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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 불교대학 이야기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안은정 | 서울 노원법당

  지난 2월 경전반 졸업식을 마치고 눈부신 봄날, 경전반 학생에서 불교대학 운영을 하는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학생일 때 받았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도반의 노고를 이제는 불교대학 운영을 지원하는 봉사자가 되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향하고자 합니다.

정토회와 만남
  돌이켜보면 과거의 기억에 얽매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못해 괴로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괴롭고 부끄러워 자신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리했습니다. 남편과도 언제 끝낼까 날짜만 세고 있을 때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종교에 관심 없고 타인도 믿지 않던 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남편의 권유로 깨달음의장에 다녀왔습니다. 남편과의 이별이냐, 다시 마음 다잡은 출발이냐, 갈림길에서 갔던 깨달음의장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깨달음의장이 아니었다면 불법과 인연 맺기까지 오랫동안 헤맸을 테니까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혼이 목표였던 결혼생활
  불법의 인연이 닿기 전, 남편과 의견 충돌이 많았고 자주 다투어 불안한 가정이었습니다. 외로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했는데 오히려 그 결혼생활이 더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크게 다투고 나면 후회되고 헤어지려 마음먹었다가도 감정이 가라앉으면 다시 살아보자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이혼한 부모님이 싫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데 내가 사는 모습이 더 엉망진창인것 같아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결혼생활의 목표가 이혼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천일결사 모둠원들과(오른쪽이 글쓴이)

  결혼생활 내내 이혼을 염두에 두고 살았던 나의 말과 행동이 부부 관계를 극단으로 치닫게 했습니다. 내 기분이 좋으면 잘해줬다가 기분이 상하면 함부로 대했습니다. 상대방이 받을 상처는 생각하지 않고 내 화를 푸는 데 심취해 소리치고 화내고 욕도 했습니다. 삶이 힘들다고 몸부림치는 남편을 향해 오히려 내가 더 불행하고 불쌍하다며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길 바랐습니다. 늘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에 결혼생활을 당장 때려 치우면 어딘가 행복하게 해줄 멋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무지를 깨운 부처님 법
  오랫동안 실체도 없는 괴로움에 시달려 답이 없다고 단념하고 있을 때 만난 부처님 법은 나를 단박에 깨뜨려 주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니면서 그동안 내가 괴로워했던 이유가 바로 내 업식의 굴레 때문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업식을 알고 나서야 그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수행자가 되기로 발심할 수 있었습니다. 정진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나를 내려놓고 솔직해졌습니다.

  ‘아!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구나. 나 혼자만 외톨이라고 느끼는 것이 습관이었구나.’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남편이 아닌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업식의 뿌리는 끝이 없습니다. 정진하면 업식이 사라진 듯하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고 튀어나옵니다.

  업식은 대물림 된다는 것을 요즘 체험하고 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기분 좋을 때와 기분 상할 때가 예전의 내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이가 내뱉는 칼날 같은 말 속에 심장이 찢어집니다. 마음이 차분한 날은 아이를 이해하지만, 내 마음이 들떠 있는 날은 아이와 부딪쳐 마치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 이것이 과보로구나. 내 기분대로 행동했던 습들이 아이에게 이렇게 스며들었구나. 내가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자라나고 있었구나.’깊은 참회가 되었습니다.


▲경전반 도반들과 문경 특강수련에서 (왼쪽 세 번째가 글쓴이) 

업식과 줄다리기
  정토회 활동을 하며 도반들과 가까워지고 봉사도 늘어나면서 내 모습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사소한 이유와 혼자만의 오해로 상대방을 미워하는 내 행동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마음의 절반이 해결됩니다. 그리고 불편한 도반을 애써 회피하지 않고 바라보니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내 마음만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나로 인해 괴롭고 힘들었겠구나.’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니 어색했던 사이가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정토회 일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면 지치기도 하지만 맡은 소임을 끝내고 나면 내 한계를 한 단계 넘어선 것 같아 보람되고 뿌듯합니다. 이 마음은 곧 자신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그동안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타인 또한 신뢰하지 못해서 매사에 꼬투리 잡던 업식이 봉사를 통해 조금씩 극복되어 기쁩니다. 수행∙정진과 보시∙봉사를 통해 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키우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진득하니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할 줄 모르는 업식이 그동안은 인연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기 위해 업식을 극복해가는 하루하루가 재미있습니다. 정토행자로서 부지런히 법문 듣고 나누기하고 봉사하고 정진하면서 내 삶을 가꿔가고 있습니다. 물론 툭툭 올라오는 업식과의 줄다리기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알아차리고 놓치기를 반복하지만 그것도 수행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도반들과 죽림정사 사찰순례에서(왼쪽 첫 번째가 글쓴이)

  불교대학생으로 봉사할 때와 졸업 후 봉사하면서 마음과 자세가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학생 때는 봉사를 해도 온전히 내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물러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을 마치고 나니 현재 맡은 서울∙제주지부 불교대학 담당과 시스템팀장이라는 소임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내려오는 일에 수동적이었던 반면, 졸업하고 나니 자발적인 마음가짐으로 봉사에 임하게 됩니다. 내 일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온전히 내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봉사는 일이 아닌 수행으로 다가옵니다.

  봉사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하는지도 살피게 됩니다. 서로 의견이 달라 의견충돌이 생기는 순간 상대방을 탓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이내 내가 짓는 모양임을 압니다. 회의 및 불교대학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전체를 보고 나 자신도 보는 연습이 저절로 됩니다. 갈등 속에서 내 마음을 살피며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합니다. 이를 통해 내가 괴로워했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갑니다. 항상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바라던 마음이 외로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누군가 먼저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기대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발적인 마음을 내니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합니다.

  너무나 미워서 내 인생의 가장 큰 적이라 여기던 남편이 이제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었습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에 남편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하며 초발심으로 수행∙정진하며 살겠습니다.

  봉사는 일이 아니라 마음공부 할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기는 순간, 상대방의 마음도 챙겨보게 됩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며 학생들의 입장이 되어 학사 일정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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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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