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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 이야기]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다

새물정진팀들과 불교대학 홍보 모습

권명순   태전법당


‘빠르고, 정확하고, 신속하게’를 모토로 열심히 부지런히도 살아온 나! 그런 업식의 결과물로 50도 안 된 나이에 몇 달 전부터 오십견이 오고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달릴 줄만 아는 나에게 이제 그만 좀 멈추기도 하라는 신호인 줄은 알았지만 멈추기가 잘 되지 않던 중에, 예전에 “다리 아픈 것이 명상수련 다녀와서 감쪽같이 나았다”던 어떤 보살님의 말이 기억나면서 명상수련 가면 팔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수련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역시나 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명상 첫 시간, 어깻죽지가 못으로 내리꽂는 것같이 아프고 손은 쇠뭉치 몇 천 개를 얹어놓은 듯 아파 악 소리가 절로 났다. 그 순간 두 아이를 안고 업고 키웠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두 눈에 눈물이 철철 흘러내렸다. ‘그때 그렇게 잘 키워보겠다며 업고 안고 용썼던 내가 여기 있구나. 힘들다고 큰아이, 남편, 엄마·아빠를 원망하며
악쓴 것이 이렇게 몸에 업이 되어 쌓여 있구나.’ 

나에게, 남편에게,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님께 참회하고 나서 내 몸에 일어난 증상을 쪽지에 적어 제출한 후 생각지도 않은 깨달음에 내심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수련을 위해 자리로 돌아와 앉아 적어 보낸 쪽지의 답장을 펼쳐보니 “망상입니다. 호흡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 ‘헉! 망상이라고?’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놓쳤다! 그래, 호흡과 느낌 외엔 모두가 망상인데 허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갖 집을 지어 따라갔었구나. 과거는 이미 과거일 뿐인데…’ 큰 깨우침이었다. 그때부터 순간을 관찰하는데 매순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포행을 하면서도 ‘저 사람 어떻네, 저게 왜 저래?’ 하며 호흡관찰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생각, 분별, 망상밖에 없는 내가 계속 관찰되었다.

그렇게 첫째 날을 보내고 둘째 날 오후 명상시간 중 갑자기 집에 아이들 먹으라고 사놓은 간식과 ‘치킨 시켜 먹으라’ 했던 말이 떠오르더니 머리에서 간식과 치킨 생각만 뱅뱅 돌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극에 달했다. 급기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옥죄는 손과 다리를 확 풀고 싶은 욕구가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죽비소리가 들렸고, 눈을 뜨고 몸을 푸니 화는 사라졌다. 문제는 저녁 공양시간에 일어났다.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던 밥이 확 맛없게 느껴지면서 바로 체기가 생겼다. 다음 날 아침 몸살기까지 돌면서 새벽 명상이 죽을 맛이었다. 새벽 명상을 마치고 아침 공양을 받아드는데 눈물이 흘렀다. ‘나에게 이렇게 강한 욕구가 있었구나. 내 뜻대로 안 되면 몸이 아플 정도로 내가 강하구나. 내가 이렇구나!’ 부정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거기에 있었다. 평소 내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저절로 참회 되었다. 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맛없다고 신경질 내고, 함부로 버리고, 음식을 할 때, 먹을 때 화냈던 지난 단상들이 떠오르면서 참회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이후 체기가 조금씩 내려가고 몸도 괜찮아졌다.




셋째 날 명상시간, 몸은 가벼워지고 호흡이 잡힐락 말락 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던 어느 순간 두어 살 남짓의 어린아이 얼굴이 떠오름과 동시에 목이 메이고 심장이 조여 오면서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흘렀다. 망상인 줄 알아 호흡으로 돌아오려 심호흡을 해보았지만 되지 않았고, 정에 굶주린 듯한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에이는 듯 아파왔다. 통곡소리가나려고 할 때 죽비소리가 들리고 사로잡힘에서 깨어났지만 포행 중에도 여운이 너무 깊이 남아 울음이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다. ‘오직 지금 여기 이 순간밖에 없다. 알 수 없는 것에 이름 붙여 이것이다 저것이다 할 것 없다. 호흡! 호흡! 호
흡만 있을 뿐이다!’ 놓치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고, 놓치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니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져 갔다. 

이후 망상과 졸음·호흡을 오고 가는 시간들이 반복되는 어느 순간 아빠의 젊은 시절인 듯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면서 한없이 다정다감한 눈짓과 몸짓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따뜻함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왈칵 흘렀다. 지난날 아빠를 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하며 살았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사랑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었는데, 그 긴 시간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그렇게 살았구나! 이런 다정다감함이 너무도 그리워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속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목줄을 내어주고 살았구나! 조금만 다정히 대해줘도 마음을 빼앗기고, 기대한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하면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했구나! 굶주린 고양이처럼 사랑에 굶주려 껄떡이며 헐떡이며 그렇게 내가 살았구나!’

지난 내 삶이 통째로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문제를 완전히 풀진 못했지만 실마리는 잡은 느낌이었다. 이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세상 누구에게도 내 목줄을 내어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4박 5일 명상수련!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의 만남이었다. 오직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되는 나의 참 모습!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자유로워지는 나는 행복한 수행자이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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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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