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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 법문] 동지를 맞이하여, 지난해 12월 법륜스님의‘동지’법문을 싣습니다.


추운 고비 뒤의
따뜻한 변화를 기다리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 동지

 불교의 4대 명절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사월 초파일, 출가하신 출가일, 성도하신 성도절, 열반하신 열반절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불교에서 행하는 불교 명절에는 민속 명절이 불교에 들어온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정초기도와 입춘기도가 있고, 다음으로 백중기도가 있습니다. 백중기도는 원래 인도의 민속 명절인데, 불교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불교 명절이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불교문화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다음으로 백중을 다른 명절보다 크게 행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동지기도가 있습니다.

 사계절 중 겨울에 있는 동지를 중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이 동짓날입니다. 주식으로 말하면 가장 주가가 떨어졌을 때를‘최저점을 찍었다, 바닥이다’라고 하잖아요. 동지가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에 비유하면‘우리의 재앙은 이걸로 끝이다. 앞으로 불행이 없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보다 더한 불행은 없다. 이미 최고의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설령 어떤 불행이 닥친다 하더라도 능히 이겨낼 만하다. 그리고 갈수록 불행이 줄어든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 동지입니다. 달도 기울었다가 다시 차기 시작하는 날이 초하루예요. 그러니 태양의 길이로만 말하면 오늘이 초하루와 같아서 신년이 돼야 해요. 그래서 동지를‘작은 설’이라고 하고, 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풍속도 있는 겁니다. 

따뜻함이 올 징조

 이렇듯 이치로만 따지면 새해의 시작을 동짓날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치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치가 보이면 우리가 어리석을 이유가 없지요. 해가 점점 길어지면 날도 따뜻해져야 하는데, 실제 현상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늘부터 앞으로 더 추워지거든요. 편차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동짓날부터 한 달 지난 때가 제일 춥습니다. 여름은 하지 지나고 한 달 이후가 제일 덥고요. 그러니까 여름은 하지 지난 뒤가 오히려 더 덥고, 겨울은 동지 지나고 한 달 전후가 제일 추워요. 그래서 동지 뒤에 소한, 대한이 있습니다.

 동지로부터 딱 한 달 뒤가 대한이에요. 지구가 데워지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지구가 식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지금까지는 해가 짧아지면서 지구가 식었기 때문에 앞으로 해가 길어지 더라도 그 식는 속도가 그대로 한참은 더 가요. 그래서 한 달 지나서야 제일 추운 데서 다시 따뜻한데로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현상으로 느끼기로는 대한을 지나야‘날씨가 이보다 더 추워지는 날은 없다. 앞으로도 춥지만 이보다 더 추워지진 않는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 봄의 소식, 입춘입니다.

 입춘이라고 해서 바 로따뜻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소한, 대한 지나면 얼어 죽을 사람없다”고 하잖아요. 그 말은 대한을 지나면 안 춥다는 뜻이 아니라, 가장 추운 시기를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추운 것 정도는 견딜 만하다는 겁니다. 대한을 넘겼다는 건 나머지는 견딜 만하다는 겁니다. 대한 지나고 맞는 첫 번째 절기가‘봄이 왔다. 봄에 들어간다’는 뜻의 입춘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곧 따뜻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더 이상 이 보다 더한 추위는 없다’는 정도의 뜻이니까요. 참 재밌지요?‘ 아직도 춥지만 벌써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표현입니다.

 봄이 올 첫 번째 징조는 해가 길어지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새해의 시작이 동지라는 겁니다. 두번째 징조는 우리가 피부로 느낄 때‘이보다 더 추워질 날은 없다. 앞으로는 점점 따뜻해질 거다’하는 것이 입춘입니다. 그래서 입춘과 가장 가까운 음력 달을 정월로 잡았어요. 음력설은 입춘을 기준으로 해서 입춘과 비슷한 날이거나 열흘 전후입니다. 1월 하순에 빠른 설이 오고, 입춘 전후로 중간 설이 오고, 입춘하고도 열흘쯤 뒤에 늦은 설이 오고, 다시 또 빠른 설이 오는 게 3년 주기로 반복됩니다. 음력은 3년마다 윤달이 드니까요.

 이렇듯 입춘을 전후로 한 달이 정월이고, 그 첫날이 설날입니다. 그러니까 입춘하고 설은 같은 거예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설을 춘절(春節)이라고 하잖아요. 계절로 따지면 입춘이 새해의 시작이고, 그것을 음력으로 잡은 것이 음력설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해의 시작이 양력하고 음력이 다른데, 양력 1월도 왜 추울 때로 잡을까요? 양력은 태양력이니까 동지 지나고 첫 시작을 정월로 잡은 겁니다. 그래서 1월 1일 새해를 추울 때 맞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누구나‘진짜 추위가 가고 따뜻해졌다’고 느끼는 건 입춘이 지나고도 거의 두 달이 지나야 합니다. 즉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을 지나야 이제 꽃이 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춘분이 지나야 개나리며벚꽃, 진달래 같은 꽃이 피니까 그 때는 너도나도 다 봄인 줄 알 수 있습니다.

고비 너머 변화의 봄을 맞으며

 이걸 우리 수행에 비유하면, 오늘 부처님 법문 듣고‘아,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이 짓는 거구나. 내가 미워하고 원망하고 괴로운 건 누가 나를 괴롭혀서가 아니라, 내가 마음으로 짓는 것이구나’하고 자각해서‘오늘부터 나도 수행해야지’하는 마음을 먹고 입재하는 날이 바로 동짓날입니다. 그래서 동짓날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동짓날 입재하면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까요? 아니에요. 동지 지나고 날씨가 더 추워지듯이, 기도는 시작했지만 한 달을 해도 좋아지기는커녕 더 힘들어져요. 예컨대 부부 갈등은 더 심해지고, 남편은 더 성질을 부리고, 애는 말을 더 안 듣고, 나는 더 괴로워집니다. 그러면 대부분 하다가 그만두지요. 이걸‘마장’이라 그래요.

 그러나 이치적으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거예요. 이런 장애는 기도를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전에 어리석게 살았던 것의 과보가 늦게 나타나는 거예요. 그런데 나타나기는 기도한 뒤에 나타나니까 여러분은 기도를 잘못했나 싶어서 자꾸 묻잖아요.
첫째는‘기도해 봐야 소용 없더라’싶어 그냥 집어치워버리고, 둘째는 자꾸‘기도가 잘못됐느냐?’고 물어요. 기도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고비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십중팔구는 이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둡니다.

 지구가 데워지는 데는 한 달이 걸리지만, 우리의 업식과 관계 있는 이 고비는 보통 백일이 걸려요. 백일을해야고비를넘기는데대부분그백일을못채워요.‘ 백일기도해서고비를넘겼다’는 것은 날씨에서‘대한을 넘겼다’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가장 큰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아직도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고 수행하기 싫은 마음도 들지만, 백일이 넘으면 자기 꼬라지를 스스로 좀 알게돼요.‘ 아이고, 내가 성질이 더럽구나. 내가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구나.’이런 걸 좀 알게 되니까 그게 수행을 이어갈 동력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백일기도를 회향하면 그게 곧 입춘을 맞고 설을 맞는 것과 같아요. 그렇다고 괴로움이다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더 정진해서 춘분을 지나야 합니다. 누가 봐도‘봄이 왔구나’하고 알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천일이 지나야 합니다. 그래서 천일기도를 하는 겁니다. 기도를 하려면 3년은 하라고들 얘기하잖아요. 천일기도를 해야 변화가 일어나요. 자기가 생각해도‘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지만 내가 조금 변한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남이 옆에서 나를 보고‘요새 당신 보니까 화가 좀 줄어든 것 같아’라고 이야기해 주기도 하는데,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천일입니다. 그러면 벚꽃도 피고 개나리도 피는 걸 볼 수 있어요.

 진달래, 개나리가 핀 뒤에도 또 한 번 추위가 찾아옵니다. 꽃샘추위가 와서 꽃이 얼어 죽는 경우도 많잖아요. 수행하다 보면 그런 때가 역시 옵니다. 그러면 수행하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 또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요. 수행해서 좋아졌다고 까불다가 꽃샘추위 한번 맞고 나면 정이 뚝 떨어져서 수행을 관두는 사람이 생기는 거예요. 그럴때도 일시적인 장애를 넘어서야 합니다. 날씨가 춥다 덥기를 반복하다가 점점 따뜻해지듯, 수행을 계속하면 수행이 된 것 같다가 후퇴하는 것 같기를 몇 번 반복해야 해요. 그렇게 꾸준히 하는 사이,드디어 따뜻한 봄날을 맞게 됩니다.
 
 절에서 24절기 중 동지와 입춘을 명절로 삼은 이유는 이런 원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동지기도는 입재와 같고, 입춘기도는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3년 기도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을 예로 들면 그 3년 기도하는 동안 불교대학도 졸업해야지, 천일결사에 입재해야지, 깨달음의장도 갔다 와야지, 경전반도 졸업해야지, 명상수련도 해야하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안 변하려야 안 변할 수가 없어요. 자기도 모르게 수행자가 되어서 우리 인생의 봄날을 맞게 됩니다. 그 시작이 바로 동지가 되기 때문에 동지를 중요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동지는 우리의 전통문화로 잘 유지해나가야 할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밸런타인데이보다 훨씬 의미가 있어요. 이런 중요한 민속은 앞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정토회에서도 전법 같은 건 초현대적으로 잘해가더라도, 우리의 전통문화 중 아주 소중한 것은 다시 되살리는 활동까지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2016년 동지법회 안내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동지법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동지기도 2016년 12월 19일(월) ~ 21일(수)
동지법회 2016년 12월 21일(수) 오전 10:00 / 저녁 7:30
기도접수 및 문의 각 지역법당 사무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6년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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