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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JTS활동가와 마을 주민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함께 희망을 일구고 있습니다.

JTS활동가가 전하는 민다나오의 마을 자립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 쿠야 제시!
-제시 아저씨(필리핀 JTS 활동가)에게

▶ 마라막 교육청에서(맨 왼쪽이 제시 아저씨, 세 번째가 글쓴이) 

 

박은혜행자대학원 13기 박은혜

  필리핀에서 돌아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 여기는 지금 장마가 시작되어 필리핀의 우기가 생각나네요. 오늘은 1년 동안 필리핀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나 생각해봤어요. 그랬더니 제시 아저씨와의 마지막 만남이 떠올랐어요. 귀국 직전에, 마침 필리핀 현지 봉사자 연수로 JTS 민다나오 센터를 방문한 아저씨에게 저는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느꼈던 저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었죠. “은혜 씨는 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서 좋은 마을조직사업가로 자질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라고 말씀하시고는 단점도 이야기 해달라고 재차 부탁해도 끝내 말씀을 안 하셨어요.

  저도 아저씨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아저씨는 정말 어른인 거 같아요”라고 말하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동안 함께했던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그랬나 봅니다. 어떤 문제든 항상 함께 고민해주고 한국보다 일 처리가 늦는 필리핀 문화에 대한 불평불만도 묵묵히 들어주셨죠. 마을 방문 스케줄을 이리저리 바꾸어도 한 번도 힘든 내색 하신 적이 없던 것도 참 감사했어요.

  아저씨를 이야기로만 듣다가 처음 만난 게 작년 연말이었어요. 다물록 마카파리 기숙사 공사현장을 방문할 때였죠. 그 이후로 제가 다물록 학교 보수사업을 맡게 되면서 아저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죠. 처음엔 그동안 필리핀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많이 물었어요. 필리핀 사람들은 왜 짜증을 안 내죠? NPA(필리핀 공산주의 반군단체)를 만나본 적 있으세요? 저 나무 이름이 뭐예요? 등등. 아저씨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며 필리핀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함께 다녔던 뜨거운 다물록 길도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마라막 군청에서의 일이에요. 그때 우리는 학교 건축과 관련된 중요한 회의에 참석했고, 저는 회의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눈물을 훔치며 회의장을 빠져나왔어요. 평소 편하게 지냈던 군청 직원이 따라 나오며 저에게 물어봤어요.

“괜찮아요?”

  저는 그만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안 괜찮아요! 저는 화났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했죠. 그때 옆에 있던 아저씨가 바로“아니에요. 은혜 씨는 화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제가 화를 냈다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 수습을 했었죠.

  필리핀에 파견되어 단단히 교육받은 것 중 하나가 화내지 말라는 거였어요.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달리, 감정이 상할 때 표현을 잘 안 하고 쌓아두는 습관이 있어서 오히려 정말 화가 나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나라이고, 거의 매일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 소식이 올라오고 있어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인데 제가 큰 실수를 한 거예요.


▶ 마라막 시장님과의 회의(왼쪽에서 두 번째가 제시 아저씨, 세 번째가 글쓴이)

  저는 호불호가 강하고 감정 표현에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어서 마음나누기를 할 때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거침없이 말해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 제가 저는 참 자연스럽고 편했어요. 좀 불편한 순간은 그때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JTS를 대표해서 참석한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제 행동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이었고, 이 경험을 통해 저의 화내는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백일출가부터 지금까지 도반들은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시원시원한 건 좋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서 말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3년 동안 고칠 생각이 없었던 거죠. 아니에요! 아주 없지는 않았을 거예요. 고치고 싶은 순간보다 편하게 말하고 싶은 습관대로 살았던 순간이 더 많았던 거죠. 그동안 이런 저를 이해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행자대학원도 이제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번 학기 목표는 한 템포 쉬어 가며 말하기예요. 하고 싶은 말을 누구나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물론 또 시행착오를 겪겠지요.
  제시 아저씨!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살라맛 카요!(정말 감사해요!)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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