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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순례 소감문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태풍은 아닐지라도…


조미선서울 중랑법당, 가을불교대학

이렇게만 산다면
  밤 12시, 버스에 몸을 싣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안개를 헤치고 산을 오르다 보니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올랐습니다. 날씨까지 우리를 도와주고 축복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 왔다면 지나쳤을 수많은 불상과 고즈넉한 산길을 걸으며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나무하나, 풀 한 포기도 중하다는 말씀에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만 산다면 참 행복하겠다’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조용히도 움직입니다. 누군가에게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순례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모여서 도시락을 먹은 후에도 쓰레기를 정리해 공간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스님 말씀을 들을 때에도 큰 소리가 울리는 스피커 대신 송수신기 사용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작은 실천에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다짐했습니다. 새벽 버스 안에서도, 쏟아지는 잠에 의자를 젖혔을 때 뒷사람은 웃으며 더 젖혀도 된다고 흔쾌히 마음을 내주고, 남산을 오를 때에도 체력이 좋지 않아 정상 가는 길이 아득했는데 힘드냐고 물어보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훈훈한 산행이었습니다.

  점심시간, 같은 조 도반이 크고 무거워 보이는 가방에서 보온도시락 여러 개를 꺼냅니다. 같이 나눠 먹기 위해 무거운 가방을 메고 산에 올랐던 겁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음식을 충분히 가져온 사람이 먼저 나누고, 부족한 사람 또한 나누려는 마음에 배가 부르고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모든 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나누는 삶을 배움에서 끝내지 않고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에서 빛이 났습니다. 다녀본 여행 중에서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고, 조용한 여행은 처음입니다. 여행에서 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두리 안에서
  스님께서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다 모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전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만큼 이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십몇 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아이들도, 남편도, 주변 사람들도 어떤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내 감정, 내 인생, 사십 년을 붙들고 살았으니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자만했습니다. 하지만 정토불교대학을 다니고, 이번 순례에 동참하면서 저는 모르는 것이 많은 너무나 작은 사람임을 느꼈습니다.

  제 삶은 가두리 안의 물고기 같았습니다. 하루를 정해진 대로 살고, 먹이를 주면 다만 먹으면 될 뿐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볼 필요가 없었고, 다른 생각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가두리 밖을 나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혼한 지 25년, 일정한 시간은 일하며 돈을 벌었고, 집에 가면 애들을 키우고 밀린 집안일 하는 반복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 속에서 저 자신은 없어진 지 오래였습니다. 내가 어떤 기분이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언제부터인가 출근 전에 아침밥 차리는 것이 귀찮아졌습니다. 일찍 일어나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네 산을 오르던 일도 그만두었습니다. 일이 지겨워졌고 집에 오면 모든 것이 짜증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지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누워서 핸드폰에 집중했습니다. 혼자 캄캄한 방에서 페이스북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동영상을 봤습니다. 어떤 말씀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오래전 일이지만, 그 후로 즉문즉설을 찾아보고 카카오톡에서‘법륜스님의 행복톡’을 구독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또 보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제 삶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직장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정토불교대학 안내 엽서를 받았습니다. 마침 수업하는 요일이 제가 쉬는 날과 같았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에서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살면서 될 일은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지만, 안 될 일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된다는 말도 생각났습니다.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주남산 숲속너른터에서 도반들과 함께(가운데가 글쓴이)

  가두리에서 바다로 가두리에 구멍이 뚫려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늦잠을 자는 것보다 불교대학을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불교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저는 월요일을 기다리며 공부하기 위한 책과 필기구를 챙겼습니다. 배우며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다 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반복되는 삶에 지쳐 있었고 우울했던 것입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가두리 안의 구멍을 뚫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다로 나온 이후로는 헤엄치는 일이 좋아졌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떤 것을 공부하고, 무엇을 마음나누기 할지 생각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와 불교대학에서 나눌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점점 하고 싶은 일이 늘어 쉬는 날에는 불교대학뿐만 아니라 노래교실에도 등록했습니다. 이번에는 커피를 배워볼까 합니다.

이렇게만 산다면
  불교대학에서 영상으로만 뵌 스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마침 법당의 거사님이 수업의 일부라며 경주 남산 순례를 추천하셨습니다. 인터넷에 경주 남산 순례를 찾아보니 마음공부에 좋을 것 같았고, 저를 정토불교대학으로 이끌어 주신 법륜스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은 마음에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습니다. 무기력했던 제가 남산 순례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남산 순례는 혼자 가는 첫 여행이고 도전이었습니다.
  남산 순례와 불교대학, 그리고 법륜스님의 말씀이 제 삶을 송두리째 바꾼 태풍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작은 것 하나에도 화내고 슬퍼하고 흔들립니다. 묵묵히 수업을 참여하다 보면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라는 거사님 말씀에, 수업을 계속 듣다 보니 수업뿐만 아니라 법당과 순례에서 많은 도반과의 만남이 잔잔한 물결로 다가와 저를 적셨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물결을 따라 잔잔히 흔들리고 물들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사람이기에 매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 배우며 커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가두리를 나와 푸른 바다에서 헤엄치는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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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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