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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의 장 바라지장 소감문]


내 마음이 변하니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설은진 깨달음의장 1742차

  남편에 대한 마음이 미웠다 괜찮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미운 것만 남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바라지장을 신청했다. 경전반을 다니며 남편에게 보살심을 내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매주 하는 경전 공부는 머리로만 아는 지식에 지나지 않았고, 남편의 존재가 나를 불행하게 만드니 이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끝없는 괴로움에 명상수련을 다녀오고 그래도 해소되지 않아 바라지장과 그다음 달 나눔의장까지 접수한 상태였다. 법문은 귀로 듣고 머리로 알 뿐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고, 아침 정진은 하다 말다를 반복하는 상태였다.

모든 순간이 깨달음이다

  바라지장에 온 나는 각자 소임에 따라해야 할 말만 하며 공양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다시 사용하기 위해 그릇을 두면 도반이 설거지를 해버렸다. 또 설거지 때 하나씩 하는 것보다 모아서 하려고 싱크대에 두고 돌아서면 몇 개 없던 그릇이 씻어져 있었다. 나는 내 나름의 생각대로 일을 하고, 상대는 상대의 생각대로 일을 한 것이다.

  ‘역시 생각은 다양하구나. 나하고 일하는 방식이 다를 뿐 상대는 좋은 의도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참 이상했다. 일상에서는 내 뜻과 다르면 분별이 일어나고 이내 불편한 마음이 화로 표출되는데, 여기서는 왜 불편하지 않을까? 불법을 바탕으로 만난 도반이라 무엇을 해도 선의라고 생각하는 신뢰가 있었던 것일까? 몇 해를 나와 지낸 남편에게는 무엇 하나 내 뜻과 다르면 생각이 없다, 답답하다며 비난하였는데 그날 처음 본 도반에게는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남편을 신뢰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 7. 25~7. 29 바라지장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네 번째가 글쓴이)

괴로움의 근원을 찾다

  법사님께“제 감정을 잘 모르겠습니다. 기쁨 행복 등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라고 질문을 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면 좋다, 싫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 일로 인해 행복하다거나 즐겁다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고 다만 일이기에 할 뿐이었다. 내 질문에 법사님은“결혼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하고 물어보셨다.

  내가 결혼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계속 부딪혔다. 그래서 어릴 때는 매일 울다 잠이 들었고, 성인이 된 후로도 아버지의 무게에 짓눌려 아버지 연령대의 남성만 봐도 주눅이 들었다. 집에서도 아버지와의 마찰로 편할 날이 없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독립하겠다 말씀드리니 아버지는“결혼 외에는 절대 안 된다”하셨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결혼이었다.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결혼. 그래서 난 결혼할 때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이제 아버지로부터 벗어난다,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뿐이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으신 법사님은 ‘자기 결정에 대한 부정’이 괴로움의 원인이라 하셨다. 괴로움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정 위에 지어진 성이었기에 기쁠 일도, 행복할 일도 없이 무기력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법사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현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편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남편을 신뢰하지 못하니 남편도 나를 불신하게 되고, 나는 나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화내며 괴로워했다.

  내 결혼 생활의 잘못 끼운 첫 단추는 남편이 아닌 나였다.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과거와 남편 탓만 하느라 괴로움에 빠져 행복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행복은 내가 인연 따라 사랑하며 사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사랑하고 감사하는마음으로 살아야지’하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라고 할 것이 없다

  요즘 나를 사랑하듯 남편을 사랑하고 온 만물을 사랑하니‘나다, 너다’할 것이 없음을 느낀다.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니 들에 핀 풀 한 포기, 기어다니는 벌레, 들고 나는 숨, 나아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세상에 어느 것 하나 미운 것이 없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세상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변하니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여전히 툴툴대는 남편이지만 원망스럽지 않고,‘ 예쁜 화초인데 내가 물을 안 줬더니 이리 메말랐구나’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 나와 인연 지어진 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바라지 기간 동안 이끌어주신 법사님은 물론이고 바라지를 바라지해주신 팀장님, 많은 조언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도반들, 행동 하나하나 나를 돌아보게 해준 상주 대중들 모두가 스승이었다. 이번에 바라지장을 간 이유는 나의 괴로움을 덜기 위해서였지만 다음번엔 이 감사함을 회향하는 마음으로 가려 한다. 이렇게 늘 회향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삶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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