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수련원 이야기]


문경에서
마음의 피로를 풀다



윤은지 ‘깨달음의 장’ 1383차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 직장 상사의 폭언과 짜증을 받아내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저 사람 이 나를 괴롭힌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일체가 내 생각이 지어내는 것이라 되뇌지만 사로잡힌 생각은 떨쳐지지 않고 점차 괴로움이 증폭됩니다. 그런 제 자신이 마치 극을 향해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진을 하며 상대를 이해해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회사에 가면 또 괴롭고 힘든 나날이 반복되었습니다.

바쁘던 회사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모처럼 쉴 수 있는 휴일이 예정 되었습니다. 잠을 푹~자면서 집에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소란스러운 마음부터 좀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문경 1박 2일 주말 바라지를 신청했습니다.

당일 아침에는 가기 싫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육체의 피로보다 마음의 피로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문경 풍경을 마주하니 고향에 온 듯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이번에 맡은 소임은 ‘일상에서 깨어있기’ 수련의 내부 안내였습니다. 수련생들이 수련 접수를 할 수 있도록 돕거나 공양, 청소방법 안내 등을 하는 간단한 소임으로, 법문도 듣고 수련생들 가까이에서 함께 배우며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롭게 소임을 하면서도 제 마음 속 업식은 오르락내리락 분별하느라 바빴습니다. 일찍 도착한 수련생 분들은 자기 또한 수련생임에도 마음을 내어 접수를 도와주었는데, 저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는커녕 바쁘더라도 혼자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효율적인 방식을 제안하는 도반님에게는 내가 들은 기준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욕심내고 고집 피우며 살아가고 있으니 힘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뒷정리하는 시간에는 제 나름 궂은일이라 분별하는 해우소 청소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나부터 꺼려지는 일이니 안내를 하기도 망설여졌습니다. 싫은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내색을 하면 상대도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솔선수범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안내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청소 도구를 찾아와 먼지를 쓸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수련생들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당연히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측은 내 생각일 뿐이라는 것, 내가 많이 움츠려 있다는 것, 언제 어디서나 걸림이 없는 행복한 마음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문경에서 지내며 정진하고 소임을 맡다 보니 들떠 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니 이제야 제 상태가 돌아봐집니다. 요즘 내 마음에는 때가 잔뜩 묻어 있었고 그래서 무겁고 지쳤었다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한 면만을 보고 상대를 판단하려는 어리석음이 꿈틀댔다는 것, 소임을 하면서는 단순한 일에도 애쓰며 집착하는 내 모습을 통해 회사에서도 이렇게 악착같이 지낸다는 걸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나를 알아주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누그러졌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몰아붙였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미안했습니다. 수행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봉사하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에 감사합니다. 평화로운 마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또 넘어지고 물들고 반복할 것을 알지만, 그때도 또 이렇게 알아차리면 될 테니 두렵지 않습니다. 직장 상사와의 힘들었던 관계도 넘어지고 일어나는 연습으로 삼아 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정토회 소식을  '월간정토'로 매달 받아보세요.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거나, 욕설, 비방, 광고, 도배하는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CD 댓글등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내 인생 최고의 선택, 백일출가
이전글 수보리,법을 청하다

정토회
패밀리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