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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들의 출가 이야기]

후식과의 사투, 
남을 돌보는 마음으로의 한 걸음


조혜진 백일출가 34기



놓치고 싶지 않은, 먹는 일의 즐거움

하루 세 끼를 뭘 먹을까 진중하게 고민하고 그때그때 마음에 끌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백일 동안의 출가 생활은 고난과 역경의 시작이었다. 잘게 잘라진 맘모스빵을 앞에 두고 공양주님이 “오늘 빵은 한 조각씩입니다”라고 말할 때 큰 상실감을 느꼈고, ‘아, 나눠 먹기 너무 싫다. 내가 전부 다 먹고 싶다’하는 마음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원 없이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불만스럽고, 남이 많이 먹으면 내가 먹을 양이 줄어든다는 위기감과 함께, 후식에 대한 갈망이 하루하루 쌓여갔다.

후식으로 인한 방황과 고민

6월의 어느 더운 날, 몸이 매우 지친 상태로 두북에서 문경으로 돌아와‘ 후식이 날 살려줄 거야’하는 기대로 점심 공양을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후식은 나오지 않았다. 절망스러웠다. 여지껏 후식이 나오지 않았던 날이 없었는데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양주님을 찾아가서“오늘 왜 후식 안 나왔어요?” 여쭈어보니, “후식을 낼 여건이 안됐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 말 한마디로 상황이 정리되었다. 날이 갈수록 나의 무의식 속에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 빵, 햄버거, 스파게티 등이 날아다녔다. 처음 백일출가를 올 때는 나의 업식을 마주하고자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도 먹을 것에 끄달리는가’ 홀로 괴로워하며 방황했다.

후식으로 한집착 놓는 연습

80일이 될 무렵,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법사님께 여쭸다. “후식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저를 보는 것이 괴로워요”하니 법사님께서는“그럼 밥을 많이 먹어봐”하셨다. 원래 밥을 많이 먹지 않던 나는 점심 공양 때 발우에 밥을 한가득 퍼보았다. 그랬더니 웬걸, 후식 생각이 싹 달아났다. 정말 신기했다. ‘어? 이게 뭐지? 밥을 많이 뜨기만 해도 후식 생각이 안 나네?’그렇게 순식간에 내 욕구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일은 처음이었다. 정말 밥을 배불리 먹고 나니 후식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느낌이었다. 이 현상이 너무나 신기해서 며칠 동안을 반복해서 밥을 배불리 먹다보니 일주일이 될 무렵 자연스럽게 후식을 먹는 양이 줄어들었고,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다는 생각에 예전처럼 화가 나지 않았다. 

  더 나아가‘일체의 장’을 하면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나의 욕구,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배웠고, 내 안에는 정말 많은 욕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 마음속의 기대를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니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34기 백일출가 경주 순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글쓴이)

욕심 많은 나에게 붙여진 별칭 ‘아귀 혜진’

백일 마치기를 얼마 안 남기고 두북에서 회향 수련을 하는 동안 도반들은 나에게 애기처럼 너무 받으려고만 하고 덕 보려고만 한다며 ‘아귀 혜진’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아귀는 좀 징그러운 괴물을 연상시켜서 처음엔 마음이 조금 뜨끔했는데,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고 받는 것에만 익숙한지, 또 남의 등에 업혀 얼마나 덕 보려고 하는지가 아주 크게 자각되어 그 별칭에 감사했다. 남을 잘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도 막상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잘 몰랐었나 보다. 어느 순간 도반들의 눈에 비춰진 나의 모습을 보고,‘ 아, 주려고 해야겠구나. 내가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남을 잘 돌보아주는 마음을 내야겠구나. 그러려면 의지처를 남에게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야겠다. 내가 오로지 나만을 의지해야 남에게 줄 수 있겠다’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곳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디를 가서 이런 깨달음의 지표를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그날 밤 감사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처음 느낀, 내려놓는 것의 기쁨

다음 날 아침, 후식으로 복숭아가 나왔는데 조금 남았으니 더 먹으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나는 더 집지 않았다. 그러곤 자리에 앉아서 우리 34기 도반들이 복숭아를 먹는 모습을 찬찬히 바라봤다. ‘정말 맛있게 드시는구나. 지금 도반님들의 마음은 행복하고 기쁘겠구나. 내가 적게 먹으면 도반들이 저렇게 행복하게 먹을 수 있구나’하는 순간, 마음에 감동이 찡하게 느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여태까지의 나는 정해진 일정량의 후식을 두고 남들이 많이 먹으면 내 것이 줄어든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내 것 챙기기 급급했는데, 내 욕구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기쁨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지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나는 조용히 내게 주어진 감동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 그 뒤로 공양 시간마다 후식에 대한 나의 욕구를 바라보며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 이후로 나의 몸과 심장은 여전히 달짝지근한 음식에 반응하지만, 평생토록 벗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이 뿌리 깊은 업식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어 감사

백일 동안 이곳에서 많은 분들의 배려와 이해 속에 살면서 나의 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정성껏 담아 날마다 500배를 하다 보니 나는 정말 천하만물의 사랑을 받았음을 느꼈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랑이 아닌 것이 없었다.

  자연이 주는 온전한 사랑, 그리고 백일 동안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나의 모습을 수용하고 같이 살아주고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준 백일출가 34기 도반들께 감사하다. 힘든 과정 속에서 오로지 우리를 배려하고 이해해준 반장님과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하다. 이 외에 부처님 법을 몸으로, 또 마음으로 깊이 체득할 수 있게 해주신 여러 법사님들, 우리가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항상 많은 배려해주신 문경의 대중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는 보살심으로 살아가는 도반이 되고 싶다.


▶ 지도법사님과 탑곡에서의 단체 사진(둘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글쓴이)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11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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