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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출가 이야기]

백일 되기 하루 전,
99일의 깨달음

36기 백일출가_최은실(왼쪽), 최현일(오른쪽)

최현일·최은실   36기 백일출가


나를 알게 해준 도반님들, 참 고맙습니다 - 최현일


저는 머리를 빡빡 밀고 입재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스님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세상을 등지고, 사람을 등지고 ‘도’를 찾겠다며 그렇게 입방했습니다. 머리를 밀고 오면 안 된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죠. 그런데 입재 후 만 배를 하고 크게 실망을 했더랬습니다.

‘도’를 찾겠다는데 “예, 하고 합니다”라고 가르쳐 주셔서 처음에 ‘이게 뭐지?’ 하면서도 그냥 해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날이 갈수록 여기 저기서 제가 고집이 세다고 하지 뭡니까? 사람이 말하는데 말을 잘 듣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또 “예” 하고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요. 또 깨달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평소 습관 그대로 빨래를 잘 하지 않고 잘 씻지도 않았습니다.

밖에 눈도 없는 제가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알았냐고요? 바로 36기 도반님들이 알려줬기 때문이었죠!
“행자님~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
“행자님~ 법복이 너무 더러운 것 같아요.”
“행자님~ 안 씻죠? 씻으셨어요?”
이런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따뜻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왜냐고요? 물론 마음에 들지 않았을 텐데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준 도반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돌이켜졌기 때문이죠. 나와 함께 50일 넘게 그렇게 살아준 도반들의 고마움을 되돌아보니 이것저것 많은 것들이 보이고 들렸습니다. 제가 처음 듣는 말인 것 같다고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고 했더니 “행자님, 그거
한 열 번은 말했던 겁니다”라는 말에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이제 백일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은 어떠냐고요? 물론 똑같겠죠? 네. 똑같아요. 고집도 그대로고요. 빨래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것도 그대로고요. 잘 안 씻는 것도 그대로예요.

그런데 지금은 도반님들이 제 마음속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행자님들 덕분에 세상에 두 번 없을 마음 따뜻한 100일을 보냈습니다. 백일출가 36기 도반님들께 감사합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으로 언제나 행자님들과 함께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백일출가에서 깨달은 것들 - 최은실


만 배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거라는 큰 깨달음을 시작으로 99일간 나의 하루하루는 자잘한 알아차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입재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새벽4시. 제가 마주한 반장님은 떠지지 않는 눈으로 무릎을 주무르고 계셨습니다. 그 순간 백일출가 면접 때 한 법우님이 백일출가 동안 무릎은 계속 아플거라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나도 무릎은 포기해야겠다는 다짐을 그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주 바쁜 일정에 힘들어 보이는 반장님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기에서 살고 계신가. 왜 앞서 회향한 백일출가 도반님들은 자주 이곳으로 모여드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곳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른 새벽, 발우공양 시간에 나를 보는 대중들의 가자미 눈을 보며 처음에는 무척 무섭고 긴장되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가면서 죽비를 들고 대중을 살피는 대중대표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째려보는 게 아니라 살피는 거구나!’ 우리를 사랑의 눈으로 살펴 올바른 발우공양을 하도록 안내해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지난날 사람들에게 입은 상처로 사람이 어렵고 두려워서 가급적 혼자 있는 업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업식대로 때로는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창고 뒤 도로에 앉아 숨을 고르거나, 해우소에 앉아서는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뻥 뚫린 창문으로 파리나 벌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보며 ‘이 뻥 뚫린 해우소의 창처럼 내 마음의 문도 열어두어
무엇이든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게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은 마음을 열고 자유롭고 싶었지만 ‘일체의 장’까지 저는 그렇게 혼자였습니다. 수련 중 입을 꾹 다문 채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있는 저에게 묘당법사님께서 본색을 드러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순간 ‘내 본색이 뭐지? 그냥 편안하게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였고, 법사님께 고요하고 차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신 있게 말씀드렸습니다.
법사님께서는 “포기해”라는 짧은 한마디로 어려운 길을 가려는 저를 구원해주셨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저는 도반님들과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일출가를 오기 전까지 저는 괴로운 마음이 들 때는 술로 기억을 잃어버리려 해봤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기억을 외면해도 보았고, 여행에서 만든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을 대체시키려는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JTS 거리모금 단체컷_최은실(첫번째줄 가장 오른쪽), 최현일(두번째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그러나 여기에는 기억을 헝클어 버릴 수 있는 술이 없고, 원하면 얼마든지 떠났다가 돌아올 자유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주어진 스케줄에 ‘예’ 하는 척 따라가며 마음공부를 하긴 했나 봅니다. 점차 맑아진 정신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배신과 이런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는 어린 은실이를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따라 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지난 99일 동안 99번은 울었던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이 눈물 바람인 저에게 도반님들은 행여 제가 불편할세라 왜 우느냐 묻지 않았고,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며 소리 없는 응원의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지켜줬습니다. 도반의 따뜻한 온기에 힘을 얻은 저는 용기를 내어 우는 아이와 마주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울고 싶었을지 그 마음을 알아주고 옆을 가만히 지켜줍니다. 꼭 도반님들이 제게 해준 것처럼요. 점점 그 어린 은실이가 안정을 찾아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장님, 반장님께서 여기에 계신 이유를 찾은 것 같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 이곳에는 항상 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는 나침반 같은 법사님들이 계시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도반들이 있고, 보살심을 내어 수행을 안내해주는 스태프들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최종학력이 고졸이었습니다. 백일출가를 마무리하며 저는 대학 졸업장까지 받았네요. 정토불교대학. 소중한 내 자산입니다. 부족한 저와 하루 남긴 백일을 살아주신 도반님들, 참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직, 지금, 여기,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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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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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김애자 2019/08/18 10:45
    수행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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