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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학 이야기]

수행의 길에 
바로 서서 보니


노현석 서초법당


혼자만 잘 살았던가
2018년 4월 22일, 서초법당 오후 일요법회에 참석한 것이 정토회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가 뭐라 해도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중년이 되어 제게 닥쳐온 시련은 너무 힘겨웠습니다. 그래서 지도 한 장 들고 찾아온 곳이 바로 정토회였습니다.

도저히 법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에 전통 사찰과는 사뭇 다른 시설, 게다가 스님을 직접 뵙고 법문을 듣는 것이 아닌 영상 법문에 많이 당황했지만, 금방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나누기 시간에는 북받치는 회한을 억제하지 못해 울먹이고 말문이 막혀 많이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나누기를 하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함으로 오랜만에 하늘의 푸르름을 느끼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리산 자락의 전형적인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마을 산사의 타종 소리와 스님의 목탁 소리를 늘 접하며 자랐습니다. 그런 제게 부처님은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라기보다는 복을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불자였지만 점술과 미신에 대한 믿음이 강했습니다. 아내가 듣고 오는 점쟁이의 예언이 집안의 대소사와 저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저는 그런 아내를 이해해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아내의 믿음이 불교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하고 점점 더 부처님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정토회를 찾게 된 이유는 아내의 청천벽력 같은 이혼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감성적인 사람이라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아내의 마음은 이미 돌처럼 굳어져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완강한 아내의 마음을 알고 나니 저 또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불면증으로 약에 의존해 살았습니다. 갑상선 항진증과 중증의 급성 아토피로 괴로워하고, 얼굴 전체에 퍼진 대상포진으로 실명할 뻔한 아내를 1년 넘게 수발했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제가 자신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삶만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은 제게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로 새벽마다 바깥에 나가서 몇 시간을 걷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법륜스님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라”는 법문을 들었습니다. 출퇴근 길 운전 중에, 출장 중 비행기에서 수없이 듣고, 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돌아보니 그 법문조차도 제게 유리한 부분만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오히려 원망만 키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같은 법문을 아내와 들은 후에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고 살자”고 했지만 아내는 끝내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을 놓아 달라”고 했습니다.

▶ 불교대학 수업 후 도반들과 함께(왼쪽 두번째가 글쓴이)

함께하는 수행 끝에 얻은 깨달음
저 혼자서는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더 듣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다름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지, 그 법문 속 가르침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정말 알고 싶었습니다. 그 후 매주 법회에 나왔는데, 어느 도반께서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에 다녀오기를 권유하셔서 저도 깨장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이혼은 아내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내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이혼을 하자는 것이 아닌데, 저 스스로가 ‘행복한 가정’이라는 상에 집착해 불안해하며 아내를 탓했던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깨장에서 만난 낯선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입학 첫날 ‘정토회는 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지도법사님의 말씀에 ‘아, 이제야 내가 바로 찾아왔구나!’ 하며 안도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정진하고 달리며 정토회의 참 수행자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덕분에 1년 가까이 불교대학 학생으로서 지도법사님의 가르침 외에도 많은 것을 얻고 배웠습니다.

첫 번째로 많은 스승님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신으로서의 부처님이 아닌 한 인간, 위대한 스승으로서의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출가 전 부처님의 고뇌, 피나는 수행을 들으며 저 분이 지금 나의 스승이시고, 내가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는 환희에 벅찼습니다. 그리고 잘 알지 못했던 지도법사님의 언행일치를 보며 감동받았고, 여러 법사님들의 삶에 대한 말씀을 듣고 저의 롤모델로 삼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도반입니다. 제가 처음 법당을 찾아 울먹이며 얘기할 때 조용히 저의 말을 다 듣고 다독여 주셨던 그분들이 계셨기에 저의 인연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괴로움을 나누고, 실제로 바뀌어 가는 도반들의 모습에 저를 투영해 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생그래프를 그려서 나누기 할 때 너무도 쉽게 자신의 아픔과 마음을 여는 도반들을 보니 저는 제 현재 상황을 창피해하며 감추려고만 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나누기 이후 서로를 더 이해하고 위로하며 격려하고자 노력했던 도반들은 1년 내내 저의 스승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봉사입니다. 봉사는 제게 다른 차원의 기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졸업 점수를 채우기 위한 봉사였지만, 점점 더 제가 가진 힘과 시간을 나눔으로써 제가 얻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젠 기회만 되면 “예” 하고 합니다.

마지막은 천일결사 입재입니다. 이번이 세 번째 입재입니다. ‘매일 아침 기도와 108배를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침 기도가 저에게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바쁜 직장생활로 게으름이 생겨 지속적 수행이란 게 쉽지 않은데, 약속한 천일결사 기도시간이 있어 매일 아침 수행자임을 자각합니다. 기도하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다시 한 번 가다듬게 됩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맨 왼쪽이 글쓴이)

나와는 다른 그대도 여기서 행복하기를
저는 기도 시간에 <보왕삼매론> 읽기를 좋아합니다.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지금까지 어디서도 이런 지혜를 배워보지 못했었기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읽고, 또 읽으며 가슴에 새깁니다.
저는 하루아침에 깨달음을 얻을 만큼 총명하지는 못합니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물론 늘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괴로움도 수시로 저를 때리고, 게으름은 여전히 절 유혹합니다. 그러나 그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진폭은 조금씩 좁혀지고 있으며, 저 멀리있는 목표점은 변함없이 제가 오기를 기다리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는 그 한마디 가르침만으로도 제가 얻은 건 너무나 큽니다. 가장 괴롭고 절실할 때 이런 가르침을 얻은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인생을 여행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에서 ‘여행’은 ‘여기서 행복하라’의 줄임입니다. 저는 가을불교대학을 통해 불교와 부처님에 대해 잘못 가지고 있던 상을 바로잡고, 인생을 ‘여행’하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아내는 저를 떠났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했습니다. 웃으며 서로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저는 예전에 행복했던 그 동네로 다시 이사했습니다. 그곳을 다시 보고 걸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운 그날이 오기를 기도하며 지냅니다.
아이들과도 자유롭게 왕래합니다. 자주 못 만나니 오히려 더 사랑스럽고, 많은 대화를 합니다. 이사한 집 벽에는 예전 가족사진들을 그대로 걸었습니다. 예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사진 속 모습들을 바라보며 추억을 회상하곤 합니다.

아내가 선물한 손목 염주는 이제 저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더 이상 억울해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내가 아프지 않고 저하고 지낼 때보다 지금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것이 가을불교대학을 다니며 스승님과 도반으로부터 배운 덕분에 얻게 된 저의 현재 모습입니다.

바로 보고, 바로 설 수 있게 큰 가르침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고마움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며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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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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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2개
  •  덕상 2019/10/04 11:27
    항상 행복한 수행의 길을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  향존 2019/09/30 14:40
    진정한 수행자입니다.
    함께 이 길을 가는 도반임이 자랑스럽습니다.
    늘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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