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JTS 소식 - 인도] 인도 둥게스와리에서는 JTS 활동가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문맹 퇴치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정토행자와 둥게스와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더위가 데려온 손님

김윤미 인도 JTS 학교파트 활동가


▶석양이 지는 오후 6시. 수은주가 여전히 40℃ 위에 걸려있다.

수백 개의 작은 화살을 살갗에 꽂아대는 듯 강한 볕 
  도량석 소리에 눈을 뜬 새벽 4시. 방 안의 수은주는 31℃를 가리킨다. 땀으로 축축한 침대에서 나올 때 몸도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처진다. 한낮 온도는 42℃까지 올라가니 50℃까지는 아직 8℃가 남았다. 요 며칠, 잠시 시원한 기운을 지닌 바람이 불어 새벽 108배를 마치고 흘러내리는 땀을 목덜미에서 식히고, 바람에 간질거리는 솜털을 즐기며 명상할 수 있었는가 하면, 저녁엔 뒤척이지 않고 수월히 꿈나라의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부는 바람은 어느새 갑자기 거센 먼지 폭풍으로 돌변하여 온 천지 사방을 삽시간에 먼지로 덮어버리기 일쑤다. 지난번엔 100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빨아 널은 매트를 모두 떨어뜨리고 매트 빨기 울력을 ‘도로 아미타불’로 만드는가 하면, 점심시간에 밥 위에 흙먼지를 덮어버려 아이들을 굶게 만든 적도있다. 또,‘ 루’라고불리는 열풍도 자주 부는데, 거대한 헤어드라이어를 최고 속도로 틀어댄 듯이 고약하다.

  아직 방학 전이니 일도 하고, 시장도 보러 가야 한다. 시장을 보러 갈 때면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볕이 수백 개의 작은 화살을 살갗에 꽂아대는 듯하다. 먼지 바람에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마스크에 덮인 뺨은 빠르게 익어가고, 달궈진 입김에 숨이 턱턱 막혀 숨쉬기가 불편하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으면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는 헤어드라이어를 코에 붙이고 있는 것 같으니 이렇다 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 시기는 바깥에서 하는 일이 많은 건축부의 스태프들에게도 힘든 시기다. 2주 전, 건축부에 배치된 행자님 한 분은 감기몸살 증세로 이틀간 앓아눕더니 갑자기 열이 치솟아 그 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덜덜 떨어대며 헛소리를 해대서 다급히 외부 병원으로 옮겨졌다. 열악한 의료 환경의 병원 몇 곳을 전전하다가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끔찍한 소동이 벌어졌다. 지금이야 이 몇 줄로 이야기하고 말지만, 사건 당일에는 정말 많이 놀란 데다가, 초상 치르는 줄 알고 너무나 무서웠다. 행자님이 퇴원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 스태프 중 하나가 눈앞에서 쓰러져 또다시 급히 병원으로 옮겨지니 그와 함께 우리 마음도 가라앉아 버렸다.


▶학교 담당자(인드라짓)와 유치원 담당자(아짓지)와 미팅 후(가운데가 글쓴이)

  나 또한 기운이 떨어져 아침엔 얼굴이 붓고, 피곤을 달고 산다. 설사가 한번 지나가고, 심하지는 않지만 온몸 구석구석 숨어 있던 지병이 일제히 튀어나와 아우성이다. 세 번째 만나는 인도의 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것 같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쑥쑥 그 키를 키우고, 수도꼭지를 열면 손이 델 정도의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뜨거운 먼지 바람이 악마 같은 얼굴을 드러내고, 더위로 열병을 얻은 가난한 이웃들이 좀비처럼 지바카 병원을 찾아온다.

더위가 데려온 손님 ‘짜증’
  하지만 더위가 데려온 가장 골치 아픈 손님은 뭐니 뭐니 해도 짜증이다. 더위에 몸이 처지고 둔해지듯 마음도 둔해지면 좋으련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고 뾰족하다. 누군가의 작은 가시 같은 한마디를 0.00…001초 만에 잡아내 더 뾰족하고 더 강력한 대못으로 되쏘아 준다.

  상대 또한 더위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짜증이었을 텐데 되로 받아 말로 줘버린다. 문제는 더위에 나만 짜증 나는 상황이 아니라 상대 또한 마찬가지여서 뱉은 말은 더 크게 불어 열 말 스무 말로 변해버리기 십상이다. 불쾌지수가 매일 최고치니 서로 안 부딪치는 게 상책이련만 한 공간에 살고, 매일같이 일을 하는 상황이니 피할 데가 없다. 짜증은 모두 내 업식이 발동해서라는데, 평소 친했던 업식뿐만 아니라 자주 보지 못했던 불량한 업식까지 반갑게(?) 얼굴을 내비친다. 더위와 함께 내 업식이 모두 기어 나와 파티를 한다.

  찌푸린 얼굴에 뭘 물어도 시원스레 대답하지 않는 도반에게 짜증이 나고, 지각하는 학생들에게 짜증이 나고, 맵고 짜게 나온 점심에 짜증이 나고, 시끄러운 새소리에 짜증이 나고, 쌓여있는 일거리에 짜증이 나고, 이거 달라 저거 달라 귀찮게 하는 스태프에게 짜증이 난다.

  며칠 전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나보다 더 짜증이 나 있는 도반과 한바탕 붙었다. 인도 스태프들과 부처님오신날(현지에서는 4월 30일) 행사 준비에 관해 나눈 이야기에 대해 잘못된 의견을 주었다며 모르면 가만있으라고 하는 말을 듣자마자, 도사리고 있던 짜증과 화가 척추를 타고 전속력으로 정수리까지 뻗쳐 나가 머리 뚜껑을 열어버렸다.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 도반을 찾아가 억지로 말을 시키고, 도망가는 것을 붙잡아 앉히고, 다시 도망가는 것을 쫓아가 끈질기게 물어댔지만, 결국 뚫을 수 없는 두꺼운 벽을 만나면서 나의 KO패가 되어버렸다. 


▶도반과 함께. 어제는 싸우고 오늘은 웃는다.

그 벽 앞에서 논리는 무너져 내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없고, 일 많고 예민한 도반의 상황을 배려 못했다는 자책감, 도반을 완력으로 붙잡아 앉히고 끝까지 쫓아다니며 이야기하려 했던 내 집요한 폭력성을 마주한 것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에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 도반이 미웠다. 내 업식과 그의 업식에 기름을 부어 활활 불타오르게 하는 이 더위가 미웠다.

나는 나의 짜증을 살피며 살 수 있다

  밤새 씩씩거리다가 새벽기도 시간 읊어대는 경전에 잠시 되돌아봐졌다. 아, 나의 화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구나. 그리고 다시 되돌려 생각해봤다. 억울하고 분하기만 했던 마음 한구석에 그가 그렇게 볼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작은 이해의 마음이 싹텄다. ‘이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오고 있음을 외면하고 있구나. 나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 나를 괴롭히고 ‘내가 옳다’라는 개미지옥에 빠져 두루 보고 있지를 못하고 있구나.’

  솔솔 불어오는 새벽바람에 참회의 마음이 올라왔다. 나 자신을 괴롭힌 스스로에게 참회하고, 상처받았던 내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이 멀리까지 와서 짜증 내며 괴롭고 불행히 산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이곳에 사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보내주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힘이 생겼다. ‘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짜증을 살피며 잘 살 수 있고, 다른 이의 짜증도 품을 수 있다. 나는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밝고 당당한 마음이 올라왔다.


▶날씨가 더워지면 법당 안에서 예불하는 게 어려워서 법당 문 앞에서 예불을 한다.

  환한 마음으로 참회의 기도를 끝내고 내려오는데, 그 도반의 얼굴을 보니 이런! 다시 미움이 올라온다. 업식이 두텁긴 두텁구나. 하하하.

괴로우면 수행자가 아니란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짜증이 나고 괴롭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맨날 시원한 바람만 불지 않는 날씨처럼 어느 날은 먼지 폭풍이 일고, 어느 날은 열풍이 불겠지. 하지만 고약한 바람도 언젠가 멈추고 다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나도 이렇게 고약한 짜증이 올라오면 나를 돌아보고 다시 평온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돌아볼 수 있는 부처님의 법을 알아 얼마나 다행인가.

  더위가 데려온 손님. 지금 보니 불청객이 아니라 참자유를 향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단련시켜주는 귀한 VIP다. 그렇게 보니 앞으로 한참 남은 여름이 별로 두렵지 않고 기대가 된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 여름, 제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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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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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5개
  •  mhan 2018/08/20 02:17
    열약한 환경에서, 올라오는 마음을 놓고 또 놓고 돌리는 수행의 끈을 놓치 않는 그 용맹심, 당신은 참다은 수행자. 두손 합장하며 찬사의 마음 보냅니다.
  •  ^^^^ 2018/08/18 16:30
    고생이 정말 많으시네요ㅠ인도더위 정말 장난아니군요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져가고ㅠㅠ올해 한국도 40도가까이라,중증심장병환자에겐
    고비가 많이 있었는데요ㅠ에어컨설치는 안되시나요?ㅠㅠ체력과의
    싸움이겠습니다ㅠ넘안타깝네요ㅠ곳곳 에어컨도 되어있고,주민들을위해서도
    쉼터같은 시원한공간이마련되어야 하는거 아닌가싶은데,현지여건을 모르겠네요ㅠ
  •  김혜경 2018/08/17 13:47
    녜 공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  전의숙 2018/08/17 06:52
    무더위에 정말 수고 많으세요...힘내세요...
  •  김영호 2018/08/16 00:31
    정말 잘 읽었습니다. 불쾌지수가 높으실텐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남일 같지 않은 마음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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