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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깨어있기’ 바라지 소감문]


저, 국 좀 끓일 줄 아는
남자입니다

 

▶ 바라지장 참여. 첫 줄 왼쪽 글쓴이

 

장경석 분당법당

지난 11월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석 달도 되지 않아 과거 제 자신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처가와의 갈등이 다시 시작되면서 잔잔했던 마음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지?’ 고민이 일었고 무작정 문경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원대 복귀. 비록 오후 늦게 도착하여 이튿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벽 예불을 드릴 때의 북받치는 감정은 이리저리 방황하던 나에게 너무나도 큰 감동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여 딱히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갈등을 잘 봉합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때의 감동이 그리워서였을까요? 아니면 이렇게 나에게 많은 위안과 용기를 준 정토회에 감사의 표시라도 하고 싶어서였을까요? 봉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바라지장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남자 4명, 여자 3명 그리고 팀장님으로 이루어진 이번 바라지장 팀은 여성 법우 1명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라지장 무경험자인데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커먼 남자들만 4명인지라 제대로 돌아갈지 사뭇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다 보니 걱정을 넘어 조바심까지 났습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한 끼 식사를 무사히 해내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히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 라는 명심문을 외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리는 도반들의 모습에 괜스레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번 바라지장 팀원들이 대부분 초심자들이어서 중간중간 작은 실수도 있긴 했지만 팀장님 이하 도반들이 열과 성을 다한 탓에 모두 차질 없이 정갈하게 음식들을 시간에 맞추어 착착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법우의 조언으로 무언가에 주눅이 들어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참구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결혼 이후 10년이 넘도록 나는 왜 그렇게 처가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 살아왔는지,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또 왜 그렇게 처가 기준에 나를 맞추지 못해 힘들어하고 주눅 들어 살아왔는지도 살폈습니다.
법사님과 일문일답 시간을 거치고 도반들의 메아리 덕분에 비로소 눈앞에 놓인 현실을, 그리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글쓴이인 장경석 님.

이 외에도 이런저런 좋은 경험들, 그중에서도 우습지만 이번 바리지장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국 담당을 맡아 국을 제 손으로 끓일 수 있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매번 반찬을 사 먹어 버릇하던 우리 집은 국을 거의 집에서 끓여 먹지 못했고, 사 먹는 국의 종류도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하게 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명심문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내 손으로 육수를 우려내 바라지장에서 배운 대로 국을 끓여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 상 차려내었습니다.

채소와 버섯을 잘 먹지 않던 아들 녀석은 국이 너무 맛있다며 밥을 국에 척척 말아 먹었습니다. 국이 너무 맛있다며 행복하게 식사를 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아마 저는 몇 달 내에 또 바라지장을 신청해 문경이나 지리산으로 내려가게 될 것 같습니다.
새벽 예불은 언제나 제 가슴을 떨리게 하고, 저희 가족, 아니 제 자신을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는 걸 이번 바라지장을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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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2개
  •  향명 2019/06/17 18:00
    담담하게 플어주신 이야기, 감동입니다.
  •  이진용 2019/06/17 00:43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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