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법성게>는 신라의 고승인 의상 조사께서 <화엄경>을 요약해서 쓰신 글로, 7자로 된 30구절, 총 210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 중에서도 양이 가장 방대하고 내용이 깊다 하는 <대방광불화엄경>을 축약해서 그 진수를 뽑은 글입니다. <월간정토>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의 법문으로 <법성게>를 연재합니다.

중생에서 부처로



법륜스님 본지 발행인

색안경으로 보는 내 남편
  수행자는 자기가 업식의 안경을 끼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본 어떤 것도 내 업식의 안경을 통과한 모습이니까 이 안경을 벗고 세상 보는 연습을 해야겠지요.‘일체가 마음이 지어 만든 것’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처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공부해야겠지요.

  그러니까<법성게>를공부한바로지금, 수행하겠다는마음을내는겁니다.‘ 내 눈에 비친 일체의 모습은 내 업식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고 상황에 적용해 보는 거지요.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보는 순간 화가 벌컥 올라와서‘으익, 저 남자…’이러다가도‘아니야, 내 보기에 늦은 거지, 남편 친구는 필요할 때 함께 술 마셔줘서 남편에게 고맙다고 좋아했겠지’이렇게 마음을 돌려봐요. 그러고는“한잔하시느라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이렇게 말하고는 어떤 효과가 나는지 기다리는 겁니다. 매일 싫은 소리를 해도 마시고 왔었는지라, 처음에는 그 소리를 듣고‘웬일인가?’하면서 더 많이 마시고 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더 마음 편하게 실컷 마시게 해주고, 속 쓰린 걸 풀어주는 해장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는 거예요. 너무 많이 마시면 속 쓰리니까. 이렇게 며칠만 하면 자기 몸을 생각해서라도 남편 스스로가 술을 삼가게 됩니다.

 “하던 일도 멍석 깔면 안 한다”는 속담이 있어요. 내가 싫은 소리 하든 안 하든 간에 남편이 술마시고 밤늦게 귀가하는 상황은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술 마시지 말라는 생각 그 자체를 놓아버리는 겁니다. 내 업식인 줄 알고 그 일체의 생각을 놓으면 내 마음이 편해집니다. 내 마음이 편해지면 가정에서 해야 할 내 역할이 제대로 보입니다. 이렇게 대상에 끄달리는 생각을 놓아버리고 내 공부에 집중하면 내게도 좋고, 가족도 좋아집니다. 이렇듯 내게도 가족에게도 좋아지는 길이 부처님의 길이고, 내게도 가족에게도 나빠지는 길이 어리석은 중생의 길입니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 줍기
  이렇게 다부지게 공부하지 않으면 절에 오래 다녀봐야 소용없습니다. 인생에 뭔가 변화가 와야해요. 이렇게 공부하면 사주팔자에도 구애받지 않고, 죽을 운명이라 해도 명이 길어집니다. 제법의 실상을 꿰뚫어 보고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장애가 될 만한 재앙이란 없습니다. 물놀이하다 파도가 높아 물에 빠지면 이왕 빠진 김에 조개나 줍겠다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괴로움이 될 수 있겠어요?

  남들이‘아이고 저 집, 아이가 시험에 떨어져서 어쩌나, 부도가 나서 어쩌지?’하고 걱정하지만, 공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그 상황이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 배울 것이 아주 많습니다. 땅을 관찰하려면 일부러 허리 굽혀 관찰해야 하는데, 넘어졌으니 그때를 틈타 땅을 관찰하는 겁니다. 닥친 일에서 바로 배우려고 마음을 내면 공부 안되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100일 동안 연습하면서 공부해 가면 그대로 다 법사가 될 수 있어요.

  경을 읽어보면 중생이 깨달아서 부처 되라는 이야기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사람들이 서울 가는 방향을 하도 물으니까, 있는 위치 따라 동쪽이나 서쪽∙북쪽으로 가라 하는 것이지, 결국에는 다 서울가라는 말입니다.‘ 이 사람은 수원에 있으니 북쪽으로 가라했고, 저 사람은 춘천에 있으니까 서쪽으로 가라 했구나!’하고 회통될 만큼 뭔가를 체득해야 합니다. 원효대사는 마신 물이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임을 알고 구역질하는 동안 깨달아버린 겁니다. 그러니까 화를 내거나 죽겠다고 하거나 부도가 나거나 뭔가가 잘못되는 그 순간에 경계에 빠지지 말고 거기서 보배를 건져야 합니다.

  자동차가 팍 부딪힐 때‘아이고, 재수 없어. 조금만 늦게 나왔으면…’하고 생각되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고, 부딪히는 순간‘죽는 거 간단하네. 이렇게 죽는 게 간단한데 내가 잘하면 마누라하고 싸울 일이 없겠구나’이렇게 생각이 돌아가면 그 자동차 사고는 엄청난 공덕이 됩니다. 자동차가 부서졌지만, 그 정도 깨달으면 괜찮지요. 한두 달 입원해도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문제가 되겠어요?

  이렇게 상황에 부딪히는 순간 공부로 전환되어야 힘이 생깁니다. 이렇게 자각되면 추진력도 있고 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번뇌가 많아서 힘이 없고, 욕심이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프고 삶의 방향을 못 잡는 겁니다. 이것을 자각하면 혼자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만 명의 사람이 잠 자고 한 사람만 깨어 있으면, 잠자는 만 명이 잠꼬대하면서 재미있어 해도 깨어 있는 사람은“잠꼬대하지 말라”고 하지, 만 명의 사람에 이끌려 꿈속으로 빠져들지는 않습니다. 이 법의 이치를 알면 사바의 중생 속에 아무리 뒤섞여도 물드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겁날 게 없어요. 

법의 이치를 깨달은 기쁨
  지금 불법이 잘못되고 있다고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절 인연이 아주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과학기술의 발달, 하나의 지구로 되어 가는 경향, 이 모든 것이 부처님 법이 시절 인연을 만나 빛을 볼 시점으로 전환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시절에 불법을 만난 것을 정말로 기뻐하고, 부처님의 제자 됨이 무한히 자랑스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왜 그게 안 되느냐고요? 직접 경험을 안 해보니까 그렇습니다. 법의 이치를 깨닫고 거기에서 기쁨을 맛보는 게 아니라 그저 세속적인 생각으로 사니까 세월이 아무리 가도 법을 만난 기쁨, 부처님 제자 되는 자랑스러움이 없어요. 하지만 100일만이라도 정진을 제대로 하면 됩니다. 100일 만에 내 개인 인생은 끝내버려서 나를 위해서는 아무런 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24시간 이 몸과 생각들이 다 중생을 위해서 저절로 쓰이는 것입니다.

※ 이번 호로 <법성게> 경전강좌를 마치고 3월호부터 <보왕삼매론>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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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서정희 2018/03/02 09:59
    스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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