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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출가]

우리가 함께
행복한 전법의 길



서혜진 36기 백일출가

혼자가 편한 독불장군
나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께서 맞벌이였던 덕분에 혼자 생활하며 노는 것에 익숙했고 혼자가 편했다. 나에게 일어난 일 대부분을 혼자 끙끙거리며 해결하다 보니 웬만한 일은 혼자서도 해낼 수 있었다. 이만하면 얼마든지 혼자서 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막상 손을 뻗어 닿을 곳이 없는 느낌이 두렵기도 했다. 독불장군처럼 내 마음대로 살다보니 어느 순간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지인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세상에 대한 불만만 가득 안고 살던 나는 그제야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잘못 살고 있었구나!’ 그런데 어떻게 잘못 살아온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 잘못됐다면 어떤 것을 바로잡아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몸부림치다 찾게 된 것이 정토회였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부처님 법을 배우고 수행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나를 알아가는 듯했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내 고집 세우고 혼자 생활하는 것이 편한 습관은 그대로였다. 그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니 괴롭지 않았고 우울하지도 않았다. 이만한 것이 다행이구나 싶으면서 나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삶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 덕분에 내가 살고 있구나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할 때 여전히 낯설고 움츠러들며, 갈등 상황이 일어날 것 같으면 도망치기 바쁜 순간들이 보였다. 인간관계에서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았다.
경전반까지 공부하면서 혼자서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나 역시 많은 분들의 공덕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조금이나마 배웠고,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한편, 여전히 왜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인지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점점 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또, 함께 살며 행복해지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이 아닌 마음으로 알고 싶었다. 그에 대해 직접 경험하며 답을 찾고 싶어 백일출가에 입방했다.
백일출가 입방 후 3일 동안 겨우겨우 만 배를 마치자 정식으로 공동체 생활이 시작되었다. 불교대학에서 경전반까지 사람들과 조금씩 함께해왔다고는 하지만, 하루 중 잠깐 부딪치는 것과 24시간 내내 붙어 지내는 공동체살이는 큰 차이가 있었다. 혼자 하는 생활이 익숙한 나는 행자님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습관처럼 철벽을 치기 바빴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 내 곁에 함께 생활하는 36기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있었지만 초반에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내 것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공동체의 삶이라는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생활이 돌아갈 수 없었다.
깜깜한 새벽, 대웅전 가는 길을 누군가 먼저 일어나 불을 켜주니 다치지 않고 갈 수 있었고, 공양 짓는 누군가가 있어 밥 먹고 공부할 수 있었고, 해우소를 청소해주는 누군가가 있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이 공동체에서 내가 닿고 머무는 곳 어느 하나 함께 사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다른 누군가의 손길 하나하나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보고, 듣고, 몸으로 체험하니 교만했던 마음이 녹아내리며 사람에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도반들에 대한 시비분별도 멈추기 시작했다. 백일출가 초반에는 어떤 분별을 했는지 딱히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말투, 행동, 표정, 목소리 등 하나하나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든 분별해댔다. 그런데 도반을 보며 일어나는 시비분별도 ‘당신 덕분에 내가 산다’는 큰 테두리 안에서 보니 욱 하고 올라왔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가 존재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공덕 속에서 살아온 것도 모르고 상대방을 무시하고 콧대만 높이고 생활했던 과거를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된장 담그기 운력(오른쪽 첫번째가 글쓴이)

우리가 도반이어서 이리 좋습니다
그렇게 돌아보니 하루하루 같이 살아주는 도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도반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되었다. 정진, 학습, 마음나누기 할 때 방석 깔기에서부터 공양물 나르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동들이 몸으로 표현됐다. 나는 도울 수 있어 즐거웠고, 상대편은 도움 받으니 고마워했다. 이런 삶이,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삶이 아닌가 싶었다. 도반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지고 보니 그동안 내가 도반들을 그냥 함께 입방한 행자님들로 보아왔다는 것도 느껴졌다. 이제야 나는 이 행자님들과 ‘도반’이라는 관계를 이룰 수 있었고, 그렇게 도반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백일출가 끝에 찾은 삶의 방향
나는 내 인간관계에서의 장애가 혼자 생활하던 습관으로 만들어진 게 많았음을 백일출가를 통해 확연히 알 수 있게 됐다. 거기에 엄마에게서 받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있으니 인간관계에서 도망치거나 멀리했던 것이다. 혼자였다면 알지 못했을 내 모습들이지만, 백일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매일 함께해준 도반이 있었기에 볼 수 있었다.
백일출가 회향 수련을 하며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의 중심에는 부처님과 부처님 법이 있었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은 결국 전법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부처님 법을 받아들이며 내가 행복해진 것처럼, 이제는 내 것만 움켜쥐는 삶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행복해지는 전법의 길로 가고 싶다.
많이 부족하고 수도 없이 미끄러지는 나이지만 이제는 세상을 향해 부딪쳐 보려 한다. 해보고 또다시 해보는 실천만 남았다. 그리하여 전법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꿔본다.
새로운 시작이다!

 

 

대구 즉문즉설 강연장(가운데 글쓴이)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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