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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왕삼매론>은 중국 원나라 말, 명나라 초기의 혼란기에 생존한 묘협 스님의 <보왕삼매염불직지> 안에 있는 22편의 글 중 제17편‘십대애행’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원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긴 문장인데, 많은 사람이 읽고 새기기에 편하도록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이기는 열 가지 수행법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법륜스님 본지 발행인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원문]
일을 도모함에 있어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성취되면 뜻이 경박하고 교만해지며, 뜻이 경박하고 교만해지면
반드시 나는 유능하다고 스스로 칭하게 되느니라.
생각하는대로 일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일을 이룸은 업을 따르는 것.
일이란 지금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일의 어려움을 안락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힘들지만 연구하는 삶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지 일이 쉽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뜻대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참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힘들어하고 좌절하면서 자기 능력을 탓합니다. 반대로 일이 잘되면 자기 능력을 과신하고 그러다보면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등산할 때 오르기 편한 산을 선택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재미가 좀 떨어집니다. 험한 산을 오르면 힘은 들지만 재미가 있잖아요. 또 날마다 다니던 산보다 처음 가는 산을 선택해도 재미가 있습니다. 길을 잃거나 두세 번 헤매다 보면 그때는 괴롭지만, 지나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경험으로 그 산에 대해 훤히 알 수 있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되게 하려고 연구를 하면 경험이 쌓이고 공부가 되고 그것이 능력이 됩니다.

  그런데 일이 잘 안 될 때 연구하지 않으면 좌절하거나 실망하고 그러면서 괴로움이 생깁니다. 노력 없이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부처님이나 하느님 같은 존재에게 빌기도 합니다. 이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에요. 일이 안 될 때는 왜 안 되는지 연구해서 나에게 더 많은 학습이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되는대로 하면서“일이 안 되는 것을 수행 삼아 한다”라고 말하면 안 돼요. 내가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도 상황이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객관적인 상황이 안 받쳐줘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연구를 더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변수를 몇 번 경험하면서 전문가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어떤 새로운 일을 할 때도 몇 가지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응하는 능력이 생기는 거예요. 일을 그르친 경험으로 대처능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오는 경계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잘못됨으로써 배우는 기회를 가집니다. 일이 뜻대로 되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자기가 하는 일은 뭐든 잘 된다고 과신하다가 장애에 부딪히면 좌절하고 심하면 충격도 받습니다. 그러나 잔병이 많은 사람이 질병에 대한 대응능력이 생기는 것처럼, 어려운 문제들에 많이 부딪히면 그만큼 대처능력이 생깁니다.

  정토회에서는 1년에 한 차례 인도 성지 순례를 하러 갑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여행하면 예기치 못한 변수가 늘 일어납니다.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준비를 충분히 했는데도 돌발 상황들이 생기는 것이지요. 비행기가 안개 때문에 착륙을 못해 일정에도 없는 방콕에서 하루를 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인도라는 나라가 우리의 상식과는 달라서 엉뚱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어떠한 경우에서든 문제는 늘 있기 마련이니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며 아주 자세히 계획을 세웁니다. 비행기가 하루 늦게 도착한다든지, 기차가 예닐곱 시간 늦게 온다든지, 버스가 중간에 고장이 나서 못 간다든지 할 때도 여행의 큰 줄기에는 차질 없도록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지순례 일정을 짤 때 오늘 저녁에 도착해 오늘 저녁에 기차를 타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아요. 오늘 저녁에 도착하면 내일 출발하는 기차를 예약하고 그사이에 구경거리를 마련합니다. 그래서 만약 비행기가 늦어지면 그 구경거리만 빼고 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제일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호텔에 도착했는데 예약한 방을 10개만 주고 20개는 못 준다고 한 사건이었습니다. 호텔에서는 딴 사람이 와서 돈을 두 배로 준다면 예약한 방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기도 하기 때문에 방이 없는 것이지요. 이런 때를 대비해서 우리는 순례자들에게 “인도에 가면 우리 뜻대로 안 됩니다. 오는 경계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하고 사전에 교육합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순례이기 때문에 여행사에서 하듯 불평불만을 하기보다는 길거리에서 자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달리는 차 안이나, 기차 안에서 기도를 놓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의 일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대중의 편의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담당자는 네다섯 시간 전에 먼저 호텔에 가서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이런 점검들은 예전에 일이 잘 안 된 경험을 했던 덕분에 생긴 대처능력입니다.

  무조건 일이 뜻대로 되어야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이 뜻대로 되면 사람이 경솔해지고 자기가 잘한다는 우월감으로 콧대가 높아집니다. 수행과는 정반대로 가지요. 그러니 어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환경을 수용하는 힘 
  일을 자기 생각대로 추진할 수는 있지만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자기의 의도대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이란건객관적인많은조건과결합해이루어집니다. 즉‘인연과’입니다.‘ 인’은 내가 의도하는 것이고‘연’은 주위의 상황 조건이에요. 인이 조금 부족해도 연이 무난하면 괜찮아요.

  전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여기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도 그 순간, 누가 봤다거나 불이 옮겨붙을 만한 나무나 다른 물체가 곁에 없었다면 불이 날 원인은 있어도 화재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또 아무리 화재 위험이 있는 곳이라도 불씨가 없으면 불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꼭 큰 불이 날 때는 불씨가 있고, 그때 마침 주위에 인화 물질이 있고, 대처할 사람이 없을 때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인연과’입니다. 그러니까 조심을 하고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은‘인’입니다. 인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어요. 씨앗도 좋아야 하지만 반드시 씨앗이 좋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에요. 좋은 씨앗도 자갈 밭에 떨어지면 잘자라지 않아요.‘연’이 어떠냐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씨앗인데 자갈밭에 떨어졌으면 밭을 바꿔야 하고, 좋은 밭인데 나쁜 씨앗이 떨어졌으면 씨앗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 데서 일을 하는 것은 내가 하지만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반드시 내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변 상황과 관계가 있어요. 그것을 수용해낼 힘이 있어야 합니다. 일이란 지금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주어진 조건과 결합해서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일의 어려움을 수행으로 삼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일어날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을 재미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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