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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련 소감문]

내 안에 고요, 자유, 평화가 깃들다



정희주 197차 명상수련 참가자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상수련!

  최근 명상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나름 명상을 하고는 있는데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명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경계를 잡고 싶어서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명상수련을 다녀왔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편안하게, 한가하게 호흡이랑 놀아라.”

  처음 들어오자마자 법륜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들뜨지 말라고 하셨지만 정말 기뻐서 내 마음은 들뜨다 못해 날뛰었다. 늦깎이로 들어간 대학원과 실습, 일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느라 생활 자체가 바쁜 데다 정토회의 수많은 행사와 수련에서는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일을, 그것도 깨어 있는 상태로 해야 했다. 게다가 명상수련은 깨달음의장, 나눔의장에 이어 많이 힘들다는 얘기까지 듣고 온 터라, 시체놀이나 하다가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문경수련원에 내려왔다.

  그런데 법륜스님께서, 한 사람이 한 생애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몇 곱절을 하고 계신 우리의 법륜스님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 하신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내게 아무것도 요구되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정말 까마득했다. 어릴 적 뛰어놀던 때가 떠오르며 다시 천진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하지만 늘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나에게 가만히 있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그럴 때마다 조급하거나 불안해졌다. 기록조차 할 수 없으니 같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온갖 망상들이 친구 하자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코끝의 숨결을 느껴보려 애썼다. 애쓰지 않는 것을 배우러 와서는 여전히 애쓰고 있었다.


▲인도 성지순례 중 도반들과(왼쪽 두 번째가 글쓴이)

  몸에게 항복 받는다. 몸의 통증은 오고 갈 뿐이다. 마음에게도 항복 받는다. 느낌도, 생각도 오고 갈 따름이다. 그렇게 무상을 몸으로 체화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하셨다. 그 어떤 것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말고, 다만 알아차리고 가만히 지켜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오는 것은 오는 대로, 가는 것은 가는 대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고 하셨다. 

가만히 있음으로 해서 몸을 쉬게 하고, 생각을 흘려보냄으로써 머리를 쉬게 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것이 ‘진정한 쉼’이라고 하셨다. 아주 오랜만에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두고 온 많은 것과 해야 할 많은 것에서 내가 점차 놓여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면서 ‘쉼’을 체득해 갔다.

  할 것이 없으니 잘할 것도 없다. 아주 오랫동안 많은 것을 잘하려 애써왔는데, 여기서는 존재하는 것 이외에는 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존재함은 이미 하는 것이니 애쓸 것이 없다. 존재함은 애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제야 바쁘게 살아가느라 살피지 못한 많은 것, 하지 못한 많은 것이 떠올랐다. 나를 소외시키면서 살아온 나의 삶이 아이러니로 다가왔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움켜잡으려고, 잡은 것을 놓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 왔구나. 업식에 날뛰고 욕심에 헐떡이면서 살아왔구나. 경험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경험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면 잘못될 일도 그르칠 일도 없으니 어떤 것도 겁낼 필요가 없는거구나. 그저 나답게, 담담하게, 아니 담대하게 살아가도 되는 거구나.

  왠지 모르게 내가 산처럼 굳건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심심하고 지루했는데, 호흡이랑 노는 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몸의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통증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며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열심히 들어준다. 올라오는 감정들도 기꺼이 환대하고 머무를 만큼 머무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준다.

  그러는 와중에 아주 어렴풋이 내 숨결이 느껴진다. 내 숨결이 정말 얕다. 아주 여리고 약하게 느껴져서 너무 놀랐다. 입김 한 번에 꺼질 것만 같았다. 이 여린 호흡으로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그토록 빠르게 해왔던 거라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넌 어찌 버티고 있는 거니?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눈물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알 수없는 따뜻함과 보드라움이 나를 감싸고 자비로움이 나를 뒤덮으면서 내가 참 소중하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소중한 너를 그토록 함부로 대했구나. 이렇게 열심히 애써온 너를 한 번도 제대로 봐 주지 않았구나.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이제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이것저것 요구하거나, 더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채찍질하거나, 인정받겠다고 욕심부리지도 않고, 업식에 동해서 날뛰지도 않을게. 미안하고 사랑해. 그렇게 나에게 속삭인다.

  여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감옥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들어왔다는 것만 빼고는, 마음대로 먹지도, 마음대로 자지도, 마음대로 쉬지도,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다. 천국과 지옥은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여기와 저기, 안과 밖, 나와 너, 소란과 침묵, 있음과 없음. 그 모든 것이 경계가 없는 거였다. 내 마음이 그어놓은 것일 뿐이었구나. 내 삶을 떠나서 다른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결국 여기나 저기나 매한가지인 거구나. 내가 있는 여기가 내 자리구나. 여기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구나. 가슴속에서 턱 무언가가 내려앉으면서 앉아 있는 자리가 편안해진다.

  수많은 사람이 묵언한 경험이 정말 좋다. 서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를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이 무시가 아닌, 그들을 돕는 것이고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게 정말 편안하게 다가왔다. 함께 있되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 한참 수련 중일 때는 그 많은 사람의 숨소리 이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때의 그 고요함과 조화로움이 좋았고, 거기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을 경험한 것에 정말 감사한다.

  명상을 하는 4박 5일, 그렇게 내 안에 고요, 자유, 평화가 깃들었다. 명상수련 동안 경험한 모든 것과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체험의 장을 만들어주신 바라지 분들, 돕는 이 분들, 법사님, 법륜스님 그리고 함께 해주신 도반님들께 감사드린다.

“지금 여기, 숨을 쉬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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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3개
  •  김혜숙 2018/09/29 22:37
    너무좋은 명상후기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종 2018/09/23 07:28
    희주누나 글 정말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맑은혜안보명 2018/09/19 20:45
    보살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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