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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들의 출가 이야기]

이제 진짜
“괜찮아요!”



최민지   36기 백일출가


저는 “괜찮아요”
저는 무던한 사람입니다. 착실한 딸, 제 할 일 하는 직원, 세상에 관심 있는 약간 정의로운 사회인, 길 가면서 담배 피우고 지하철이 제 집인양 떠드는 사람을 보면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소심한 주변인. 누군가 묻습니다.
“많이 피곤해 보여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좋지 않아요.”
“저 괜찮아요.”
“괜찮으면 이거 좀 해줄 수 있어요?”
“네, 저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내가 피곤하다고 하고, 무슨 일 있다고 하면 괜히 걱정하겠지? 이거 안 하면 저분의 기분이 안 좋겠지?’ 이렇게 저는 늘 ‘괜찮아요’였습니다.

인생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동갑내기는 첫 만남부터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저 평온한 표정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나랑 동갑인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 동갑내기가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백일출가’를 다녀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백일출가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네. 정토회는 불교인 것 같은데. 법륜스님이 지도법사님이시구나. 백일출가를 하려면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야 되네. 백일출가는 준비물도 친환경적이구나.’
그때부터 마음이 힘들 때마다 괜히 정토회 홈페이지를 기웃기웃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아, 이런 프로그램도 하는구나. NGO비정부단체도 있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이 문장 참 마음에 들어’ 하며 정토회 홈페이지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는 직장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순간, 저는 백일출가를 떠올렸습니다.
지인들에게 일을 그만두고, 수련하러 간다고 알렸습니다.
“그래, 그동안 말 못했는데, 민지 씨 늘 힘이 없고 표정이 많이 어두웠어. 이번에 가서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바뀌어서 와.”
그랬습니다. 저는 무던했지만,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백일 동안 나를 돌아보자.’ 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저는 인생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백일출가, 잘 온 거 맞나?
“만 배를 해야지 백일출가를 할 수 있어요.”
만 배? 살면서 설에나 절을 해봤지 따로 절을 해본 경험이 없던 저는 만 배가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만 배를 마치고 나니 ‘이건 아니지’ 싶은, 더 힘든 백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밥하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등의 온갖 생활소임과 일수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이곳 문경 정토수련원은 백일출가생들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일을 시키려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할 만큼 너무 바빴습니다.
더 적응이 힘들었던 것은 매일 둘러앉아 ‘마음 나누기’라는 것을 하는 거였습니다. 저는 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평소 지인들이 저를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도 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편이어서 애를 많이 태웠습니다. 그랬던 제가 매일 매번 마음나누기를 해야 했습니다. 제가 표현하지 못하는 만큼 다른 도반들의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음나누기 시간이 다가오면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하는 생각에 싫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낯선 정토회 속에서 주어지는 소임과 반복되는 일상, 공동체 생활에 대한 부담감, 거기에 체력까지 떨어지기 시작하니 백일출가를 온 게 정말 잘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금이 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됐습니다.

최민지(맨 왼쪽)_초파일 전부치기 운력

이럴 줄 몰랐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은 ‘백일출가’
조금만 더, 하루만 더 하다 보니 끝날 줄 몰랐던 백일이 지났습니다. 솔직히 백일을 살았다고 모든 일에 자신이 생기고, 마음에 걸림이 없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그런 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백일이 너무 감사합니다. 그날들이 있어서 매일 정진을 하며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해주시는지, 제가 얼마나 큰 사랑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상처였던 부모님의 말씀과 행동들이 이해되고, 마음으로 와 닿았습니다.
또 신기하게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혼자서 일하고, 쉬고, 생각하는 것을 편안해하고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며칠을 고민하며 내놓은 저의 의견에 대해 대번에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렇게 쉽게 이야기를 하지?’ 하는 반감부터 들었습니다. 오히려 배려가 없다는 생각에 불편함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백일출가는 함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도반들의 생각과 마음이 모이면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도반들은 몸이 덜 지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늘 제게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함께 일하는 시간이 좋아졌고, 그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자연스레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편안해지고, 표정도 여유로워졌습니다.
백일 후 저는 기쁘게도 표정 좋아졌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관계에서의 편안함, 그것은 마음에 걸림이 없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백일출가를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게 될 줄은!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나를 알아야 해요
화창했던 어느 날, 반장님과 솔숲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저를 지켜보시고 조용히 다가와주셨습니다.
“민지 행자님, 행자님이 살고 싶은 삶이 더 좋아지려면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아무 이야기나 해도 좋아요.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공감하며 함께 가려면 먼저 나를 아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나를 아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내 이야기를 하며 나를 아는 것, 두 번째는 내 마음으로 혼자서 나를 아는 것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엔 첫 번째가 더 낫지 않을까 해요.”
나를 알아야 상대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나도 알지 못하면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맞지 않는 말인지 알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나와는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냥 거리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반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은 나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제가 한 걸음 다가서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없다는 것. ‘내가 이렇듯이 상대는저럴 수 있구나’ 하고,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이해’와 ‘공감’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진짜 “괜찮아요”
백일 전 저는 ‘괜찮아요’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사람. 이제 저는 마음이 말하는 진짜 “괜찮아요”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백일출가 동안 ‘표현’과 ‘소통’의 힘을 배웠습니다.
불교와 인연이 없던 제가 요즘 법문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수행자로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작을 할 수 있음이 참 감사합니다.
마음의 의지처인 지도법사님을 비롯한 여러 법사님들, 선배 행자님들, 보기만 해도 좋은 36기 행자님들, 저의 첫 시작을 함께한 ‘깨달음의 장’ 동기님들께 무한히 감사합니다. 함께하기에 좋은 저는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최민지(오른쪽)_수료 기념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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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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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누구게요~?ㅎㅎ 2019/10/02 14:38
    행자님~ 사진으로 보니 반가워요~^^ 홍은선 행자님도 김현주 행자님도 다들 보고싶네요ㅎㅎ 100일 동안 함께 살아주셔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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