잡다한 일을 했다.

바라지들은 모든 음식을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고 정갈하게 세팅해서 수련장으로 보낸다.‘ 과연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맛보아줄까?’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접시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첫날과 둘째 날은 음식이 많이 남아 속상했다. 어떤 음식은 기대하며 내보냈는데 많이 남아 속상했고, 걱정하며 내보낸 음식은 비워져 놀라기도 했다.

깨달음의장에서 남은 음식은 대중 공양간으로 넘어가 문경살이 하는 분들과 바라지들의 반찬이 되었다.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깨달음의장에서 남긴 음식의 양을 보고 그날 요리의 양을 결정한다. 음식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려 세심하게 노력하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라지장의 꽃은 대청소이다. 마지막 날, 모든 식기를 꺼내고 선반을 식초로 닦았다. 식기는 평상에 말리고 그릇은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닦아 바구니에 채워 넣었다. 냉장고 청소와 선반 청소, 바닥 물청소, 싱크대 청소 등 위생을 생각하며 정말 정성껏 일했다. 

“일단 해볼 것!”
아침 예불과 아침 발우 공양, 저녁 예불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불교 신자도 아니고 정토회나 불교대학에도 속하지 않아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또한 수련원 사람들과 인연이 없어서 의기소침하고 외로웠다. 그 와중에 깨달음의장의 돕는이 김애경 님을 만나 너무 반가웠다. 그 미소를 보니‘나도 여기 아는 사람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기소침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일문일답 시간에 묘당 법사님을 뵈었다. 일문일답 시간에“‘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들때 어떻게하면 좋습니까?”하고여쭈었다. 법사님께서“일단해봐!”하고, 울림있는 답을 주셨다. 

4박 5일 함께한 바라지들께 감사드린다. 학창시절 줄다리기 시합 이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협동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딸의 깨달음의장 뒷바라지를 위해 오셨다는 어느 보살님의 울음 섞인‘바라지장 소감 나누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나 또한 이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 많은 분의 정성도 함께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어 감사하다.
나의 부족한 글이 바라지장 신청을 생각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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