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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 이야기]

나는 별빛 품은
바라지입니다



유지호 서대문법당

밥맛 따라온 바라지장
처음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을 할 때 밥맛이 어찌나 달던지, 그 밥맛의 비밀을 알아보고자 바라지장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의도했던 밥맛의 비밀을 캘 기회 대신 과일 소임을 맡게 되어 과일의 개수를 헤아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각자 맡은 소임에 따라 밥·국·김치·차·반찬을 조리하고, 또 맡은 소임을 끝내면 아직 준비가 덜된 음식을 장만하는 데 손을 보탰습니다. 음식 조리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조리하면서 들었던 마음을 바라지 법우님들과 나누며, 그 일어난 마음 한자리를 지켜보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며, 서로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바라지장의 일상은 새벽 예불로 시작합니다. 새벽 예불을 드린 후, 명상 중에 들리는 새소리는 탁한 마음을 깨우치는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발우공양을 하는 시간은 바라지장의 꽃입니다. 경을 읽으며 발우공양을 하는 과정은 바라지장이 아니고서는 체험해볼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이들의 공덕과 내가 이 음식을 먹어 깨달음을 얻겠다는 깊은 뜻은 잘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꾸 보자기 끈 매는 방법만 찾아 헤맸던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본격적인 아침 공양을 준비하러 공양간에 가면,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재료 준비와 조리를 시작합니다. 맛은 물론, 수련생들에게 나가는 음식을 보기 좋고 깔끔하게 내보내려 우리는 공양간의 아티스트로 변신하여, 식용 꽃, 깨, 고추 등 식자재를 이용하여 보기 좋게 장식합니다.

아침 공양 준비를 마치면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 찾아옵니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는 새벽부터 일어나 바쁘게 움직인 손과 발을 잠시 쉬게 하여 다음 저녁 공양을 대비하는 시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정진을 하러 대웅전에 올라 300배를 하는 수행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꿀잠을 택했고, 아주 가끔 정진했습니다.

꿀잠 같은 시간은 한 호흡처럼 아주 짧게 끝나고, 곧 저녁 공양을 준비할 시간이 옵니다. 팀장님께서 설명해주시는 메뉴와 조리방법을 숙지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또다시 시작해봅니다. 저녁 공양을 내보내고 저녁 예불을 마치고 나면 드디어 길었던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수고했던 손과 발을 토닥거리고, 함께 수고한 법우님들과 인사하고 침상에 누우면 스르르 잠이 듭니다. 이 잠 또한 꿀맛입니다.

4박 5일간의 일과를 마친 마지막 날, 저는 마침내 깨장 공양간 레시피의 비밀을 손에 넣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처님께 올리는 마음’입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을 세 번 외치고 각자 맡은 소임에 임하면, 우리 바라지들은 공양간 대장금이 되어 정성껏 밥을 짓고 국을 끓입니다. 우리의 정성이야말로 새로 깨우칠 부처님들을 위한 밥과 반찬과 과일이 되는 것입니다.

잠깐의 휴식시간(오른쪽 맨 끝이 글쓴이)

정성과 땀으로 지어낸 깨달음
바라지장에 입재할 때 들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내려놓는 시간이 되어 보라는 격려의 말씀이었습니다.

격려해주셨던 보살님께는 죄송하나, 바라지장을 하면서 저는 여전히 나를 앞세워 주장하고, 상대에게는 무엇이든 잘해내기를 바라기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그렇게 바라기만 하는 나를 가장 오랫동안 자각하여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 말해봅니다. ‘괜찮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
저는 이번 바라지장에 와서 새삼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 속의 정성과 땀을! 예전에 깨장을 마치고 문경의 밤하늘을 보며 ‘별빛이 아름답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번에 바라지장을 마치며 다시 올려다본 하늘에서 ‘까만 밤하늘도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까만 밤이 있기에 별이 빛나는 것을 깨닫고 돌아갑니다.

나는 바라지입니다.
바람은 있지만 바라지는 않습니다.
바람을 놓는 마음이
더 소중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까만 밤하늘,
어둡지만 어둡지 않습니다.
깨달음이라는 별빛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윗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글쓴이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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